<양극화의 그늘 현장을 가다- 벼랑에 선 그들>"단속 과태료·노점 압류 일쑤.. 재료값도 치솟아 한계 내몰려"

박준우기자 입력 2011. 12. 2. 14:51 수정 2011. 12. 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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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노점상 <끝>

11월30일 아침 5시30분 서울 광진구 구의동. 노점상 박모(69)씨는 10평 남짓한 다가구주택 방 안에서 눈을 떴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킨 그는 얼굴에 찬물을 퍼부었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구나'. '휴~우', 한숨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호떡과 붕어빵 재료를 사기 위해 소형 트럭에 몸을 실었다. 서울 성동구 경동시장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계란과 밀가루, 설탕과 옥수수를 산 박씨는 다시 방향을 돌렸다.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터미널 부근. 거리에서 박씨는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낮 12시부터 장사에 들어가 밤 12시까지 12시간 동안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판자에 포장을 쳐서 만든 두 평이 채 못되는 공간이 그의 일터다. 요즘 그는 매서운 칼바람이 오히려 반갑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호떡과 붕어빵을 사는 손님이 조금은 늘었다. 붕어빵을 뒤집던 그는 잠시 손놀림을 멈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손가락 관절을 풀어야 밤까지 견딜 수 있다. 박씨의 하루 순익은 5만원 정도다. 그는 "10여년 전 IMF 때보다 손님들이 더 없는 것 같다"며 쓰게 웃었다.

서울시가 도시정비 차원에서 노점을 단속하면서 노점상들은 구박덩어리가 됐다. 사실 노점 단속은 노점상에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서울시가 노점관리대책을 내놓은 이후 통계상으로 4만2977개의 노점이 거리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단속의 실효는 없는 듯하다. 노점상들은 단속원이 사라지면 웅덩이에 물이 고이듯 다시 나타난다. 서울시는 거리를 점유해 고정적 공간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 숫자를 1만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거리에서 떡볶이를 파는 김모(여·52)씨 역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었다. 11년 전 택시운전을 하던 남편이 서준 연대보증이 잘못돼 전재산을 날린 김씨 가족은 이후 줄곧 이곳에서 노점을 하고 있다. 김씨는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단속이 적은 편"이라며 "주변에 보면 훨씬 열악한 노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탓에 김씨는 3년 전에는 갑상선암, 2년 전에는 목디스크를 앓아야 했다. 더구나 지난 1월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증상이 가벼워 거동에 큰 불편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걱정이 많다. 인근에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매출이 40% 정도 떨어졌다. 수술비로 모아놓은 돈도 거의 날리고 요즘에는 빚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점의 철거와 압수 외에도 각 지자체에선 각종 단속을 실시하면서 노점상을 압박하고 있다. 노점이 인도에서 보행자들의 통행권을 방해한다든가 위생문제 등을 들어가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과태료도 과태료지만 이를 행사하는 사람이나 지나가는 주민 등이 자신들을 멸시하는 양 고압적인 자세를 보일 때면 이들은 모욕감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계속되는 단속으로 노점상 상당수는 무기력감을 호소하면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노점을 계속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주변에서 노점을 하다 구청의 단속으로 포장마차를 압류당했다는 조모(66)씨는 "과태료를 내면 노점 리어카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노점을 다시 하면 또다시 단속에 걸리고 과태료를 부과받는 삶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렇지만 노점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현재는 실업자 신세로 동생 집에 얹혀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노점상인들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노점을 압류당한 사람들 대부분은 딱히 할 일이 없어 과거 장사하던 자리 주변만 맴돌게 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단속 외에도 치솟는 물가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갈수록 이들의 삶을 팍팍하게 하고 있다. 밀가루 등 재료비와 기름값 등이 나날이 상승하면서 노점상들의 이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씨는 "프랜차이즈 분식집이 계속 등장하며 힘든 경쟁을 하고 있는데 재료비까지 올라 갈수록 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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