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에게 "처녀막은 터졌냐"고 묻는 검·경

입력 2011. 11. 28. 15:52 수정 2011. 11. 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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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귀가 길에 남성 두명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 발생 직후 A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A씨는 경찰 수사과장으로부터 "성 경험이 있느냐" "시집도 가야하니 (피해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 운동선수 팬클럽 회장으로 활동하던 고등학생 B양은 해당 선수로부터 강간을 당했다.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는 B양에게 "처녀막은 터졌나" "관계가 처음이었다면서 아프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나" "대부분 성폭행 당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하는데 너는 어떻게 정상생활을 했냐"라는 질문을 수차례 반복했다.

#재혼한 남편이 자신의 딸을 성폭행한 일을 당한 C씨는 경찰로부터 "평소 부부생활을 하며 오랄 섹스를 많이 해봤느냐" "부부관계는 일주일에 몇 번이야 하느냐"는 등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자세한 질문을 받아야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사법절차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의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개소 20주년을 맞아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성폭력 정책, 현장에서 듣다' 토론회에서 2003년부터 최근까지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사법절차상 겪은 2차 피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11건을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소송 사례를 통해 나타난 2차 피해의 유형과 경찰, 검찰 등 공무원의 위법성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선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비하하는 발언 등이 다수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발언을 이유로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도 재판부가 수사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A씨의 경우 재판부는 "강간의 수법 및 강간피해자의 성경험 여부에 대한 조사는 불필요한 질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양의 경우는 피해 당사자 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의 부모까지 검사로부터 인격 비하의 발언을 들었다. 검사는 B양의 아버지에게 "노조활동을 하시느라 딸 교육을 잘 못시키셨군요", "내 딸 같으면 아마 죽여 버렸을 거에요"라는 등의 말을 서슴치 않았다. B양의 가족은 2차 피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의 일방적 진술"이라며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외에도 ▷여성경찰관 요청 요구 기각 등 최선의 조사환경 조성 의무 위반 ▷가족이나 친구 등 신뢰관계인 동석제도의 불이행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철야 조사를 진행하거나 과도한 범행 현장 재연 요구 등에 의한 2차 피해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2차 피해의 근본 요인이 되고 있는 친고죄 폐지와 폭행과 협박의 증명을 요구하는 강간의 판단기준 폐끼 등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며 "또한 검찰 경찰 등 수사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판단할 때 성폭력 2차 피해의 구조와 특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국가 책임의 해석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2008년 조두순 사건의 피해 아동 나영이(가명)의 아버지인 송모씨가 참석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제도가 아닌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등 투명한 시스템 운영으로 성범죄가 없는 아름다운 환경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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