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람들은 '꼼수'가 없는 방송 원하죠"

입력 2011. 11. 23. 15:06 수정 2011. 11. 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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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방송인 김미화씨 라디오 진행자로 복귀

8년 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떠나야 했던 사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지난 4월. 자진하차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사실상 소셜테이너에 대한 사측의 압력 탓에 MBC 라디오 '세계는 지금 그리고 우리는'을 반강제적으로 떠난 방송인 김미화씨(47)가 7개월 만에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했다. 지난 11월 7일부터 시작한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 진행,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꼽사리다' 진행, 인터넷 신문사 '순악질 늬우스' 창간 준비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를 지난 11월 17일 CBS에서 만났다.

'김미화의 여러분'은 '세계는 지금 그리고 우리는'과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시사프로그램이라는 점은 같죠. 다루는 얘기들이 좀 달라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사를 지향합니다. 전문가들의 전문적이고 예리한 분석도 놓치지 않지만, 여기서는 일반 시민들의 생각을 좀 더 많이 들으려고 해요. 이번 방송에서도 저는 들어주는 쪽이고 얘기하는 건 청취자들입니다. 오랜만의 방송 복귀라 몸은 좀 힘들어요. 얼굴에 열꽃도 피고. 그런데 다른 방송사보다는 CBS가 편하더라고요."

어떤 종류의 편안함 말인가요.

"말하는 데 규제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느낌요. 이 안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 다른 방송에서 다루기 꺼려했던 것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말이에요. 모르겠어요. 가봐야 아는데 아직 시작한 지 일주일 하고 절반밖에 안 지났으니까. 아직까지는 그냥 하게 내버려두더라고요.(웃음)"

MBC에서 하차하면서 받은 상처는 다 치유하셨나요.

"아프죠. 아파요. MBC PD들, 제가 너무 사랑합니다. KBS PD들도 마찬가지고. 사랑하는 PD들을 멀리 떨어져서 그냥 바라만보고 서로 그리워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괜히 슬프더라고요. 지금도 PD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잊혀지지 않아요. 그 친구들은 저를 누나나 언니처럼 생각하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나요. 더 모질어야 되는데 모질지 못해서…(여기서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CBS 프로그램 시작할 때 MBC PD들이 꽃바구니를 보내왔어요. 첫 방송하기 전에 그 꽃바구니를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그래서 여기 PD들이 괜한 꽃을 보내서 남의 진행자를 울린다고 불평하기도 했어요.(웃음)"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나꼽살)' 진행자도 맡고 있습니다.

"오늘(17일) 첫 방송이 올라가요. 오늘 두 번째 녹화를 합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팀들이 녹화하는 곳과 같은 장소입니다. '나꼼수' 팀들이 서버 비용을 마련하느라 동춘서커스단처럼 계속 공연을 다니는데, 저도 지난 토요일(12일) 일산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열기가 대단하더라고요. 거의 2000명 가까이 사람들이 모였더군요. 사람들이 이런 방송을 원하고 있구나라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방송이라는 건, 솔직한 방송이죠. 꼼수가 없는 방송 말이죠. '나는 꼽사리다'는 경제를 다룹니다. 김어준 총수도 하는 말이지만 경제라고 하면 용어도 그렇고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우석훈 소장이나 선대인 소장도 좀 쉽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해요. 출연료는 없습니다. 스튜디오가 번듯한 것도 아니고요. 가보니까 정말 초라하더라고요. 녹음 기계 한편에 테이블과 마이크 몇 개 놔두고 하는 거예요. 골방에서 그냥 사명감으로 하는 거죠.

저도 시사프로그램을 하다보니까 경제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멀리하게 되잖아요. 그렇지만 알아야 이걸 따질 수 있는데 모르니까 저 사람들,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람들의 꼼수에 의해 끌려가는 거라고요. 한·미 FTA에 대해서 판단을 내릴 때도 그 방대한 자료를 일반 국민들이 다 읽을 수 없잖아요. 또 정치인들은 어떨 때는 이런 입장을 취하다가 또 어떤 때는 다른 입장을 취해요. 그러니까 무슨 괴담이니 뭐니 해서 몰아붙여도 과연 이게 괴담인가 아니면 실제로 우리한테 닥쳐올 일인지 판단을 명확히 못하는 거죠. 저는 방송에서 잘려본 경험도 있고, CBS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잘릴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나이 오십을 바라보면서 할 얘긴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또 젊은 친구들한테 정확히 알려줄 필요는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꼼수'와는 어떻게 차별화할 생각인가요.

"시험적으로 한 번 해보고 한 달을 고민하다가 저를 긴급 영양제로 투입한 거 아닙니까. 저는 경제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일반 청취자들도 설득할 수 없다. 내가 딱 아줌마 수준이니까' 그렇게 접근을 했어요. 정치도 꼼수가 있지만 경제 꼼수는 더 대단하더라고요. 돈이 걸려 있는 문제니까요. 이건 99%를 위한 편파방송이에요. 1%가 누리는 게 정당한 것이면 좋은데 그 뒤엔 꼼수들이 반드시 있죠. 제가 모르는 경제 뒷담화가 꽤 재미있더라고요. 선대인 소장이나 우석훈 소장은 정책을 만드는 분들과 일해본 경험들이 있어요. 그런 뒷얘기들이 아주 재미있잖아요. 그리고 선 소장과 우 소장 모두 경제정책을 만들거나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학자적 역량도 있는 사람들이니까 재미가 없을 수 없죠. 단 거기 욕이 들어가거나 '각하'를 통쾌하게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경제에는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재밌더라고요. '이건 얘기를 들을수록 재미가 있다, 이건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 '순악질 늬우스'를 창간한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거대 언론사에 대항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인터넷 안에서 재미있게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정도예요. 허가 신청서류를 넣자마자 이렇게 소문이 날 줄 몰랐어요. 당황스럽습니다. 열심히 준비를 해야겠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모델인가요.

"외국에는 이름이 알려진 여성들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이 많아요. 제가 30년 가까이 방송을 했고 저를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트위터 팔로어들이 17만명이 넘는데 제가 '순악질 늬우스'를 만든다고 하니까 모두 도움을 주고 싶어해요. '제가 목수인데 도울 게 없을까요, 제가 시각장애인이지만 목소리가 예뻐요.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고 있는데 돕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한 번 모여볼까요' 했더니 다들 그러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연말에 장소를 빌려서 참가자들은 모두 일자눈썹을 그리고 모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일자눈썹 그린 사람들이 모여서 진지하게 회의하는 거, 재미있겠죠? 함께 참여해서 만드는 신문에 대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이름만 정해진 상태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돕겠다는 분들이 많아서 제 신문이 아니라 그분들 신문사 같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에 시달리면서 언론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비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론이 가장 먼저 줄서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정권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저도 8년 동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까 신문을 읽을 때도 어떤 기사 뒤에 숨겨진 생각들이 어떤 건지 조금은 파악이 되더라고요. 비단 제가 언론에 의해 피해를 봤다고 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물론 피해를 봐서 더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사실 언론이 소신을 갖고 생각을 밀고나가면 되는 거라고 보는데…. 저는 지금의 '나꼼수 현상'에 주목하게 되는데, '나꼼수' 분들은 자기 소신을 얘기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고요. 가식이나 숨겨진 뜻 없이 이것이 사회를 위해 정답이라고 믿는다면 정권에 상관없이 밀고나가야 하는데, 정권이 교체기가 되면 언론이 먼저 줄서기를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조금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안철수 교수의 '청춘콘서트'에도 출연하신 적이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운 사람이죠. 그래서 안 다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을 해보니까 세상엔 이성적인 부분만 있는 게 아니라 비이성적인 면이 훨씬 더 많이 있어요. 지금 안 교수의 기부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말이 많잖아요. 기부를 기부 자체로 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흠집을 낼까, 저 사람이 나의 경쟁자가 안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들이 속에 있는 거라고 봐요. 그런 사회가 저는 싫은 거죠. 이렇게 고운 분이 정치권에 나와서 그런 흠집내기에 다치면 어떡하나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사석에서 제가 만났을 때 절대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자꾸 정치로 나오는 이유를 정치권에 있는 분들이 생각해야 돼요. 그래서 저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이 된 게 기쁘지 않아요. 슬퍼요. 그런 분들은 그냥 사회운동가로 놔둬야죠. 안철수 교수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바르게 가르치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정치로 나오겠다고 한다면 '이 사회가 그만큼 썩었구나, 바로 가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죠."

2001년에 성균관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공부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다시 박사과정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전공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요.

"없어요(웃음). 그냥 저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제 스타일대로 공부하는 거예요. 제가 홍보대사로 일하는 복지단체가 80군데가 넘어요. 사회복지학은 그래서 공부한 겁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광고홍보학은 광고 자체보다는 광고를 하는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 겁니다.

코미디는 0.5초 안에 웃겨야 하거든요. 광고쟁이들도 똑같아요. 광고쟁이들의 순발력과 시의성을 배우려고 한 거죠. 동양철학은 제가 지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깊이 있는 분들부터 소시민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얘기할 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하고 있죠. 논어나 장자에는 정말 기막힌 얘기들이 많이 숨어 있거든요. 동양철학은 방송을 그만두고 쉴 때 관심을 갖게 된 겁니다. 제가 시간이 너무 많으면 잡념이 많아져요. 공부를 해도 시간은 가고 안 해도 시간은 가거든요. 그럼 하는 게 낫죠. 전 그냥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해요. 큰일이죠. 그래서 아주 큰일을 할 거 같아요.(웃음)"

< 글·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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