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소녀 하늘을 날다'가 말하는 동성애자의 인권은?

뉴스 2011. 11. 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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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제공](서울=뉴스1) 한상령 인턴기자 =

퀴어 스토리 in 캠퍼스.. News1 박철중 기자

지난 18일 오후 3시 이화여자대학교 포스코관 앞 광장.

대학가 성소수자 권익찾기에 나선 학생들이 주도하는 이색 캠페인이 열려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대학모임(이하 차별금지모임)이 주최한 '퀴어 스토리 in 캠퍼스'라는 이름의행사였다.

차별금지모임은 서울지역 일부 대학의 단체와 학생들이 연합해 만든 모임이다. 주된 목적은 학벌,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으로 인한 차별을 없애자는데 있다.

이 모임에는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서울대학교 성적 소수자 동아리 'QIS : Queer in SNU',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이화여대 사회과학동아리 '함께 만드는 변화', 포스텍 인권행동 '피아', 대학생 연합동아리인인권ㆍ법률 공동체 '두런두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캠페인을 통해 "동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성적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를 외쳤다.

모임은 무엇보다 동성애 차별금지에 힘쓰고 있는 만큼 이날 캠페인에서도 동성애가 무엇인지를 알리고 동성애 차별을 비판하는 주장을 펴는 데 주력했다.

이번 이화여대 캠페인은 차별금지모임이 15일 동국대, 16일 고려대, 17일 한양대 등에 이어 4번째로 가진 대학가 순회 문화제 성격으로 마련됐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대학생 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동성애 차별백서'를 무료로 나눠줬다.

또 다양한 인권단체에서 만든 관련도서들도 전시했다. 동성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편견Q & A 전시회와 대학내 동성애 차별사례에 대한 의견도 주고 받았다.

이날 차별금지모임의 캠페인을 주도한 이 대학내 성소수자 모임은 이화여대 레즈비언 인권운동모임인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

캠페인 행사장에서 오가는 학생들에게 차별백서를 나눠주던 모임 회원 박하씨(24ㆍ예명)는 자신을 "레즈비언에 가까운 양성애자"라고 당당히 소개했다.

박하씨는 "처음으로 내가 이성애자가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중학교 때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확신하게 됐다"며 "이제는 어머니도 이 사실을 알고 인정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홍보 플래카드. News1 박철중 기자

'변날'은 이화여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학생자치단위(동아리)로 등록돼 있다.

이 대학 학생문화관 219호에는 변날을 위한 동아리방이 마련돼 있다. 동아리방 앞에는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라는 문패가 당당하게 걸려 있다.

변날은 2001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대학내 성소수자 인권신장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온라인 공간(blog.naver.com/ewhabyunnal)을 통해서도 성소수자 차별금지와 권익보호에 적극적이다.

변날은 10년전인 2001년에 만들어져 대학내 성소수자 모임으로는 그 역사성과 대표성을 가장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 시선에서 그다지 곱지 않게 느껴질 만한 변날에도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09년 총학생회는 변날을 포함해 일부 동아리에 대해 회원들 신원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공개하지 않을 경우 총학생회 예산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변날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고 예산도 지원받지 못했다.

당시이 사실을 전해들은 일반 학생들이 나서 자발적으로 후원금 100만원 정도를 모아 변날에 전달했다.

이를 통해 이후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했고 지금의 변날이 존재하게 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08년에는 변날이 주최한 레즈비언 문화제 도중 한기독교 동아리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걸개'를 훔쳐간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이대 동아리연합회는 각 동아리 대표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일으킨 기독교 동아리의 거취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70% 정도 찬성으로 문제의 기독교 동아리를 동아리연합회에서 영구 제명했다.

당시 사건은 이화여대가 대표적인 기독교 대학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화여대가 변날을 학생자치단위로 인정한 사실은 대학내에서도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징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모든 학생이 4년 동안 일주일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예배모임에 참석하게 할 정도로 기독교 정신을 중시하고 있다.

박하씨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당시 대학측이 성소수자 개념에 대해 잘몰랐기 때문이라고 들었다"며 "커밍아웃도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했고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학내에서 행진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게이나 레즈비언이 무엇인지 개념 자체가 없었고 아예 모르는 수준이었던 시절"이라고 덧붙였다.

변날에는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스스로 완전한 이성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양성애자 또는 성적 정체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다.

변날은 주된 목적이 인권운동이 성소수자들의 친목도모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모임내 회원간 연애는 철저히 금하고 있다.

일반동아리처럼 연애문제로 인해 회원들끼리 감정이 상하거나 단체활동을 방해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즈비언에 가까운 양성애자라는 박하씨는 "남자를 만난 적도 있다. 사귄 경험으로는 남자, 여자 반반 정도다. 남자를 사귀게 되면 여자와 연애했던 사실도 얘기하는 편이다. 그게 나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싫으면 당연히 나를 못 만난다."라고 말했다.

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당초 인간은 백지상태라서 이성애자라고 정의하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이성을 만나면 이성과 사랑할 수 있고 동성을 만나면 동성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애나 동성애라는 칸이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생동안 스펙트럼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여성스런여대생 외모지만 남학생 옷차림을 한 또다른 변날 회원희라(24ㆍ예명)씨는 "23살에 커밍아웃을 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마음이 학창시절 때부터 있었는데 그게 동성애라는 사실도 몰랐다. 철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하나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뒤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가장 친한 친구에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말했는데 그 친구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너는 남자랑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철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지금도 만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예 안한다"고 덧붙였다.

희라씨는 자신의 성적취향 문제를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도 말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제 대학내 성소수자 모임(동아리)은 상식에 속할 만큼 대학가에 널리 확산돼 있다.

이화여대 변날 외에도 서울대 'QIS(큐이즈)', 연세대 '컴투게더', 고려대 '사람과 사람', 중앙대 '레인보우 피쉬' 등은 이미 성소수자를 위한 대학내모임들로 대학가에 널리 알려져 있다.

큐이즈 파티 포스터. News1

이화여대에서 캠페인이 열린 18일, 서울대학교성소수자 동아리인 QIS(큐이즈)도 다섯번째 파티를 가졌다.

이날 열린 파티는'학예회'라는 이름 아래 진행됐다. 프로그램 이름은 '춤추고 노래듣고 뛰어놀자'였다.

홍대 앞 클럽 명월관에서 저녁 9시부터 시작된 파티는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이 행사는 해마다 열리고 있고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았다.

회원들이 직접 준비한 공연과 이벤트가 다양하게 펼쳐졌다. 입장료 1만원만 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 대학생들이 모여 밤새도록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하는 파티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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