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2012년이 두렵다

석남준 기자 2011. 11. 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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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회금 반환 '폭탄' - 분양가보다 시가 낮으면 5년 뒤에 되돌려줘야

'(골프장) 회원권 제발 사주세요.'

강원도 홍천의 한 마을 이곳저곳에 쓰여 있는 글귀다. 골프장 개발 사업자가 회원권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돈이 없다며 주민들에게 약속한 보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전국 곳곳에 경쟁적으로 문을 연 골프장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더욱이 2012년에는 골프장 연쇄 도산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가 내년을 골프장 연쇄 도산의 해로 점치는 이유는 내년에 대규모 입회금 반환사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입회금은 골프장 회원권을 분양할 때 골프장이 보증금 형태로 받는 돈으로 통상 5년 정도의 거치기간이 지난 후 분양가보다 시가가 떨어졌을 때 회원이 반환을 요청하면 돌려줘야 한다. 업계는 올해 입회금 반환 시기가 도래하는 34개 골프장의 반환금 규모는 1조7400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더욱 늘어난 47곳 3조1114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원권 가격이 정점을 기록한 2007~2008년 사이에 분양한 골프장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당수의 골프장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사업은 통상 10% 정도의 자본을 갖고 시작한다. 90%는 은행대출(PF)을 받고, 회원권 분양을 한 후 대출금을 상환하고 건설비용과 분양가의 차액을 얻는다. 보증금의 일종인 입회금도 대부분 공사비로 지출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10억~20억원만 갖고 골프장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태반"이라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골프장이 입회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서 소장은 또 "입회금 반환을 할 수 없는 골프장이 생기면서 회원들의 피해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장은 자기자본비율이 적어 골프장을 이용하는 내장객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경영이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골프장 내장객 수는 2009년 1823만명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776만명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내장객 수는 774만명으로 떨어져 1600만명을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서천범 소장은 "골프 대중화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회원권의 가치가 투자 가치에서 이용가치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골프장 회원권은 스키장 시즌권이나 콘도 이용권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등록된 골프장 수는 435개에 이르고, 100여개의 골프장이 공사 중이거나 착공이 예정돼 있다. 수요 대비 공급 과잉 상황인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입회금제도를 운영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골프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후 2000여개의 골프장 중에서 3분의 1이 넘는 860여개의 골프장이 주인이 바뀌었거나 부도가 났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당수의 골프장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제주도가 올해 9월분 재산세 징수를 마감한 결과 28곳의 골프장에 121억원을 부과했지만 5곳이 22억원을 체납했다. 지난해 미납 골프장 6곳 중 5곳이 올해도 재산세를 납부하지 못했다. 골프장 연쇄 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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