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판결 받았다 나는 떳떳하다"

송지혜 기자 2011. 10. 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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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모릅니다. 부담 주지 마세요." 학교 수위는 말을 아꼈다. 행정실 관계자도 "돌아가세요"라며 외면했다. 이사장의 방침이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영화 < 도가니 > 의 실제 모델이 된 광주 인화학교는 1960년 김 아무개씨가 설립했다. 2005년 사건 당시 김씨가 이사장을, 그의 큰아들이 교장을, 둘째 아들이 행정실장을 맡았다. 학교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현재 교사 20명과 초·중·고등학생 23명(2005년 당시 100여 명)이 다닌다.

현재 학교에는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분을 면한 교사 전 아무개씨, 성범죄 은폐·축소 혐의로 고발됐던 전 교감 김 아무개씨와 전 학생부장 박 아무개씨가 복직했다.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에서 파악한 또 다른 가해자 역시 재직 중이다. 학교는 오히려 피해 학생 쪽에 섰던 대책위 교사에 대해 감봉·정직·파면 같은 중징계를 내리고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던 교사는 2005년 당시 15명에서 현재 4명으로 크게 줄었다.

ⓒ시사IN 조우혜 광주 인화학교 정문(왼쪽)에는 '지혜와 멋이 있는 학교'라고 쓰여 있다.

대책위 활동 교사 15명에서 4명으로 줄어

2006년 공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전 이사장 김씨는 노환으로 숨지고, 1년 뒤 교장인 큰아들 역시 암으로 사망했다. 행정실장이었던 둘째 아들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이사장은 아랍에미리트 대사를 지낸 김 전 이사장의 사위 강 아무개씨가 맡고 있다. 근로시설장 한 아무개씨는 김 전 이사장과 동서지간이다. 교장직무를 대행하는 교감 고 아무개씨는 김 전 이사장 셋째 아들의 대학 동기이다. 올해 초, 공석이던 교장과 행정실장에 다시 친인척을 앉히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사회가 광주의 한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 중인 김 전 이사장의 셋째 아들을 교장으로 취임시키려다 실패했다"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전 교장의 큰아들 역시 행정실장을 맡으려다 시민단체의 감시로 무산됐다. 사건이 외부로 노출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던 '족벌 운영'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영화 < 도가니 > 의 제작으로 학교는 '태풍이 불기 직전의 고요한 상태'다. 한 교사는 '눈치껏 알아서 입 다물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자 몸조심하기 급급해 이 일에 대해서 일절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인화학교 사건은 전 이사장과 전 교장의 문제이며, 법인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시청과 구청은 인화학교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 기각 판결을 받고 학교로 복직한 교사 전씨는 "공소기각된 일이다. 공판이 진행되는 중에 이사장님과 큰아들(교장)이 돌아가셨고 그 집안도 풍비박산이 났다. 억울하다. 영화화됐다고 불편하지 않다. 법적으로 무죄인데 떳떳하지 못할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인화학교에는 여전히 성폭력상담소나 상담 교사가 없다.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갖춘 교사를 고용하는 대신 수화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연수받는 데 그쳤다. 청각장애 학생과 수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사는 4명에 불과하다.

인화학교는 지난 6월 법인 명칭 변경과 목적사업 변경을 신청했다. 인화학교를 서영학교로 바꾸고 교육사업 대상을 청각·언어 장애인에서 지적장애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광주시청에서 반려 처리했지만, 학교 이사회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계획 중이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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