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이소선 분향소 치워라"

2011. 9.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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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준공식에 참석할 귀빈이 싫어할 수 있다" 철거 통보…학생들 반발

"내일 학교에 귀빈들이 방문한다. 정치적으로 (이소선 여사 분향소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뒷말이 나올지 모른다. 어서 치워달라."

고명호(서강대학교 철학과 4학년·대학생 사람연대 대표)씨는 7일 학교 관계자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서강대학교 캠퍼스에 설치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씨 분향소를 학교 쪽이 "귀빈들이 학교에 올 수 있으니 철거하라"고 통보해온 것이다. 학교 쪽은 "학생들이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고씨는 동료들과 함께 4일 밤 의기촌 앞마당에 고 이소선씨의 분향소를 차렸다. 고씨는 의기촌이 광주민주화항쟁 때 숨진 민주화 열사들의 기념비가 있는 곳이라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교 쪽의 일방적인 철거통보에 항의했다. 고씨는 학생들을 찾아온 학생지원처 관계자에게 "이소선 여사의 빈소에는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와서 조문을 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 철거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따졌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그제야 학칙을 설명하며 "학교에 신고하지 않고 설치한 시설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 쪽이 학칙을 거론하며 분향소 철거를 지시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칙이 핵심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서강대에는 8일 오전 12시부터 국제인문관 준공식이 예정돼 있었는데 외부 인사들이 많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학생들은 이소선씨의 분향소가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학교가 꺼려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씨는 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시설물 설치할 때 학교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학칙에 있는 것은 맞지만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학교 쪽의 허락을 받고 행사를 열지는 않는다. 분향소가 3일동안 유지되는 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외부 인사들이 많이 방문하는 날 철거를 요구한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8일 아침 7시 30분께 이 학교 학생지원처는 실제로 분향소를 철거하러 왔다. 보초를 서던 다섯명의 학생들이 항의해 강제철거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분향소를 자진 철거했다.

이번 일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학칙상 신고되지 않은 시설물이기 때문에 철거를 지시한 것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며 "천안함 사건 때도 뉴라이트 학생들이 숨진 장병 영정을 학교에 걸겠다고 했을 때도 이를 막았다"고 밝혔다. '귀빈들이 싫어할 수 있다'고 한 말에 대해선 "여러 이야기가 오고가는 와중에 나온 말이었는데 절차를 밟아 분향소를 설치하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은 8일 저녁 다시 절차를 밟아 고 이소선씨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열린 서강대 국제인문관 준공식에는 ㄷ 건설 대표 이사 등 50여명의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정치인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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