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민 간 법률 분쟁 또 터진다

이규대 기자 입력 2011. 8. 16. 15:22 수정 2011. 8.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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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 성 북동쪽 단둥 하구에서 바라본 평안북도 창수군 지역. 보트를 탄 북한 주민들을 가깝게 볼 수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북한 주민의 남한 재산 상속권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고 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남한 법원의 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이를 계기로 유사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번 윤씨 일가의 재산 상속권 소송 내용이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사 소송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한 변호사가 북한 주민의 상속권 소송을 진행하는 절차를 통일부에 문의해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 법률 전문가들은 유사 소송이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현재로서는 소송이 성립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요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남한 쪽에서 소송을 제의하고 추진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남북을 오가며 관련 서류 및 증거 자료를 준비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번에 법원으로부터 북한 주민의 상속권을 인정받은 사례가 등장한 만큼, 비슷한 형태의 소송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재 남북 간 교류 및 왕래가 크게 제한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번 조정을 계기로 당장 유사 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지만 앞으로 남북 관계가 변화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남북 주민의 접촉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권리의 청구를 가로막는 절차적 장벽 역시 완화될 것이기에, 관련 소송은 자연스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상속권 및 재산권이 민감한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지금 세대를 넘어, 그 다음 세대에까지 권리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 활발해지면 소송 크게 늘어날 듯

북한 내 토지 소유권을 청구하는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광복 후 사회주의를 채택한 북한이 토지를 무상 몰수해 국가에 귀속시켰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에 한 남한 주민이 남한 국가를 상대로 북한에 있는 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에서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으나 2심에서는 기각되었다. 현 분단 상황에서는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땅이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리키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법 당국의 '특정'이 가능할 정도로 교류가 늘어나는 한편 남북한의 체제가 통합으로 가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가족 관계에서도 남북한 주민 간 소송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친혼 및 친자 관계는 상속권이나 재산권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북한 이탈 주민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남북 이산가족이 탄생하고 있다. 남북 주민 간 가족 관계 소송의 불씨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 내부에서도 더욱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서로 다른 남북한 법 체제를 일원화해나가는 '통일법' 연구를 강조하는 흐름이 그중 하나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효원 교수는 "통일법의 대원칙, 기본 원리 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구체적이며 세부적인 법령안 준비는 아직 미흡한 상태이다. 앞으로 장기적인 로드맵을 바탕으로 해 각 분야별로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각 행정 부처 차원의 통합적 대응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법무부 통일법무과 이형택 과장은 "통일 준비는 특정 부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각 부처마다 필요한 부분을 준비하고, 거기에 통일법무과의 법률적 지원이 곁들여지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규대 기자 / bluesy@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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