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없는 화장실.. 담배 피우며 걷는 사람들.." 파란 눈에 비친 이상한 한국

한현우 기자 2011. 8. 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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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100명에게 물은 "한국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

"한국 욕실은 너무 미끄러워요."

"한국 화장실엔 왜 휴지가 없나요?"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뛰어다닙니까?"

한국 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무엇을 가장 불편하고 낯설게 느낄까. 한국은 오랫동안 관광 문화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과 마주치고 있다. 조선일보 는 지난달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각지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 10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 대상은 한국은 물론 동양 문화에 익숙지 않은 서양인으로 한정했다. 이들은 대체로 한국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질문에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털어놓았다. 질문은 모두 7개. '한국 여행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을 주제로, ▲숙박시설 ▲화장실 ▲길거리 ▲대중교통 ▲음식점 ▲주점(카페 포함)에서 직접 겪은 일들을 물었다. 그리고 한국 여행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무엇인지 물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880만명. 머지않아 이 숫자는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서울과 부산 을 비롯한 대도시나 제주 · 경주 같은 관광지뿐 아니라 섬이나 오지에서도 외국인과 마주칠 수 있다. 2011년 여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생생한 육성은 '관광 한국'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보여준다.

"물바다 욕실… 위험해요"

외국인들은 한국 숙박시설에서 '독립적인 샤워 공간이 없는 것'에 가장 난처해했다. 모두 12명이 이 문제를 꼽았다. 칸막이나 샤워커튼으로 샤워 공간이 나뉘어 있지 않아, 샤워를 하면 욕실 전체에 물이 튄다는 것이다. 프랑스 여성 오드리 그라지아데이(24)씨는 "욕실 바닥이 젖으면 미끄러워서 무척 위험한데도 한국의 모든 욕실에 독립적인 샤워 공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 숙소에서 외국인들이 느낀 두 번째 불편은 '방바닥에서 자는 것'이었다. 10명이 이렇게 말했는데, "요를 깔고 자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역시 허리가 무척 아팠다"고 했다. "방 전체가 따뜻해지는 온돌은 신기했다"는 대답도 있었다.

외국인들은 모텔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들은 "모텔은 많은데 잘 만한 곳은 없었다"고 했다. "호텔이라고 해서 들어갔더니 방에 창문이 없고 조명이 어두웠다", "나에게 '방을 몇 시간 쓸 거냐'고 물었다. 당연히 하루를 묵으러 갔는데 말이다." 미국인 크리스 버트(49)씨는 "한국 모텔에 잠을 자려고 온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해운대의 허름한 모텔에서 1박에 20만원을 요구받은 사람도 있었다.

이 밖에도 배낭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너무 부족하다고 6명이 지적했다. "저렴한 숙소를 찾기 힘들고 인터넷에도 정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었다.

"휴지가 왜 화장실 밖에 있죠?"

100명 중 23명이 "공중화장실에 휴지가 없고 있어도 화장실 칸 밖에 있어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이런 불편은 특히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한 외국인들에게서 많았다. 이들은 "밖에서 휴지를 뜯어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는 게 영 어색했다", "휴지를 통째 가져갈까 봐 그러는 것이냐"고 말했다.

서양인들은 쭈그려 앉아야 하는 재래식 변기를 역시 불편해했다. 9명이 이렇게 말했는데, 이들은 "그런 화장실의 변기 레버는 너무 낮게 달려 있다. 손으로 누를지 발로 누를지 알 수 없었다", "물 내리는 장치가 없고 오로지 수도꼭지에 호스가 달렸었다. 무척 난감했다"고 말했다.

화장실의 '빈부 격차'를 지적한 외국인도 있었다. 미국인 필립 이글로어(35)씨는 "지하철 화장실에도 강남과 강북의 차이가 있다"며 "어떤 화장실은 놀랍도록 향기롭고 깨끗한데 어떤 곳은 너무 더럽다"고 말했다.

휴지를 변기가 아니라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해놓은 곳도 외국인 눈에는 낯설었다. 이들은 "그런 화장실은 중남미의 빈곤국가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음식점이나 주점의 '남녀 공용 화장실'을 보고 외국인들은 "오 마이 갓!"을 외쳤다. 이들은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니, 매우 충격적이었다. 몇번이고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이 많았지만 사용법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꽤 있었다. 여자 외국인 3명은 "한국 아줌마들은 언제나 화장실 줄을 무시하고 빈칸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버릴 데가 없어요"

한국의 길거리에서 휴지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외국인 100명 중 19명이 지적한 문제였다. 이들은 "쓰레기를 내내 들고 다니다가 호텔에 와서야 버렸다", "간신히 찾은 휴지통은 쓰레기로 넘쳐 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쓰레기통도 없는데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가"라며 "특히 여자 나체사진이 담긴 전단이 대학가에 뿌려져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부딪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들을 18명의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외국인들은 "부딪치기가 무섭게 가버린다. 특히 비 오는 날 우산에 얼굴을 많이 찔렸는데도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10년 전 한국에 왔었다는 뉴질랜드인 애덤 파슨스(30)씨는 "이런 무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노점이 너무 많고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인도가 너무 좁다"(11명), "인도에 오토바이는 물론 차까지 올라올 때는 정말 혼란스럽다"(11명), "술 취한 사람이 너무 많다. 노상방뇨나 토하는 사람도 많다. 경찰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7명), "어떻게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워도 제지받지 않는가"(6명),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차가 가로질러 가서 무척 놀랐다"(4명) 등의 대답이 있었다.

"왜 지하철에서 다들 뛰죠?"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고 환승역에서 뛰고 탈 때도 뛰어서 타고…. 외국인들은 "왜 한국인들은 지하철 구내에서 뛰어다니느냐"고 되물었다. 11명의 외국인이 그렇게 말했다. "줄 잘 서 있던 사람들이 지하철 문이 열리자 뛰어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다들 뛰기에 무슨 일이 난 것 같아 무서웠다. 알고 보니 지하철이 구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뛰는 사람을 보면 사고가 날까 봐 무섭고 불안하다"고 이들은 말했다.

붐비는 지하철 내에서도 밀치거나 발을 밟고 사과하지 않는 것을 7명의 외국인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미국인 브랜든 버랭코(20)씨는 "지하철에서 한 아주머니가 나를 발로 차기에 화를 냈더니 '하이, 하이, 생큐, 생큐'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했다. 지하철 내에서 외국인을 신기한 듯 쳐다보거나 손가락질하는 것도 당황스럽다고 6명이 말했다.

택시의 바가지요금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미국인 스티븐 웨버(37)씨는 "인천공항에서 이태원까지 택시를 탔는데 15만원을 냈다. 5만원이면 올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미터기에 표시된 숫자를 뻔히 아는데도 다른 금액을 부르는 기사들도 있었다고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외국인들이 느낀 불편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였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캄보디아 보다도 좋지 않다", "지하철 구내에 구걸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꽉 찬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한국의 지하철엔 시장만큼이나 가게가 많다", "지하철은 장례식장 같다. 다들 휴대폰을 보고 있거나 잔다"는 대답이었다.

"어떤 음식인지 알 수 없어요"

음식점에서는 여전히 영어 메뉴가 부족한 것이 외국인들에게 가장 큰 불편이었다. 13명의 외국인이 "도대체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어서 사진을 보고 고르거나 아무거나 추첨하듯 찍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식당에서 두 번째로 낯설어한 것은 "여기요!", "저기요!" 하며 종업원을 부르는 것이었다. 11명의 외국인이 이런 풍경을 "매우 무례하게 보였으며 다들 화가 난 사람들 같았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나중에 온 테이블에 음식이 먼저 나왔다. 친절하던 한국인 친구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고 말한 외국인도 있었다. "여기요!" 대신 탁자마다 있는 벨을 눌러 종업원을 부르는 것도 외국인(7명) 눈에는 신기한 것이었다.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반찬을 다른 사람과 나눠 먹는 것이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빙수를 나눠 먹는 한국인들을 보고 '한국인은 주식도 나눠 먹고 후식도 나눠 먹는다'는 걸 알았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반찬이 한꺼번에 나오기에 먹으면 돈을 더 내야 하는 줄 알고 못 먹었다. 4인분을 시키면 10인분은 나오는 것 같다"고 대답한 이도 있었다.

외국인들이 식당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이 밖에도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것"(4명), "신발 벗고 앉는 식당.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4명), "테이블 위에 수저와 물컵이 비치돼 있는 것은 비위생적인 듯했다"(3명) 순이었다. "부대찌개는 왜 1인분을 시킬 수 없나", "한국은 커피가 밥보다 비싸다", "식탁 위에 화장실 휴지가 있어 깜짝 놀랐다" 등의 대답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 술집, 너무 시끄러워요"

100명 중 13명의 외국인이 한국의 주점은 "너무 시끄럽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술잔을 부딪치기에 깜짝 놀랐다. 조금 있다가 똑같은 행동을 또 했다. 그 괴성은 '위하여'였다", "한국인들은 술만 마시면 게임을 한다. 술을 마시려고 게임을 하는지 게임을 하려고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한국 술집에서 조용히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외국인들은 말했다.

서양 바와 달리 안주를 꼭 시켜야 하는 것도 외국인들에겐 낯선 경험이었다. 모두 10명이 "술만 마실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술보다 안주를 먹으러 오는 듯했다", "한국인들은 식당에서도 술을 마시고 술집에서도 밥을 먹는 것 같다"는 대답이었다. 주점에 금연구역이 따로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가 여자 손님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도 외국인 눈에는 불가해한 일이었다. 미국인 애런 그레이슨(28)씨는 "이것이 소위 '부킹'이란 것을 나중에 알았다. 처음엔 그 여자들이 몸을 파는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폭음 문화도 무척 낯선 광경이라고 했다. 미국인 데이비드 갤던(29)씨는 "한국 친구 회식자리에 간 적이 있는데 25명이 소주 60병을 마셨다. 한국인들은 정말 술을 많이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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