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우괴담' 네티즌 수사 나섰다

2011. 7.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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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체적 기준 밝히지 않은 채 "악의적 허위사실을 유포자 엄정수사"

공교롭게도 조선일보 '인터넷 괴담' 보도한 날 수사 방침 밝혀

'수방 예산 1/10 삭감'을 괴담으로 규정하는 데 대한 반박 이어져

 경찰이 서울 등 중부지방의 집중 호우 피해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괴담'을 인터넷과 트위터에 올린 네티즌들을 수사하겠다고 밝혀 과잉수사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폭우사태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인터넷 등에 근거없이 떠도는 허위사실을 무분별하게 퍼나르는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허위사실 무분별한 퍼나르기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방침은 "이번 강수에 대비한 도시는 없을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28일 '천재론' 주장과 네티즌들이 "비 피해를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괴담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난무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29일치 '인터넷 괴담' 보도 당일 나왔다는 점에서 수해관련 인터넷 여론 차단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염경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 수사에 대해 "시대착오적이고 유치하다"고 비판했다. 염 처장은 "이번 서울시의 비 피해는 오세훈 시장 치수정책의 실패가 드러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서울시가 이런 여론이 왜 일어났는지 반성하고 사과했다면 (오세이돈, 무상급수 등) 풍자와 비난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5년간 서울시 수방예산 10분의 1 삭감'이라는 우리 단체의 자료를 퍼나르기 한 네티즌을 수사를 한다면 우리 단체를 먼저 조사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가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은 지난 5년간 1794억원에서 3436억원으로 증가했다", "수해방지 예산은 하수도 특별회계(1181억원)와 재난관리기금(2194억원), 일반회계(61억원)를 합친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한 말" 등 서울시의 해명을 그대로 인용해, 인터넷과 트위터에 유포된 '수방예산 10분의 1 삭감' 주장을 괴담으로 치부한 데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강희용 서울시의원(민주당)은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서울시가 수방예산의 근거로 제시한 하수도특별회계와 재난관리기금은 직접적인 수해방지 예산이라기보다는 사후적 기금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울시환경연합 주장이 맞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하수도특별회계예산은 하수관 신설과 노후하수관 교체 등에 필요한 예산이고 재난관리기금도 말그대로 수해피해가 났을 때를 대비한 예산"이라며 "2010년도 서울시의 직접적 수방예산은 물관리국(현 도시안전본부)이 성과목표로 제시한 빗물저류조 설치, 빗물펌프장 시설능력 향상 항목에 66억원이 반영된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경찰의 수사 방침에 대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여론전파 속도가 워낙 빠르고 민심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만 부정확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자정능력이 있다고 믿는다"면서 "경찰이 일일히 트위터와 인터넷 발언에 자의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건강한 여론형성을 위해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도 '66억 주장'을 한 것으로 드러나 강 의원과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시 현 의원은 "서울시내 111개 빗물펌프장의 시설용량 거의 대부분이 집중호우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 수해방지를 위한 서울시 일반예산은 점점 줄어 66억원에 불과해 말뿐인 대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조선일보>는 "광화문 물난리는 청계천 공사가 화근"이라는 네티즌의 주장에 대해서도 서울시 해명을 근거로 괴담의 하나로 지목했으나 이는 방재전문가의 주장에 근거한 것이어서 허위사실로 단정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계천공사 책임론은, 방재전문가인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가 28일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경복궁 동쪽에 삼청동 계곡의 물이 광화문으로 내려오고, 서쪽 인왕산 물이 또 광화문으로 내려오고, 그 다음에 사직공원 쪽도 전부 내려오고 다 모이게 됐다. 배수계획에서는 물을 모으면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확산됐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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