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지난 6월 사진 보니 '예견된 인재'

2011. 7. 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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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폭우로 토압 못 이겨 생긴 일" 환경연합 "산사태가 폭우탓? 난개발 원인 '인재'"

[미디어오늘 안경숙 기자]

서울시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이 구청이 조성하고 있는 생태공원 등 잦은 공사 때문이라는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우면산 인근 주민들은 "구청이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등산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나무를 뽑고 산을 깎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는데, 이후 당국이 대책을 제대로 마련했다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참사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에 가깝다는 얘기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지난 6월18일 우면산 공사 현장. (사진제공=서울환경운동연합)

서초구청은 이같은 주민들의 항의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면산은 대부분 사유지라 구청이 임의로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조 서초구청 자연생태팀장은 "말이 생태공원 공사지, 주민들이 논농사를 짓지 않게 되면서 관리가 안되고 있는 저수지를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보강한 정도"라며 "작년에 산사태가 난 곳은 지금 70~80% 가량 보수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 거의 토사 유실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우면산은 대부분이 사유지라 구청이 임의로 나무를 베거나 뽑을 수 없다"며 "등산로 개설하고 이정표 세웠다고 40억원의 부당 이득금을 내놓으라는 소송까지 걸려 있는데 어떻게 마음대로 산을 건드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예년보다 비가 자주 내린 데다 100년 만의 폭우로 토압이 증가해 생긴 '천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초구가 이번 산사태를 '천재'로 몰아가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게 환경 전문가의 얘기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우면산은 산책로 개발, 임도 개발, 간벌 등으로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였다"며 "특히 지난해 9월 있었던 태풍 곤파스의 피해를 복구한다며 곳곳을 파헤쳐 놓았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6월18일 우면산 공사 현장. (사진제공=서울환경운동연합)

염 처장은 또 "한국의 산은 대부분 화강암 지대로, 암반(화강암) 위의 흙 두께가 대부분 1m 정도밖에 안 된다'며 "따라서 나무로 덮여있을 때는 그나마 비를 머금는 등 안정성을 유지하지만, 흙이 노출돼 있을 때는 빗물이 곧바로 스며들면서 암반을 따라 흘러내리는 현상이 발생해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다"고 강조했다.

염 처장은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냐 인재냐를 가리려면 강우량이 설계를 넘어설 정도로 많았는지 등을 봐야 하는데, 이번에 관악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서울지역 하수도설계기준인 시간당 75mm를 넘지 않았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똑같이 침수 피해가 되풀이된 것은 서울시의 근본적인 치수 능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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