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기만 하면 100년 만의 폭우..정말?

2011. 7.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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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추석 물난리에도 같은 표현…기상청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또 100년 만에 폭우라고요? 지난해 추석 물난리 때도 100년 만에 폭우라더니…"

 이번 폭우사태를 보도하는 언론의 '100년 만의 폭우'라는 표현에 대해 누리꾼을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비가 많이 올 때마다 '100년 만의 폭우'라고 보도함으로써 폭우를 천재지변으로 몰고 수해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100년 만의 폭우'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일까.

 기상청은 "100년 만의 폭우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상청이 밝힌 강우 통계를 살펴보면, 27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 301.5㎜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98년 8월8일 서울 강우량 332㎜ 이후 최고 기록으로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서울에서 가장 비가 많이 내렸을 때의 기록은 1920년 8월2일 기록한 354.7㎜다.

 27일 하루 동안 서울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 통계를 봐도, 오전 8시56분부터 9시55분까지 기록한 59㎜가 최대다. 1937년 7월31일 역대 최고를 기록한 서울 지역 시간당 강수량 146.9㎜에 비하면 한참 못미치는 기록이다(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측정). 

 기상청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998년 이후 13년 만의 최대 폭우'라는 표현은 쓸 수 있고 '100년만의 폭우'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기상청은 '100년 만의 폭우'라고 밝힌 적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27일 기록적인 수준의 폭우가 쏟아진 것은 맞지만 '100년 만의 폭우'라는 말은 부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다만 7월로만 한정해 말하면 27일 역대 최대 강우량이 맞다. 1907년 10월1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7월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기록은 1987년 7월27일 294.6㎜다. 27일 301.5㎜의 비가 내렸으므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100년 중 최대 강우량의 비가 27일 내렸다. 이 때문에 기상청 관계자는 "'100년만의 폭우'라는 표현을 쓰려면, 7월에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왜 뭉뚱그려 '100년 만의 폭우'라고 보도하는 걸까. 그것은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백년 빈도의 기록적인 폭우'라고 적어낸 보도자료를 제대로 해석하지 않고 보도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시는 "서울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다"며 "27일 08시 관악 지역에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시간당 110.5㎜의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고 밝혔다. 우면산 산사태가 벌어진 서초구청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100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오전 6시50분부터 8시50분까지 2시간당 최대 강우량 164㎜로써 100년 빈도인 2시간당 156.1㎜보다 많이 내려 피해가 훨씬 컸다"고 주장했다.

 '1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는 말은 '100년 만의 폭우가 내렸다'는 말과 다르다. '100년 빈도 폭우'는 일종의 재해대비와 구조물 설치 등을 할 때 활용하는 개념이다. 사방협회(산림청 사방사업법에 의해 마련된 특수법인) 관계자는 "이 정도면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양이라고 임의로 설정한 것이 '100년 빈도 폭우' 개념인데 이 개념을 기준으로 댐과 같은 구조물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은 지자체마다 다른데 서초구의 경우 시간당 100㎜ 정도의 폭우가 내리면 '100년 빈도의 폭우'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서초구청은 그러나 보도자료에 '100년 빈도의 폭우'라고 적어놓고 제목에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고 적었다. 언론도 별다른 검증 없이 '100년 만의 폭우'라고 보도해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이렇게 언론이 정확한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인터넷상에는 다양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남경'(http://blog.daum.net/malnanum/234)이 2010년 9월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은 지금까지도 누리꾼의 발길이 이어지며 성지순례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누리꾼은 '102년 만의 최대 강수량! 언론의 사기인가? 기상청의 사기인가? 권력의 사기인가?' 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4년 9월1일 268.2㎜ 광화문 멀쩡…1998년 8월 8일 332.8㎜ 광화문 멀쩡…2010년 9월21일 259.5㎜ 광화문 침수"라고 적으며 "언론이 102년 만의 최대 강수량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2009년 광화문 광장이 만들어진 뒤, 2010년부터 2년 연속 광화문 일대가 침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 '잉여공책'도 28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폭우일 뿐 100년 만의 폭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http://noteing.tistory.com/260)

 기상청 관계자는 "언론이 정확한 표현을 써야 시민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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