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독립군 토벌안했다" KBS 제작책임자 궤변

2011. 7. 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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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국장 "백씨 친일파 주장은 오해"…"친일방송도 모자라 이젠 면죄부 주려하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친일파 백선엽씨를 전쟁영웅으로 둔갑시켜 국민적 공분을 샀던 KBS의 제작총괄 책임자가 '백선엽은 독립군을 잡아죽인 적이 없다'고 발언해 KBS 안팎에서 "친일파 미화 방송도 모자라 이젠 친일행위에 면죄부까지 주려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3일 KBS 새노조는 지난 7일 열린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지난달 24~25일 백선엽 다큐('전쟁과 군인') 2부작을 내보낸 KBS의 총괄책임자인 최재호 KBS 춘천총국 편성제작국장이 "백선엽은 우리가 오해하는 것처럼 그렇게 친일파는 아니다"라며 백씨의 친일행적 덮기에 적극 나섰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가 이날 발행한 노보에 따르면 최재호 국장은 당시 공방위에서 "반민특위에서 친일파를 분류하게 됐는데…백선엽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민족주의자 조만식의 비서로 활동했다. 또 백선엽이 친일로 분류된 건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나중에 등재한 거 아닙니까"라고 발언했다.

최 국장은 또 백씨가 간도특설대에 있을 때 독립군을 토벌한 것과 관련해 "백씨에게 물어보니까 '그건 자기 선배들이 그런 얘길 했다는 것이지 본인이 한 얘기는 아니라고 했다"며 "백씨는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가서 간도특설대에 발령나 근무하게 돼다. 지원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 백선엽 다큐

백씨의 간도특설대 시절 행적에 대해 최 국장은 "백씨가 간도특설대에 갔을 때인 43년도엔 독립군은 없고 독립군을 잡아 죽인 것이 없다, 상황이 다 끝나가고 있었을 때"라고 했다.

이 같은 최 국장의 주장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최소한의 사실확인도 않고 친일파를 미화하다 못해 이젠 적극 두둔까지 하는 것이냐"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 사실 왜곡 "백씨 자필 회고록에도 나오는 내용을 왜곡"

무엇보다 최 국장의 주장은 역사적 사실을 결정적으로 왜곡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반민특위 조사당시 백씨가 대상에서 빠졌다'는 주장의 경우 실제 당시 반민특위는 '군인집단' 전체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했었다. 당시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대거 고위장성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집단의 반발과 저항 등으로 조사 대상에서 아예 빠진 것이지, 백씨의 '친일행적'이 문제가 되지 않아 빠진 것이 아니다.

독립군들을 잡아죽이지 않았다는 주장의 경우도 백씨의 회고록, 자필 일본판 서적, 신문사 연재 기고문 등 곳곳에서 이미 조선인 독립군(게릴라에 섞인 많은 조선인)을 추격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간도특설대를 자원해서 간 게 아니라 발령받은 것이라는 주장 역시 전형적인 왜곡이다. 백씨가 자원 입대한 만주군관학교의 조선인들은 대부분 간도특설대로 발령이 났다.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한 자체가 간도특설대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간도특설대에 갔던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13일 "국민적 논란을 낳은 친일파 미화 프로그램의 책임자가 인식 마저 친일파를 두둔하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울 뿐"이라며 "과연 이런 분이 공중파에서 일을 해도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 백선엽 다큐

박 실장은 "간도특설대에 발령받아 갔다는 얘기는 한마디로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며 "자기 마음대로 가는 군대가 어디있느냐. 봉천 만주군관학교 조선인 대부분은 간도특설대로 갔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나 그런 주장을 편 것인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1943년부터 45년까지 독립군이 없었다는 주장 역시 심각한 역사왜곡이자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그 시기는 오히려 간도특설대가 간도 지역 주변인 '열하성' '하북성'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힌 시기였고, 이 때 간도특설대는 '철석부대'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가장 악명을 떨치던 때였다는 것. 박 실장은 "그 당시에 항일무장부대와 민간인을 잔혹하게 학살하고, 임산부 배를 가르는가 하면, 시신의 장기를 도려내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며 "중국 공안자료와 연변자치주의 자료에 자세히 기록돼있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다 끝났다는 주장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민족문제연구소 "이명박 정부때까지도 활동한 규명위도 백씨 반민족행위자 분류"

한낱 시민단체에 불과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에 백씨를 등재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박한용 실장은 "이명박 정부 때까지 활동했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도 백씨를 '항일무장독립운동 세력을 탄압하던 간도특설대에서 탄압활동을 전개했고, 팔로군을 토벌하는 작전에 종사했다'면서 적극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판단했고, 관보에도 게재돼 있다"며 "지난 4월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인사 19명에 대해 서훈 취소조치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최 국장에 대해 "본색이 다 드러난 것"이라며 "제작책임자라는 사람이 백씨가 간도특설대 근무한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기초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어떻게 제작을 밀어붙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KBS 새노조도 "KBS 경영진은 백씨를 친일파가 아닌 단지 후세에 일부 세력에 의해 친일이 덧씌워진 인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친일파 미화 프로그램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강행한 것"이라며 "수많은 안팎의 비판에도 방송강행을 한 데엔 이처럼 몰역사적 인식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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