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늦게 먹자 "반찬 먹지마라"..따돌림에 자살

2011. 7. 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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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판결문으로 본 '기수열외' 사례

해병대의 '기수열외'는 수년 전에도 있었고, 이번 총기참사가 일어난 해병 2사단 말고 다른 사단에서도 벌어졌다.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이에 법원은 지도·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국가에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김아무개(사망 당시 19살)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해병대에 입대해 2007년 9월 해병대 해안경계부대 양남중대 대본소초에 배치됐다. 따돌림과 가혹행위는 부대에 배치되자마자 시작됐다. 선임병은 김씨가 소대의 선임기수 등을 외우지 못하고 목소리가 작다며 수시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얼굴 등을 수십 차례 때렸다.

김씨는 후임병들이 보는 앞에서 선임병한테 "이 ××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후임 보기에 부끄럽지 않냐. 너는 선임 대접 받을 생각 하지 마라. 이 ××는 완전 병신이니까 앞으로 너희가 가르쳐라" 등의 욕설을 들었다. 김씨는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선임병들은 김씨가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후임병들이 보는 앞에서 "너는 앞으로 반찬도 먹지 말고 밥만 먹어라"고 말한 뒤 식사 때마다 밥을 조금만 먹으라고 강요했다.

김씨가 자살을 선택한 2007년 12월4일에도, 선임병의 지시에 따라 저녁식사 시간인데도 혼자 생활반 안에 대기해야 했다. 이에 2008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은 "폭행·가혹행위 등을 예방하고 지도·감독을 통해 자살을 막지 못했고, 총기·탄약 관리 규정을 위반해 자살을 가능하게 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국가는 유가족에게 4300여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해에, 이번 총기참사가 벌어진 같은 부대에서도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한 병사가 정신질환을 앓다 2층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명아무개(24)씨는 2005년 해병대에 입대해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장대에 배치됐다. 하지만 내무반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결국 2006년 4월 해병대 2사단 8연대 1대대 2중대로 부서를 옮겼다.

새 부대에서도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내성적이고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주 욕설을 들었고, 군홧발로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명씨는 2007년 8월 6m 높이의 계단에서 떨어졌고,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명씨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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