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vs 유시민, '한미 FTA 비준 문제'

이숙이 기자 2011. 6. 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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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노당·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대담집 < 미래의 진보 > 가 6월15일 출간된다. < 민중의 소리 > 이정무 편집국장의 사회로, 우리 사회의 핵심 쟁점에 대해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누는 형식이다. 이번 대담집을 위해 두 사람은 세 차례에 걸쳐 10시간가량 얼굴을 맞댔고, 못 다한 대목은 사회자와 두 대표 간의 개별 인터뷰로 보완했다. < 시사IN > 은 원고를 미리 입수해, 한·미 FTA, 재벌, 북한 문제 등 통합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는 3대 핵심 쟁점에 대한 내용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쟁점 1:한·미 FTA

한·미 FTA는 유시민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다. 유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한국·미국 FTA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라는 견해를 고수해 진보 진영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 4·27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한·미 FTA 비준을 사실상 반대하는 야 4당 정책합의문을 채택해 '말을 바꿨다'는 비난을 받았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한·미 FTA를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유 대표는 이번 대담에서 자신의 견해가 바뀌게 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진보 진영에 대한 섭섭함을 가볍게 드러내기도 했다. 유시민:

(한·미 FTA에 대한 주장이) 바뀌었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저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저는 통상 개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이 통상 개방이라는 것이 도덕적으로 선하다거나, 또는 보편적으로 옳다거나 이런 문제를 넘어서서 이미 한국은 이른바 '스몰 오픈 이코노미(small open economy)', 그러니까 소규모 개방 경제로 와 있고 국민경제의 모든 구조가 개방 체제에 적응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2006년의 그 시점에서 미국과 FTA를 추진해야 하느냐?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FTA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그 시점에, 하필이면 미국이라는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것, 더구나 협상의 주요 내용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했기 때문에, 만약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 FTA를 하자는 결정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받아서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던 2006년 초에 한·미 양국에서 전격적인 협상 개시 선언이 나왔단 말이지요.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당시에 정무적으로 판단해볼 때 돕는 것이 합당했습니다. (중략) 시계를 2011년으로 돌리면 그 사이에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부문을 비롯해서 몇 군데 심각한 양보, 또는 미국 측 요구의 일방적 수용으로 협정문이 바뀌었지요. FTA는 사실상 국제 비즈니스의 성격을 띠는 협정이라고 했을 때 이것은 양국 간의 이익이 심각하게 일방으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사회

(이정무):유 대표께서는 당시에 대통령이었다면 안 했을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유시민

:(중략) 노 대통령께서 이렇게 생각하신 면이 있습니다. 길게 내다볼 때 잘 개방된 작은 국민경제를 가진 한국이 이 흐름을 타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고 본다면 결국 어느 시점엔가 하게 될 거라는 판단, 어차피 하게 될 것이라면 좀 선제적으로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판단, 기왕 선제적으로 할 것이라면 자본주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해버리는 게 아예 낫지 않겠느냐고 판단했던 겁니다. 이 판단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다툴 여지가 있어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게 판단하셨습니다. '기왕 할 거라면 내가 집권하고 있을 때 협상을 하는 것이 그 결과가 조금이라도 낫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사명감을 가지고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제 스타일로는 못했을 것 같아요.

사회

:민주노동당이나 진보 진영이 FTA를 무조건 반대한다는 선입견도 꽤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FTA를 바라보는 이정희 대표의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뉴시스 참여정부 시절 추진한 한·미 FTA에 대해 민노당은 반대했고(위) 유시민 당시 장관은 찬성했다.

이정희

:일단 FTA라는 형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겠죠. 어떤 FTA냐, 내용이 무엇이냐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국·칠레 FTA부터 시작해서 여러 FTA를 체결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국회의 비준 동의 과정에서 늘 문제가 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먼저 식량 안보 문제. 대단히 큰 문제지요. 국제사회에서 곡물 가격이 폭등하는 위기가 왔을 때 이것에 대처할 수 있는 '안보' 차원에서라도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민들이 생존하고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공공정책에서 입법 권한들이 보장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좋고 가까운 예가 SSM 규제법인데, 간신히 지식경제부를 설득해서 SSM 규제법을 만들어놓았더니, 이 법과 한·EU FTA 협정문이 정면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사법주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국제조약은 헌법 아래에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의 공공정책이 이른바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제)를 통해 내국 법원이 아닌 국제 분쟁에서 최종으로 심판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유시민

:이 대표께서 말씀하신 원칙에 대해서는 저도 공감을 합니다. 한 가지 덧붙여두고 싶은 것이 진보 진영의 '최대주의'입니다. 한 열 가지가 있다고 치고, 이 중에서 서너 가지는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런데 이게 다 적이 됐습니다. 다 같아야 같은 편이 되고, 한두 개라도 다르면 적이 되는 문화가 진보 진영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이걸 잘 몰랐어요. 솔직히 잘 알았다면 그런 일들을 안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숙이 기자 /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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