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경찰관 앞에서 브래지어 벗고 조사 받았다"

2011. 6. 15. 16: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반값등록금' 집회서 연행된 학생들 '인권침해' 들어보니

반말·비아냥…"묵비권은 한명숙 같은 거물이나 하는거야"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했다 연행된 학생들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 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경찰이 여학생의 상의 속옷(브래지어)을 벗게한 뒤 수사를 진행하고 남자 경찰관 앞에서 조사를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학생들의 인권위 진정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과 15일 직접 통화를 나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이 여학생들의 상의 속옷을 벗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한대련은 상의 속옷을 벗도록 요구받은 여대생은 총 4명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유치및 호송규칙>에는 "살인, 강도, 절도, 강간, 방화, 마약류, 조직폭력 등 죄질이 중하거나 근무자 및 다른 유치인에 대한 위해 또는 자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유치인에게 탈의막 안에서 속옷을 벗고 신체검사 복장으로 갈아입도록 한 뒤 위험물등의 은닉여부를 검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

 또 경찰이 학생들이 인권위 진정 안내문 열람을 거부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경직(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3학년)씨는 "인권위에 인권침해를 진정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달라고 했을 때 이미 경찰은 인권위 안내문에 '날인거부'라고 써놨었다"며 "학생들이 마치 인권위 안내문 읽는 것을 거부했던 것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대학생들의 변호인 접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도 드러났다. 박현서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씨는 "유치장 안에서 경찰에게 변호인 접견을 요구했지만 경찰이 변호인과 직접 연락을 취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학생들은 경찰이 반말로 조사를 진행했고, 일부 경찰은 성희롱성 행위를 하고도 학생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유치장 안에 누워 있던 학생들을 발로 차 깨웠다는 주장은 '손으로 머리를 쳐서 깨웠다'는 설명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유치장 규칙에 따라 자해행위를 할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속옷을 벗게한 뒤 신체검사를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브래지어를 벗게하고 수사까지 받게 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또 "경찰이 피의자에게 인권위 진정 절차 안내문을 보여주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대학생들이 안내문을 읽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처럼 (안내문에) '날인거부'라고 미리 써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등록금넷과 인권연대 등은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경찰이 대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해 수사를 벌였다며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대학생들과 나눈 인터뷰를 최대한 원문 그대로 재정리한 것이다.

#ㅎ 대 철학과 여대생

"10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연행돼 광진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유치장에 들어갔을 때 여자경찰 한명이 배치돼 신체검사를 했습니다. 경찰은 제가 자해행위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속옷을 벗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이게 법이라니까 순순히 (브레지어 등) 속옷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은 브레지어를 모두 착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경찰에 항의했더니 저만 (속옷을) 벗게 했다고 그제서야 알려주었습니다. 경찰 개인의 판단에 따라 벗게 할 수 있게 요구한다고 하더군요."

광진경찰서는 15일 광진경찰서 누리집에 글을 올려 "해당 학생이 말수가 적고 종이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는 등 감성적인 행동을 했고, 화장실에 들어가 인기척 없이 오랫동안 스타킹을 벗어 돌발행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속옷 탈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학생에게) 스스로 브래지어를 벗도록 했고 강압적으로 벗긴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제가 화장실에 오래 있었던 건 사실이예요. 당시 짧은 바지에 스타킹을 입고 있었는데 유치장에서 계속 스타킹 신고 있을 수 없으니까 벗으려 했던 겁니다. 시간이 좀 걸렸는데 경찰이 밖에서 뭐하냐고 계속 묻더라고요. 제가 스타킹을 보여주면서 이상한 행동 안한다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종이에 무언가를 쓴 이유는 뭔가 기록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친구들이 등록금때문에 죽어가는 것에 항의한 것때문에 폭력진압을 당하는구나' 하는 순간의 감정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사람은 기록을 반추하며 성장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어 어안이 벙벙합니다. 경찰 개개인이 원망스럽다기보다는 이런 잘못된 법과 잘못된 법의 집행을 강요한 경찰 간부들이 원망스럽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사회 질서가 굉장히 폭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유치장에 들어오면 정확한 법률을 설명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4학년)

"10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하다 송파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저는 법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를 접견할 수 있다는 권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저를 다짜고짜 유치장에 입감시키더니 변호사와 연락을 취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계속 항의하자 경찰은 그제서야 변호사 연락처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경찰을 믿을 수 없어 제가 직접 연락을 하겠다고 했는데 경찰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경찰은 제 휴대폰을 압수해 조사하려고 했습니다. 수색영장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는데 경찰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제가 소리를 지르면서 소란을 피우자 수갑을 채우려 했습니다. 나중에 수색영장을 살펴보았는데 경찰의 자필로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시위 주최자를 밝혀내야 해서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다.' "  

#정경직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3학년)

"10일 연행된 뒤 관악경찰서 유치장에서 잠을 잤습니다. 일어날 때 유치장을 관리하는 경찰이 머리를 손으로 치면서 깨웠습니다. 그냥 깨우면 되지 왜 머리를 치냐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별 대꾸를 하지 않고 유치장을 나가버렸습니다."

 "인권위에 이 사실을 진정하겠다고 말하자 경찰이 그제서야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는 절차가 적혀 있는 안내문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안내문에는 유치장 입감자가 안내문을 읽었다는 서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그 안내문에 저희가 이미 '날인을 거부했다'고 써놓았습니다. 저희는 본적도 없는 안내문이었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묻자 경찰은 '이제라도 봤으니 서명을 하라'는 말뿐이었습니다. 경찰은 이후 에이포(A4)용지 한장을 주었습니다. 유치장 안에 네명의 대학생이 있었는데 종이 한장에 모든 내용을 다 쓰라고 요구했습니다."

#김남균(국민대학교 법학과 2학년)

"5월 29일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뒤쪽에 서 있다 동대문 경찰서에 연행됐습니다. 연행된 뒤 사이버수사팀에서 1차 조사를 받을 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동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이 들어와 제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만지면서 어깨를 주물렀습니다. 제가 불쾌해서 '하지 말라'고 하자 수사과장은 사과하는 대신 '왜, 싫어?'라고 말할 뿐 옆에 조사 받는 학생들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수사과장에게 항의했습니다. 수사과장으로부터 들은 말은 '등록금때문에 힘든건 알지만 불법시위 하면 안된다'는 말이 전부였습니다."

"수사과정에서 인격 모독성의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경찰이 제게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을 때 제가 대답을 거부하자 경찰은 제게 '북한 간첩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후 또 경찰은 제게 '에이(A)급 시위 주동자라서 취업할 때 피해 생길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묵비권을 행사했습니다. 저를 수사했던 경찰 나기홍씨는 '묵비권같은 나쁜 것은 어디서 배웠냐. 묵비권은 한명숙 같은 거물정치인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비아냥댔습니다. 또 '몽골 애들도 조사받으러 오면 다 이름을 말한다. 너희는 이름이 창피하냐. (파란색 상의를 입고 있는 것을 가리키며) 너희는 인디언이냐. 이런 걸 인디언이라고 말한다.'고 놀리듯 말했습니다. "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몇 번이라도 무릎 꿇겠다" 김여진 '내 마음이 들리니'완공뒤에도 '돈먹는 4대강'…연 유지비 2400억~1조원정몽준, 황우여 면전서 대놓고 "망국노"'파업 반성문' 써라·줄 맞춰 걸어라…아직도 이런 회사가?BBC, 케이팝의 가장 큰 문제 '노예 계약'흑갈색 메밀국수가 진짜?박카스·마데카솔 슈퍼서 살 수 있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