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 속 이 세상]"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하기엔 지금 20대는 너무 아프다

입력 2011. 6. 14. 21:24 수정 2011. 6. 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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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 대한민국 20대들의 풍경

젊은이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우골탑'을 넘어 '인골탑'이라 불리는 값비싼 대학등록금에 항의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2011년 여름의 초입, 한국의 20대들을 짓누르는 현실이 어디 등록금뿐인가요.

올초 사회적 현안이 되었던 홍익대 청소노동자 사태 때 대학생들의 '이기심'을 질타하는 어른들이 적잖았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외면한 대학생들도, 거기에 반대하며 엄마 같은 노동자들과 손잡았던 대학생들도, 모두 이 시대 젊은이들의 단면들이었습니다. 올들어 카이스트에서는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잇달아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사회의 압박감에 끝내 밀려난 가여운 청춘들이었습니다. 지금 20대의 처지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이들이 있기에, 무엇보다 젊음이 있기에 그들은 강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들의 손에 들린 촛불처럼.

경향신문 온라인에 '접속'된 20대의 현실과 목소리를 모아봅니다.

박건웅 풍자만화 < 삽질의 시대 > 중 '스쿨마트'(http://ppuu21.khan.kr/95)에서 발췌. 오늘날 젊은이들 간절한 소망은 '회사원 되기'

# 20대, 너무 아픈 청춘들

한 1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막내동생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동생은 이렇게 답했다. "…음…. 회사원?"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 있어도 시원찮을 나이에 장래희망이 '그냥' 회사원이라니? 혀를 끌끌차며 한대 쥐어박았다. 하지만 '회사원 되기'나 '취직하기'는 오늘날 20대 젊은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되었다.

며칠 전 집에 가는 길, 라디오에서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30대인 '서태지 세대'는 물질적 풍요와 문화적 풍요로움까지 함께 누린 세대다. 서태지의 '컴백홈'을 듣고 가출도 해보고, 진한 연애도 해보고, 해외 배낭여행도 해보던 세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을 하면서 사춘기를 뜨겁게 보냈지만, 386세대와 달리 개인의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쏟으면서 과도한 무게감을 덜어낸 '베짱이 세대'다. 하지만 오늘날의 20대는 다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경쟁에 매몰돼, 세상을 적들로 가득찬 공간으로 인식한다. 개인주의는 심화됐지만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고립'으로 변질됐다.

동생 또래의 친구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더이상 못 참겠다"고 뛰쳐나온 그들을 보면서, 서태지 세대의 막내뻘 정도 되는 나로선 미안하고 쑥스러워진다. 아마 그들 가운데엔 이번 기회에 첫 사춘기를 앓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까.

지금은 자라나 군에 입대한 막내동생에게 20대들의 움직임을 담은 신문기사들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동생이 제대할 때가 되어도 이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 동생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주어야 할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만 하기에 지금 20대들은 너무 아프다. < 이고은 기자의 '만나고 오는 길' (http://leegoeun.khan.kr/52) >

자취비용 아끼는 확실한 방법은 끼니 거르기

# 대한민국 자취생으로 사는 법

자취생들이 생활비를 아끼려면 어쩔 수 없이 일정액을 지불해야 하는 방세나 세금보다 식비를 줄이는 경우가 많다. 자취생들이 어떻게 식비를 아끼고 있는지 보자.

①끼니를 거르거나 줄인다. 식비를 아끼는, 확실하면서도 어려운 방법.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다. 비용절감효과★★★★★ 난이도★★★★★

②저렴한 가격의 학생식당을 이용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학생식당도 가격인상이 된 곳이 많아져서 비용절감효과가 다소 떨어지고 있다. 비용절감효과★★★★☆ 난이도★★☆☆☆

③밥은 자신이 하고, 반찬은 집에게 가져와서 먹는다. 집이 자취집과 먼 경우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 비용절감효과★★★★☆ 난이도★★☆☆☆

④라면, 샌드위치 등 인스턴트로 간단하게 먹는다. 비용절감효과★★★☆☆ 난이도★★☆☆☆

⑤패스트푸드를 사먹거나 저렴한 음식(자장면, 분식 등)을 배달시켜 먹는다. 시간을 절약하는 만큼 비용절감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다. 비용절감효과★★☆☆☆ 난이도★☆☆☆☆ < 서동균 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http://j.mp/mSMG3n) >

스펙 변변치 못한 계층은 계속 착취만 당할 것

# 성적에 목숨 거는 대학

왜 노동빈곤(워킹푸어)은 감소되지 않는 것일까? 왜 국민의 절반 이상이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일까? 돈이 있는 곳에는 그 돈을 자신의 창자에 혼자만 채우려는 누군가가 있다. 그 때문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외면받는다. 자신의 노동(스펙)을 팔아야만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사회에서 스펙을 추가하지 못한 계층은 소외될 뿐만 아니라 계속 착취당할 것이다. 지난해 헤럴드경제는 직장인 절반이 마지못해 회사를 다닌다는 기사를 실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전쟁 위기를 실감하고 비싼 졸업장을 따서 입성한 그 회사서 말이다. < 윤미화(농부·서평가)'파란여우의 뻥매거진' (http://pporoo.khan.kr/114) >

하숙집서 요즘엔 일요일 밥 구경조차 힘들어

# 고난의 하숙과 주거권

하숙집. 예전 토·일요일이면 하숙집 '엄마' '이모'는 삼겹살을 구워줬다. 점심은 옵션이 아니었다. 학교 식당 밥값도 아껴야 했던 학생들은 점심 때면 하숙집으로 돌아와 식탁보를 들췄다. 요즘 삼겹살은커녕 일요일엔 밥 구경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훈훈한 온기'도 점차 사라졌다. 하숙집 주인 탓만 할 수 있나. 이들도 딱한 사정이다. 구제역에 중동 사태에, 소비자물가와 기름값이 치솟았다. 물가 폭탄을 맞은 하숙집 주인의 서러운 심정도 헤아리며 그저 '고난의 하숙'을 이어가면 될까. < 김종목 기자의 '정동늬우스'

(http://media.khan.kr/727) >

2008년엔 촛불 외면한 나, 오늘은 촛불을 든다

# "같은 곳에 있었구나. 우리"

2008년. 나는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 촛불을 드는 방법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의사 표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어떤 수단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촛불' 아닌 '횃불'은커녕 성냥개비 하나 들어 올리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2011년 6월10일. 반값 등록금 촛불 집회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가 않았다. 아르바이트와 봉사활동을 마치면 9시가 훌쩍 넘을 게 분명했다. 갈등이 됐다. 사실, 나 한 명 간다고 갑자기 반값 등록금이 실현될 리도 없었다. 문득 3년 전이 떠올랐다. 3년 동안 어느 누구도 나한테 '어떻게 촛불 집회에 참가 안 할 수가 있느냐'고 책망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수없이 책망하고 있었다.

전경들과 '채증맨'들 주변을 돌고 돌아 청계 광장에 진입.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구호를 외치며 명동을 돌았다. 다음날에는 정오가 넘어서야 잠이 깼다. 친구의 전화. 시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친구는 휴학생인 내게 투정을 부렸다. "시험 공부를 하다가 10시 반에 버스를 탔는데 명동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거야. 버스가 거의 움직이지 못해서 새벽 1시 넘어서야 도착했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런, 나 그 무리 중에 한 명이었어." "하하, 같은 곳에 있었구나. 우리." 비록 내가 두 발로 유턴을 한 탓에 내 친구가 탄 버스는 몇십 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어야 했지만, 그날 내가 거리에 있었다는 사실은 친구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미안하지 않았다. < 김정윤 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http://j.mp/mx49n2) >

백수인 나, 아버지 위로가 왜 책망으로 들릴까

# 희망고문

공들인 자소서 덕분에 적성검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싶었다. 뭔가 될 거 같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벚꽃놀이 보러도 안 갔던 여의도로 향했다. 여의나루역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모두 경쟁자로 보였다. 토 나올 거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발표 날짜를 기다리는 하루하루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면접에 대비해 꾸준한 자료수집을 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슬픈 예감은 비켜가지 않는다. 희망고문 당한 느낌이다. 또 다시 다음 주면 어딘가의 서류전형 발표가 난다. 아버지가 위로 아닌 위로를 자꾸 하신다. 그냥 천천히 생각하라 하시는데 내 귀에는 '이 자식아 빨리 취직 안 하고 왜 만날 놀고 있냐'로 들린다. < 경향신문 '청년백수탈출기' 프로젝트 참가자 김태용(http://go2job.khan.co.kr) >

카드 돌려막고 사채 쓰다 결국 '마루타 알바'로

# 돈에 일그러진 20대의 초상

'신용카드 강간'이라는 끔찍한 용어는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신용카드 빚을 많이 졌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한 경험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의 잔인한 마케팅이 사회문제가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부터 소득이 불안정한 20대들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발급이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20대는 신용카드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상담 중 만난 어느 대학 졸업생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신용카드로 학자금 대출금을 상환하며 빠듯한 생활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이후 그 청년은 카드 돌리기를 반복하다 사채까지 쓰게 됐고, 불법 채권 추심까지 겪었다. 그 끔찍한 경험은 20대 청년을 제약회사의 약물 테스트 실험대상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만들었다. 일명 '마루타 알바'다. < 제윤경(에듀머니 이사)의 '안티재테크' (http://economy.khan.kr/37) >

[경향블로그]

[정태인 '모지리의 경제방'] '반값 등록금'의 경제학

[시론] 반값 등록금은 경품이 아니다

[김민아 칼럼] 청춘은 힘이 세다

[한기호의 다독다독] 우정도 사치인 '3포 세대'

[사설] 반값 등록금 촛불 민의에 분명히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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