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TV]현실과 드라마 사이

2011. 6. 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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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헌터 > 는 일본 작가 호조 쓰카사가 쓴 만화로 시작했다. 사립탐정 '사에바 료'는 1980년대 도쿄를 무대로 사회의 악을 물리치며 '시티헌터'로 활약한다. 만화 팬들은 사회악을 처단하는 냉철함과 인간적인 면을 동시에 품은 료에게 열광했다. 각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졌으나 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왼쪽)미스 리플리 |MBC 출처, 최고의 사랑 |MBC 출처

지난달 25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SBS 드라마 < 시티헌터 > 는 한국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재탄생된 한국판은 원작과는 시대적·공간적으로 달라졌고, 이에 따라 인물들 역시 한국에 맞게 재설정됐다. 첫 회에는 1983년 발생한 아웅산 테러사건이 등장했다. 아웅산 테러사건에서 희생된 북파공작원의 아들인 이윤성(이민호)이 2011년 서울을 무대로 활약한다는 새로운 설정이다. 사립탐정이 없는 한국에 맞게 이민성은 MIT 박사 출신 청와대 국가지도통신망팀 직원이 됐다.

드라마는 꾸며진 이야기지만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허구여야 한다. < 시티헌터 > 는 아웅산 테러사건으로 현실과의 끈을 잇고, '북파공작원'이나 '구청 비리사건' 같은 소재로 단단하게 묶었다.

현실에서 차용한 소재는 다른 작품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MBC 드라마 < 미스 리플리 > 는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성공을 위해 학력위조를 한 여주인공(이다해)의 집착과 욕망을 그린 작품. 이다해가 맡은 장미리는 우연히 만난 호텔 지배인 장명훈(김승우)에게 "동경대 졸업생"이라고 속인다. 미리는 동경대 졸업장을 위조하려 고군분투하고, 가짜 졸업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일에서 성공한 장명훈의 사랑과 지지를 받게 된다는 부분도 '신정아 사건'과 오버랩된다.

MBC 드라마 < 최고의 사랑 > 의 여주인공 구애정(공효진)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구애정은 10년 전 4인조 걸그룹 국보소녀로 활동하며 주목받았으나, 멤버 간 불화로 각종 추측과 스캔들만 남긴 채 해체한 후 전직 아이돌 '비호감 캐릭터'가 된다.

블로거 '닥터콜'은 2002년 있었던 그룹 샵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샵은 메인 보컬과 서브 보컬 간의 팀내 비중을 놓고 멤버 이지혜와 서지영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KBS < 뮤직뱅크 > 출연 거부와 폭행사건이 불거져 결국 해체했다.

시티헌터 |SBS 출처

질투심에 불탄 강세리(유인나)와 구애정의 갈등도 이와 흡사해 보인다. 실제 여성그룹 베이비복스로 활동했던 이희진과 더 빨강의 멤버였던 배슬기가 국보소녀 일원으로 나와 현실감을 높인다.

드라마가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시청자는 더욱 빠져든다.

시청자 백수미씨는 < 시티헌터 > 에 대해 "아웅산 테러사건이 실감났고, 사망자를 애도하는 당시 화면을 함께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면서 "실제 있었던 과거의 아픔을 되돌아보게 해 현실처럼 와 닿았다"고 평했다.

대신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미얀마 사람이라고 밝힌 아이디 'tuntunkyaw'의 시청자는 "아웅산 묘소 장면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점과 전 유엔 사무총장 우탄트의 묘소는 없고 사진만 걸린 점이 이상했다"고 지적했고, 박정수씨는 "폭발 신에서 대통령이 내리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폭약) 단추를 누른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올렸다.

< 박은경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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