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 보내느라'..저축 못하는 부부들

류난영 2011. 6.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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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대기업에 다니는 김동규(가명·42)씨 가족의 한달 평균 수입은 500만원 정도다. 김씨 가족은 처음에는 맞벌이를 했지만 지난해부터 김씨 아내가 아이 교육 문제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 두면서 저축을 거의 못하고 있다.

김씨 가족 월수입의 절반 정도인 250만원은 고스란히 7살 큰 아들과 5살 작은 아들의 사교육비에 들어간다.

김씨는 2년 전 아이 교육을 위해 빚을 내 상계동에서 목동으로 이사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큰 아들 재민(가명)이는 매주 화, 목요일 1시간씩 목동의 한 어린이 영어학원에서 개인지도를 받는데 한 달에 50만원 정도가 든다. 월, 수요일에는 태권도 학원, 산수 학원 등도 병행한다. 이렇게 큰 아이에게만 130만~150만원 정도가 나간다.

막내아들 승민(가명)이는 매주 월~금요일 영어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한 달에 들어가는 돈은 100만원이 조금 넘어가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교육비를 뺀 네 식구의 한 달 생활비는 250만원 정도. 이마저도 공과금과 경조사비, 부모님 용돈, 식료품비, 교통·통신비, 대출이자 갚는데 쓰고 나면 저축은 엄두도 못 낸다.

김씨는 "한 달 수입 절반가량을 아이들 교육비로 쓰고 있다"며 "남들 다 시키는 것을 안 시킬 수도 없고 불안해서 교육비는 줄이지도 못하고 대신 외식비나 다른 비용 들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 가운데는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아이 교육비에 쓰는 사람도 있다"며 "그 정도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내 아이에게도 해주고 싶다"고 심정을 밝혔다.

서울의 모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서지환(가명·35)씨 가족의 월수입은 350만원 정도다.

서씨가 4살 된 딸아이에게 한 달간 쓰는 사교육비는 150만~180만원 정도. 주중에는 대치동의 유명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유치원이 끝나면 영재학원과 미술학원도 보낸다.

서씨는 "적은 월급에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1년 전 부었던 적금도 깼지만 조기 교육이 중요한 탓에 영어유치원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돈 문제로 아내와 다툰 적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교육비에 절반 가까이를 쓰다 보니 한 달에 30만~40만원 정도 저축하면 많이 하는 편"이라며 "그나마 우리는 아이가 하나라 덜하지만 주변 신혼부부들 보면 거의 대부분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빚을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섣부른 영어 조기교육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한 영어교육과 교수는 "뇌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영어교육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해치고 사고능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며 "영어교육은 아이가 영어를 습득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를 생각하지 않고 섣부르게 시킬 경우 영어를 무조건 거부하게 되는 등 역효과만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도 "조기 영어교육은 모국어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아무리 영어유치원이나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쳐도 그것은 언어적 습득이 아니라 외우는 것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김씨나 서씨 가정처럼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아이 교육비에 사용하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실제로 가계 생활비 가운데 자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2010년 가계 금융조사'에 따르면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합한 교육비 지출은 가계 생계비 가운데 28.4%나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식료품비(23.2%), 병원비(15.0%), 대출금 이자(13.7%), 월세(5.7%)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교육비 등의 지출이 늘면서 가정의 저축률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은 2.8%로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저축률인 6.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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