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70시간 알바..1년 꼬박 일해야 한학기 등록금"

2011. 5. 3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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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스로 학비 벌려면

수업시간만큼 학원·과외…월 35만원 벌어 생활비만

폼나는 데이트 꿈도 못꿔, 졸업 뒤엔 빚쟁이 사회인

<한겨레>가 설문조사한 서울 ㅇ대학교 학생 대부분이 용돈이나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급 4000~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박상욱(남·가명)씨가 일주일 동안 수업을 받는 17시간과 똑같은 17시간 동안 과외, 학원강사 보조업무 등을 해, 쥐는 돈은 한 달에 35만원. 이렇게 1년 가까이 일하면 이 학교 등록금 375만원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박씨는 이 돈으로 지난 2학기 동안 받은 학자금 대출이자를 내고 생활비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

사귄 지 3달 정도 된 여자친구와 좋은 곳에서 데이트도 하고 싶지만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교정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박씨는 "한번은 전화요금을 못 내 전화가 수신밖에 안 되는 바람에 여자친구 전화요금이 16만원이나 나와 미안했다"며 "지금이야 괜찮지만 학자금 원금은 어떻게 갚을지 까마득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하숙을 하고 있는 김경아(여·가명)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지난해 학기 중 주말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급 4000원짜리 편의점과 4500원짜리 커피숍에서 하루 13시간을 일하고 일당 5만5000원을 받았다. 한 달이면 44만원 정도 되지만 학교 근처에서 가장 싼 편인 하숙집 방값(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런 식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9개월 내내 주말마다 13시간씩 일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딱 10년 전 박씨와 같은 학교를 다녔던 김성민(31·가명)씨는 2008년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 3년째 게임회사에 다니며 다달이 월급의 10%가량인 20만원을 학자금 대출금 상환에 쓰고 있다. 김씨는 모두 2000만여원을 대출받아 원금에 이자까지 다 갚으려면 5년이 더 남았다. 그는 "사회생활을 빚쟁이로 시작하기 싫어 시급 3000원짜리 서빙부터 한 달 20만원짜리 과외, 시체 닦는 아르바이트까지 안 해본 것이 없지만 도저히 안 되더라"며 "학자금 대출은 갚아도 갚아도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20년 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녔던 전경수(40·가명)씨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박씨는 "당시 등록금이 100만원이 좀 안 됐는데 방학 내내 일당 3만원짜리 건설현장에서 일하면 한 학기 등록금과 휴가비 정도는 벌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박씨는 또 "당시엔 학생식당 밥 한 끼가 500~700원이어서 시급 1500원짜리 서빙을 한 시간 하면 세 끼는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한 시간 일해도 한 끼밖에 못 먹지 않느냐"며 "요즘 학생들이 등록금에 취업 걱정까지 하느라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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