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軍의료체계..어머니의 절규

김승욱 2011. 5. 2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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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록 선수 어머니가 부럽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뇌수막염을 앓던 훈련병이 행군 복귀 후 타이레놀 2정만 처방받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는 연합뉴스 단독 보도 이후 사흘이 지난 19일 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날도 육군 전방부대에서 잠자던 현역 병사가 갑자기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전화를 건 사람은 숨진 김모(20) 일병의 어머니였다.

김 일병의 어머니는 지난달 27일 아들을 떠나보낸 후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서 흐느끼던 김 일병 어머니는 "기사로 아들 일을 접하는 것도 너무 힘듭니다.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가족의 슬픔이 너무 큽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통화를 마치고 잠시 뒤 김 일병 어머니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축구선수 신영록 어머니랍니다. 김○○일병엄마 드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프로축구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인 신영록 선수는 8일 경기 중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신 선수는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지만 가족의 목소리에 눈물을 흘리고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이는 등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

아들을 떠나보낸 자신에게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들 곁을 지켜줄 수 있는 신 선수의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부럽다는 절규였다.

다음날 아침 이메일 받은 편지함에는 김 일병의 누나가 오전 2시께 보낸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김 일병의 누나 역시 "왜 아픔을 들쑤시는지 화가 났습니다. 저희는 너무 아픈데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가볍게 말하는 게 너무나도 싫고 마음이 찢어졌습니다"라며 비통한 심정을 털어놨다.

김씨는 이어 "할 수만 있다면 군 전체를 바꿔서 동생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 일병의 누나는 "동생의 죽음이 헛되이 되는 것은 정말 바라지 않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저같이 슬퍼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일회성 기사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라"라며 부실한 군 의료체계를 심층적으로 파헤쳐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은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지닌다. 한창인 나이에 2년간 나라를 지키는 것이 국민의 의무라면 이들을 건강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군의 의무다.

그러나 김 일병은 지난달 27일 취침 중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약 3시간 만에 숨졌고 김 일병이 숨지기 사흘 전에는 육군훈련소에서 노모 훈련병이 뇌수막염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월에는 노 훈련병과 같은 소대 소속의 정모 훈련병이 중이염을 앓다가 부대에서 외진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일병 가족의 바람처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연합뉴스는 허술한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기로 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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