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전우회가 가스통 들지 않는 까닭은?

입력 2011. 5. 25. 12:40 수정 2011. 5.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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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성욱 사무총장 "미군 고엽제 매립 조사 지켜보겠다"

"사실규명 안되면 가스통 시위 넘어 분신사태 있을 것"

 "그들은 파월전우들의 권익을 외면한 전두환의 태도에는 분노할 줄 알면서도 피해보상에 냉담하기만 한 미국 정부와 제조회사에 대해서는 분노할 줄 모른다. 국내의 정치문제와 관련해 이념을 앞세우며 가스통을 들고 나오기는 했어도, 미국에 대해 고엽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적이 있는가?"

 파월장병 출신으로 '고엽제후유증' 판정을 받고 현재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지요하씨가 지난 23일치 자신의 기사에서 자신이 소속한 고엽제전우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캠프 캐럴) 주변 땅에 다량의 고엽제를 묻었다는 당시 그곳에 근무했던 주한미군의 3명의 증언이 나온 뒤에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고엽제전우회를 겨냥한 것이다. 실제 고엽제 전우회는 지난 19일 관련보도가 나온 뒤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 쪽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사태가 불거진 지 일주일이 돼가는 지금까지 흔한 성명서나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욱 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은 24일 <한겨레>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보도 다음날인 20일 회장단 회의에서 대책회의를 한 결과 고엽제 피해자인 우리들이 경거망동하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으므로 사실규명될 때까지는 신중하게 예의주시하기로 입장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군들의 태도를 볼 때 과연 그들이 미군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미칠 수 있는 고엽제를 영내 주변에 매립했을지 의심스럽다는 게 회장단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며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보도 자체를 의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고엽제 매립이 사실이라면 관련된 사람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사실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가스통 시위차원을 넘어서 회원들의 할복, 분신사태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그전에 풍문이라도 캠프 캐럴에 고엽제가 묻혀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전혀 없다. 나도 방송에서 처음 그런 내용을 들었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 나 자신도 1967년 12월부터 1969년 4월까지 월남에 파병돼 헬기를 타고 작전지역에서 고엽제를 6~7차례 뿌린 고엽제 피해자로서 (주한미군이) 맹독성 고엽제 250드럼을 한국에 묻었다면 초토화된다고 생각해서 분개했다. 그래서 그 이튿날 청와대 시민사회국장과 국정원 관계자에게 전화해서 사실여부를 문의했다."

 -반응이 어땠나

 "그들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기에 '우리를 우군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정확히 사실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행동을 보고) 우리들의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청와대쪽에서 고엽제전우회에 특별한 주문같은 것은 없었나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고엽제전우회쪽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했나

 "보도 다음날 회장단 회의를 했다. 시군지부에서 동요하고 있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실규명이 안된 상태의 보도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피해당사자인 우리가 경거망동을 하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캠프 캐롤 주변에 다량의 고엽제를 묻었다는 보도도 전면적으로 믿기 힘든 부분도 있다. 월남서 미군과 작전을 같이하면서 그들이 전우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는데 미군들이 자신들의 거주지역에 고엽제를 250드럼이나 묻었다는 게 솔직히 의심스럽다. 이런 의심은 회장단의 대동소이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고엽제 피해 당사자로서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 아닌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생각해달라."

 -고엽제 피해자가 <오마이뉴스>에 고엽제전우회의 행보를 비판한 기사를 쓴 것을 보았는가?

 "사실 관계를 잘 모르고 쓴 것 같다. 우리는 1999년 미국정부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20일간 백악관 등지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또한 미국 제대군인협회를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들의 항의활동에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언론들이 칠곡(캠프 캐럴)문제에 대해서는 난리를 치고 있니 굉장히 섭섭하다. 우리는 대법원에 6년째 계류중인 고엽제 관련 소송을 놓고 줄기차게 싸우고 있는데도 언론은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 물론 <한겨레>가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고엽제 보상관련 법을 제정하기까지 고엽제 관련 보도를 많이 해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칠곡문제로 인해서 우리 문제가 부각되겠구나라는 생각에서 새로운 사실규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고엽제전우회가 회원들의 권익옹호라는 본연의 활동목표보다는 지난해 6월 천안함사태와 관련해서 참여연대에서 가스통 시위를 하는 등 정치색 짙은 과격시위를 하는 정치단체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연대 관련 가스통 시위는 분단국가에서 우리끼리 해결하면 되는 문제를 유엔에 편지까지 보낸 행위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고 느낀 회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활동목표 중 하나로 안보활동과 호국함양 목적도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전시작전권 반환에 반대하는 활동을 많이 펼쳤을 때는 외부에서 물 한모금, 종이 한장이라도 갖다주려는 사람이 많았으나 현 정부들어서는 오히려 그런 지원활동이 뚝 끊겼다. 이제 보수정부가 들어섰으니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친정부도 반정부단체도 아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스통 시위는 고엽제전우회의 과격 이미지를 부각시킬 뿐 아닌가

 "가스통 시위는 살아남기 위해 어렵게 선택한 투쟁이라는 측면이 있다. 언론은 우리들이 규정과 순리에 따른 행동을 하면 아무도 다뤄주지 않다가 과격한 행동을 하면 조금 다뤄준다. 그러나 참여연대 시위 이후 이미지 손상 문제가 있어 내가 못하게 막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막고 있다."

 -미국정부와 고엽제 제조회사가 자국내 고엽제 후유증 환자들에 대한 배상을 실행하면서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 베트남 참전국에도 관심을 보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에도 모종의 제의를 했는데 전두환 정권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고엽제 문제가 한국에는 없는 것처럼 위장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전우회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는데.

 "1984년 연방법원의 강제조정으로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도 피해사실을 조사했는데 당시 정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는 설이 있는데 확인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전두환 원망을 많이 한다. 자기도 월남에서 연대장을 했으면서 정권유지를 위해 고통받는 전우에게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한 정말 나쁜 대통령이다. 만약 박정희 대통령이라면 우리를 방치했을까라는 게 전우들의 생각이다."

 -전우회가 요구하는 진상규명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할 경우 충분히 설득력 있게 물증이나 정황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고엽제의 침수 여부 확인 및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단은 좀 더 지켜보고 다음주 중 회장단회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다."

 -만약 요구하는 수준의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가스통을 들고 나설 것인가.

 "그때는 가스통 차원이 아닐 것이다. 할복과 분신사태도 있을 것이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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