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저씨 아는 사람인데.." 아동성범죄 50%이상이 '知人'

조현아 2011. 5.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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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아는사람들에게 경계심 늦추지 않도록 아이들 교육해야"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지난 1월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 사는 30대 남성이 이웃집에 사는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 조사결과 A(37)씨는 학원을 마치고 홀로 귀가하던 B(8)양을 집으로 데려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안면이 있던 B양에 "용돈을 주겠다"고 친근하게 대하며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벌어진 초교생 성추행 사건도 '이웃집 아저씨'의 소행이었다. 용두동의 한 빌라에 세들어 사는 C(57)씨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보기 위해 집에 찾아온 D(12)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렇듯 평소 알고 지내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아야 하는 동네 골목길이나 학교 운동장 등 일상생활 공간 조차 성범죄의 그늘에 놓이게 됐다.

15일 경찰청이 원스톱지원센터를 통해 조사한 '2010 아동성폭력 피해사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까지 발생한 범죄건수는 1020건으로 2009년 동기간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이중 지인에 의해 발생한 범죄비율은 55%로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구체적인 범행 장소로는 '피해자의 집'이 21.7%로 가장 많았으며 '동네 골목길(20.5%)', '가해자의 집(14.3%)'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교나 학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일어난 비율이 9.5%에 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기획조직국장은 "일반적으로 아동 성폭력 범죄라고 하면 조두순 사건처럼 낯선 사람에 의해 발생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거의 대부분 면식범에 의해 범행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주로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지 말라'고 교육 시키는 반면 아는 사람에 대한 주의는 주지 않는 편"이라고 꼬집으며 "때문에 아이들도 아는 사람에게 경계심이 허물어지게 돼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해바라기아동센터 관계자도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지 마라'라는 식의 교육보다는 평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각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구색 맞추기식' 정책과 제도를 쏟아내기 보다는 아동 성폭력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에 40대 남성이 침입해 쉬는 시간에 복도에 나와 있던 여학생 2명을 차례로 성추행하고 달아났다. 학교보안관이 투입된 학교였지만 버젓이 성범죄에 노출된 것이다.

김 국장은 "학교 주변이나 동네에 아동들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망과 인력이 구축될 필요는 있지만 제대로된 검증 없이 형식적인 절차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며 "성범죄가 묵인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화에 대해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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