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관객을 관람하는 희한한 연극

정리 고재열ㆍ장일호 기자 2011. 5. 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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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 짜릿한 ‘눈뜨고 코베인’ 3집

당신은 이 밴드의 이름을 보는 순간 커트 코베인의 이름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생각은 그냥 접어두시라. 믿지 않아도 좋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지은’ 이름이다. 밴드 이름만 ‘엽기’냐고? 멤버 이름 역시 화려하다. 깜악귀(보컬·기타), 연리목(건반), 목말라(기타), 슬프니(베이스), 파랑(드럼). 그런데 이 밴드, 생긴 지가 자그마치 10년이다. ‘2000년대에 등장한 산울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음악을 하는 데도 근육 같은 게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다”라는 깜악귀의 말처럼, 이들은 점점 ‘진화’했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인 <Murder’s High>(사진)의 음악적 무게가 상당하다. 일단 들어보시라. 잠깐의 당혹스러움 뒤에 오는 짜릿한 소리를. 5월22일에는 서울 서교동 DGBD에서 3집 발매 기념 콘서트도 갖는다. 공연 입장 가능 관객은 단 150명뿐이라니, 서두르시라(예매: hyangmusic.com).

 서울인권영화제 장막 찢고 ‘맨얼굴’ 내보인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만큼일까. 그 거리를 메우려면 이해와 오해들이 또 얼마만큼 필요할까. 마침 날씨가 좋다. 거리로 나가자. 주머니는 가벼워도 괜찮다. 우리 사이의 거리를 메워줄 영화들이, 게다가 공짜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지는 건 책임질 수 없다. 인권운동사랑방이 1996년부터 인권의식 확산과 인권교육을 목표로 개최하기 시작한 영화제가 어느덧 15년을 맞았다. 인권 문제를 무조건 따뜻하게만 바라보거나,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영화들은 일단 제외. 개막작은 6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게이들의 커밍아웃 이야기 <종로의 기적>(사진)으로 선정됐다. ‘조잡한 모자이크 뒤에 가려져 음산한 냄새를 풍기던 존재들이 장막을 찢고 진짜 얼굴을 내보인다’라는 게 영화제 선정의 변. 5월19~22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문의:sarang bang.or.kr/hrfilm).

 연극 경계인 시리즈

‘연강홀’에서 ‘두산아트센터’로 이름을 바꾸면서 또 바꾼 게 있다. ‘찾아오는 공연’만 맞이하는 공연장에서 ‘찾아가게 만드는 공연’을 기획하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매년 상반기에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지는 시리즈물을 기획해 공연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는 ‘경계인’이다. 우리 사회의 경계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그 지점을 살펴 인식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팀 크라우치의 작품 <디 오써>(The Author)와 조박의 작품 <백년, 바람의 동료들>이 공연된다. <디 오써>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공연이다. 관객 속에서 공연된다. 2009년 영국 로열코트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가디언> 지로부터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놀라운 연극적 경험으로 우리의 눈을 열어주는 연극이다’라고 극찬받은 작품이다. 같은 해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받았던 김동현 연출이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5월2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 연극 ‘옌볜 엄마’ 눈으로 본 세상

‘옌볜 출신’ 복길순은 단돈 8200원을 들고 한국 땅을 밟는다. 한국에서 소식이 끊긴 딸도 찾고, 서울에서 다리를 다쳐 돌아온 아들의 수술비도 벌기 위해서이다. 그녀가 얻은 일은 고급 아파트의 파출부. 전직 육군 장교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1000만원짜리 푸들을 사달라고 조르는 딸이 있는 집이다. 그녀는 일하는 틈틈이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그 와중에 딸이 진 빚까지 떠안게 된다. 연극 <연변 엄마>는 한 사회의 축소판인 가정을 통해, 또한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 계층인 복길순의 눈을 통해, 현미경처럼 세상을 들여다본다. 옌볜 사투리를 비롯해 다양한 사투리가 극에 현장감을 입히고, 간결한 대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가 흡인력을 더한다. 5월27일~6월12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문의:02-764-7462).

 심포지엄 인간 마음을 논하다

최근 <감정자본주의> <열정이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등 인지·생명·감정·마음·소통·욕망·행동·뇌 등의 문제를 다룬 사회인문학 서적이 연이어 출간되어 ‘인지과학’이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룹이 있다. ‘다중지성의 정원’과 ‘문화공간 숨도’가 바로 그들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언감생심 화두는커녕 아직 존재감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지과학’이 아직 우리 사회에 제대로 인지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뭉쳤다. 조정환(인지장치로서의 자본), 이정우(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인식), 정재승(신경경제학: 머릿속의 돈), 서동진(몰상식한 자본주의), 이도흠(깨달음과 체제 개혁의 화쟁), 최호영(과학의 통제 패러다임과 자율적 주체)이 사흘 동안 지식의 향연을 펼친다. 매일 심포지엄이 끝나고는 실험적인 퍼포먼스도 한다(5월19~21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문화공간 숨도).

 음식 느리게 먹는 밥집 ‘슬로비’

서울 홍익대 앞에 오가니제이션 요리 음식점 <오요리>를 운영하는 한영미 대표는 지난겨울 홍대 골목의 밥집·찻집 주인들을 하나둘 모아 ‘놀쉬당’(잘 놀고 잘 쉬는 당)을 조직했다. 그리고 함께 농촌활동(농활)을 떠났다. 우리가 만드는 음식의 재료가 어디서 오고 어떻게 자라는지를 직접 경험하자는 것이었다. 그 ‘느림 행렬’에 다양한 사람들이 결합했고, 그 결과물로 ‘슬로비’라는 레스토랑 카페가 탄생했다. 농활 경험을 살려 카페 한쪽에 ‘텃밭’도 꾸렸다. ‘슬로비’는 집밥이 그리운 도시인을 위한 ‘돌봄 밥상’을 차린다. 대표 메뉴는 제철 농산물로 차린 ‘그때그때밥상’과 ‘신선채소밥’, 그리고 유정란 프라이드를 넣은 샌드위치다. 중요한 것은 ‘슬로비’의 농산물에는 얼굴이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이천시 콩세알나눔마을의 잎채류, 전남 강진 콩새미의 약선된장, 전남 순창 동지섣달의 찹쌀고추장 등 생산자가 명확히 표기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친환경 기업이 ‘슬로비’의 도전에 함께했다.

정리 고재열ㆍ장일호 기자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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