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고다 언덕 닮은 데서.. '십자가 주검'에 교계 경악

2011. 5. 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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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십자가 주검' 미스터리… "너무 끔찍해" 타살·자살 방조 가능성도 조사

기독교계 "기독교 가르침과 달라… 예수 십자가는 사랑 실천의 상징"

지난 1일 경북 문경 폐채석장에서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박혀 숨진 50대 남성 김아무개씨 사건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일단 경찰은 자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씨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발견됐지만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수준의 자살방법이라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발견된 자창 흔적(날카로운 것 등으로 찔린 흔적)이 각도와 방향으로 봤을 때 김씨 스스로 낸 상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보냈다.

경찰이 4일 오전 설명한 수사내용을 종합하면, 김씨가 사용한 못은 보통의 '못대가리가 있는 못'과 '못대가리가 없는 송곳 같은 못'(무두못) 두 종류다. 김씨의 발에는 일반 못이 사용됐고 손에는 무두못이 사용됐다. 김씨는 먼저 자신의 발등에 일반 못을 박아 십자가에 고정시켰다. 그다음 전동 드릴을 이용해 자신의 손에 미리 구멍을 내어놓은 뒤 십자가에 박아둔 무두못에 손을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두 팔은 붕대 따위를 이용해 십자가에 걸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설계도면과 십자가에 매달리는 법 등이 적힌 메모지 글씨 등도 김씨 자필인 것으로 김씨 가족이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이러한 끔찍한 자살 방식 때문에 타살, 자살 방조 가능성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사망 경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김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종교에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4월 초 김씨가 자신의 동생을 만나 "'교회에 꼭 나가라, 하늘나라에 가면 편히 살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김씨가 숨진 문경의 폐채석장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골고다 언덕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것에 주목해 이번 사건과의 관련성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부활절인 지난 24일 전후로 문경에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씨를 최초로 발견한 주아무개(53)씨가 종교 관련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주씨는 "주검을 발견하고 보니 몇 년 전에 나와 만난 적 있던 김씨였고, 그는 지난 1월에도 내가 운영중인 인터넷 카페를 방문했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기독교 교리와는 아무 관련 없는 불행한 일"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기독교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살의 형태 자체가 워낙 괴이해 이번 일로 기독교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이 또 한번 왜곡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계에서는 이번 '십자가 사건'이 기독교 가르침과는 아무 관련 없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시대착오적인 열광주의자의 행위처럼 보이는데 예수의 죽음을 흉내내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이번 일로 기독교가 또 많은 비판을 받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너무 수준 낮은 광신행위들이 교계 안에서 정화되지 않는 것은 한국 기독교의 큰 문제다"라며 교계 내부의 개선노력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일부 광신적 신도들에게서 십자가를 주술적 능력이 붙은 것으로 보는 물신숭배적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예수의 십자가 정신을 우스꽝스러운 조롱대상으로 만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십자가는 자기 비움, 자기 희생, 자신을 낮춰 타인을 높이는 등 사랑실천의 상징이었다"고 덧붙였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예수의 '십자가 정신'을 재현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을 물리적으로 똑같이 재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실현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십자가 사건'은 기독교 교리와는 아무 관련 없는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원하지 않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의 한 목사는 "(십자가 사건은) 종교의 본질도 아니고 일반 기독교인의 상식으로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대구/박주희,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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