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구라청'이 아닙니다

2011. 4. 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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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허관 기자]지금(29일 오후 8시) 밖에는 바람이 강하게 분다. 창문이 흔들리고 가로등 불에 비친 가로수가 너울댄다. 호우특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발표했다. 4월에 호우특보라니 기이하다. 하지만 대기는 잔뜩 긴장했다. 화려하던 안면도 별들도 구름 속으로 숨었는지 하늘이 새까맣다. 기상청이 예견한 비가 곧 들이닥칠 기세다. 30일 새벽 시간대 강수확률이 90%이다.

▲ 시간대별 안면도 일기예보(기상청 홈페이지 발표자료)

2011년 04월 29일 (금)요일 20:00 발표 안면도 일기예보

ⓒ 기상청

강수확률 50%, "비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하고 물으면 정답은 "모른다"이다. 강수확률 10%, 또 "비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하고 물으면 정답은 "모른다"이다. 그렇다면 강수확률 90%, "비가 확실히 와요?" 하고 물으면 마찬가지로 정답은 "모른다"이다. 비가 올지 안 올지는 신도 모른다. 왜냐하면 50%든 10%든 90%든 확률은 확률이기 때문이다. 확률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어떤 사건이나 사상(事象)이 일어날 가능성의 정도 또는 그런 수치로, 확률 1은 항상 일어남을 의미하고, 확률 0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확률은 100%와 0%가 아닌 이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기상예보에는 현대과학의 한계로 인해 불확실성이 존재하기에 확률을 도입했다. 예보치와 실측치에는 차이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람 헷갈리게, 강수확률 50%가 뭐야? 비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장난해?"라고 기상청에 항의하지 마라. 기상청도 모른다.

당연히 비가 온다고 확신하면 확률을 100%로 발표할 것이고, 안 온다고 확신하면 0%로 발표할 것이다. 강수확률 50%란 쉽게 표현하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라는 말이다. 그뿐이다. 기상청에서 내일 강수확률 50%로 발표하면 그 정보의 활용은 사용자 몫이다. 기상청에 물으면 안 된다.

근대기상의 시작이 1904년이라고 한다. 벌써 100년이 훌쩍 지났다. 국민들로부터 그렇게 욕 많이 먹고도 이렇게 오래된 국가기관이 또 있을까.

일기예보는 왜 틀릴 수밖에 없는가

1961년 한 기상학자가 날씨의 변동성을 알아보고자 컴퓨터로 기초적인 그래픽툴을 만들었다. 그는 그가 만든 그래픽툴에 기압, 풍속, 기온 등의 값을 입력하고 바람이 불어간 경로를 알아보는 실험을 하다가, 하나의 경로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고 앞서 한 실험의 중간 계산값을 활용하여 같은 경로를 그리려 했다. 그런데 결과는 앞서 실시한 실험과 딴판이었다. 같은 툴에 같은 값을 입력했는데, 결과값이 달랐다.

▲ 두가지 기후형태가 서로 달라지는 양상

에드워드 로렌츠는 컴퓨터로 재현한 두 기후가 초기조건이 거의 같은데도 차이가 점점 커져서 나중에는 유사점이 완전히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제임스 클라크의 "카오스"발췌)

ⓒ 허관

처음에는 프로그램 이상을 의심했다. 하지만 곧 그는 초기값의 미세한 변화가 나중에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알았다. 즉, 초기값이 .506127로 소수점 6자리까지 기록되어 있었는데, 재실험 시에는 1000분의 1 정도의 차이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반올림하여 소수점 3자리까지만, .506만 입력한 것이다.

그의 생각은 그리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현재 과학기술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자연계의 현상을 1000분의 1의 오차범위 내까지 알아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과학사를 뒤흔든 카오스이론의 씨앗이 싹트는 계기였으며, 그가 바로 카오스이론의 창시자 에드워드 로렌츠다.

어떤 계의 정확한 초기조건과 자연법칙을 알고 있다면 그 계의 '정확한' 행태를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관측은 결코 완전할 수 없다. - 제임스 클라크의 책 < 카오스 > 중에서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계를 예측하는 데에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당연히 일기예보도 틀릴 수밖에 없다.

의사, 경제학자, 기상청 중 누가 더 많이 틀릴까

카오스이론은 자연과학 분야는 물론 정치, 경제, 공학, 의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되어 큰 파장일 일으켰다. 미래를 예측하는 모든 값에는 불확실성이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생명과 직결되는 의사의 진료 정확도다.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명의로 이름난 교수가 은퇴를 했다. 은퇴 행사에서 그는 자신의 오진율이 20% 가까이 되었다고 고백을 했다.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놀랐는데, 일반인들은 '그렇게 유명한 의사의 오진율이 20%나 되다니'하고 놀란데 반해, 의사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진율이 낮을 수가 있나'하고 놀랐다고 한다. - 장하준의 글 < 전문가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 중에서 그리고 2011년 3월 16일 < 동아일보 >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유방암 오진율 33.5%라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자료는 찾을 수 없었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오진율이 상당하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정보들이다.

다음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관심거리인 경제예측 정확도다. 2010년 미국 경제를 가장 잘 예측하는 최고 전문가로 크랜달 이코노미스트가 선정됐다. 그는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86.4%의 정확도로 예측했다고 한다. 오차율이 13.6%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들이 엄청 많을 것인데, 대단한 정확도다.

밥 먹듯이 항상 접하는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얼마일까.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2010년 일기예보 정확도는 91.9%였다. 오차율이 8.1%에 불과하다. 변화무쌍한 대기의 흐름을 예측하는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최첨단 장비로 몸속을 관측하는 의사보다도, 방대하고 확실한 초기자료를 분석하여 경제를 예측하는 이코노미스트보다도 더 정확하다.

▲ 미래예측 정확도

병원 진료정확도, 경제예측정확도, 일기예보정확도를 비교한 그래프

ⓒ 허관

왜 국민들은 기상청을 못 믿을까

그렇다면 왜 국민들 사이에는 기상청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까. 첫째, 미궁 속을 헤매는 의료사고와는 달리 일기예보는 하루 또는 이틀 후면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즉, 오진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고, 당연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진실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소지가 있는 데 반해, 날씨는 하늘만 볼 수 있다면 누구나 옳고 그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심리학적으로 부정적인 기억이 오래 남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부정적 기억은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들에 있는 두 종류의 풀 중에서 하나는 독초고 하나는 몸에 좋은 풀이라고 할 때, 독초를 기억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된다. 부정적 사건에 대한 인지능력 향상은 그 종의 멸종 여부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 년 중 364일 일기예보가 맞았어도, 날씨가 나쁠 때(악기상 시) 하루만 틀리면 부정적인 한 번이 364번의 기억을 밀어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일상적인 일(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진 364일)에 대해서는 지각이 약하고, 특별한 일(악기상)에 대해서는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에 인지능력이 엄청나게 커지는 원리다.

100% 믿을 수 있는 일기예보, 만들 수 있다

다시 한번 카오스이론을 잉태한 두 곡선을 보자. 자세히 보면 시작부터 두 곡선이 엇나간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동일한 궤적을 그리다가 시작점과 멀어지면서 두 곡선이 엇나갔다. 즉 이론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의 예보는 100% 적중률, 즉 '확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두 기후형태가 서로 달라지는 양상

초기값은 두 곡선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 허관

실제로 비구름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알아내는 기상레이더, 기상위성에서 촬영한 구름사진 등 실시간적으로 기상현상을 관측할 수 있고, 한두 시간 정도 앞의 날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관건은 짧은 기간 동안에 어떻게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냐 하는 것이다.

▲ 레이더로 포착한 현재 비구름 영상

2011년 4월 29일 22시 30분 비구름영상, 붉은색 부분에 현재 시간당 10mm의 비가 내리고 있으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중이다.

ⓒ 허관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일기예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만 한다면 짧은 기간 동안 미래 날씨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주간예보를 보고 일주일 후의 일기예보를 철석같이 믿고, 이후로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일기예보 정보를 잘못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프에서도 나타나듯이 시작점에서 멀어질수록, 현 시점에서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은 증가한다.

KTX를 타고 2시간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할 수 있다. 기상청은 일기예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사용자인 국민은 더 적극적으로 일기예보를 활용하면 100% 정확한 일기예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필자는 자신한다. 다시 말해 해마다 되풀이되는 악기상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매 시간마다 기상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태풍 북상 등 악기상 시에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기상청의 입장에서도 악기상 시 실시간 일기예보를 업데이트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하면 앞에서 밝힌 '부정적 이벤트'를 최소화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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