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성추행' 폭로하자 2억6천 '입막음' 소송

2011. 4. 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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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일교회, '성추행 아닌 성폭행' 문제 제기한 신자 고소

"피해자 꽃뱀 만들고 목사만 보호하는 게 교계의 관습"

삼일교회가 지난해 불거진 전병욱 전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폭로를 해온 교인을 상대로 2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여 공익제보자의 '입막음 소송'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비슷한 문제제기를 해온 교인들이 교회에서 따돌림을 당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와 대형교회가 자기 반성없이 애꿎은 교인들만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삼일교회 전병욱 전 담임목사는 지난 해 9월 기독교 매체인 <뉴스앤조이>의 폭로로 2009년 11월 한 신자에게 성추행을 한 것이 알려졌다. 이 보도로 전 목사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했다.

이 교회 신자 지아무개(39)씨는 전 목사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교인들을 차례로 만난 뒤 전 목사의 성추행 내용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성폭행 수준이었다는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왔다. 지씨는 또 이러한 내용을 숨기거나 방치한 교회 간부들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씨는 이 일로 삼일교회 쪽으로부터 지난 2월 2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지씨에게 소송을 건 삼일교회는 '입막음 소송'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소송을 맡고 있는 정범성 변호사(삼일교회 신자)는 "지씨에게 인터넷 상에 올린 글을 삭제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으나 지씨가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을 걸게 되었고 2억6000만원 소송은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삼일교회 신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삼일교회는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 이후 자기반성보다는 전병욱 목사를 보호하고 문제덮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피해자를 이단교회가 보낸 '꽃뱀'으로 지칭하거나 전병욱 목사를 '다윗'(남의 부인과 간통해 비난받았다가 용서받은 것으로 성경에 기록된 인물)에 비유하면서 옹호해왔다는 게 공통적인 증언이다.

그러나 <삼일교회>의 이러한 대응은 전병욱 목사 성추행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고 부적절한 대응이라는 것이 교계 안팎의 견해다.

삼일교회의 또 다른 신자 이정원(가명)씨는 지씨처럼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관련한 이야기를 교회 내에 옮기자 지난 해 12월 "교회에 그만 나와달라"는 얘기를 듣고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이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삼일교회가 문제제기 하는 교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성추행 사건을 언급한 뒤 따돌림을 당해 교회를 스스로 떠난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지난해 실제 성추행 피해자와 전병욱 목사 사이 오고간 대화 내용과 피해자 증언을 확인해보았다. 피해자의 증언을 들어보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전병욱 목사는 안마를 받는 수준의 성추행이 아닌 성폭행 수준의 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30대 여성 신자에게는 성행위를 억지로 강요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피해를 당한 신자들도 다수 있다고 피해자는 증언했다. 또 전 목사는 언론사의 취재를 막으려고 피해자를 장기간 설득하기도 했다. 이 피해자들은 현재 삼일교회를 떠난 상태다.

고소를 당한 지씨는 "목사가 신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알려지면 교회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만들고 목사만 보호하는 게 교계의 관습"이라며 "삼일교회마저 이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같은 피해가 벌어지지 않도록 교회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일교회 쪽은 "전병욱 목사가 다시 삼일교회에 돌아올 일은 없고, 피해자가 '꽃뱀'으로 비유된 것은 일부 신자들의 행동일 뿐 교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허재현 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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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문

<한겨레> 인터넷판 2011년 4월 15일 사회일반면 <'목사가 성추행' 폭로하자 2억 6천 '입막음 소송'> 기사에 대해, 소송을 대표하는 정아무개 변호사는 "삼일 교회의 소송이 '입막음용'이라는 의견에 동의한 바 없고 지씨가 교회와 성도들을 명예훼손하고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또한 2억6천만원 소송도 상징적이라는 발언을 한 바 없으며 다만 청구금액의 의미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성격상 청구금액 전액을 다 받아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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