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MB 조카사위 기업사냥

정희상 기자 2011. 4. 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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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이면 주식 투자자의 곡소리가 나는 곳이 있다. 상장 폐지(상폐) 기업 명단이 공개되는 증권가다. 상폐는 해당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상폐 회사 주식은 매매 거래가 중지되면서 휴지 조각으로 변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상폐 대상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상폐 대상에 오른 한 코스닥 업체 사장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어 충격을 주었다. 김태성 씨모텍 대표이사다. 김씨는 3월26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만취 상태로 연탄가스에 질식해 숨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그의 사인을 자살로 잠정 결론 내렸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예사롭지 않다. 씨모텍과 의문사한 김태성 대표 주위에는 지난 2년간 권력과 조직폭력배, 명동 사채업자가 결탁한 불법적 이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이 사태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 당국은 어쩐 일인지 속수무책이었다. '권력'은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종화씨(45), 사채업자와 조폭은 명동 사채시장을 무대로 기업사냥을 상습적으로 벌여온 김창민씨와 이들을 뒤에서 호위한 이철수씨를 가리킨다. 의문사한 씨모텍 대표 김태성씨는 MB 조카사위 전종화씨와 어떤 관계이며, 왜 의문의 죽음을 맞은 것일까.

ⓒ시사IN 조남진 MB 조카사위 전종화씨가 설립한 기업 인수합병 전문회사 나무이쿼티.

전종화씨 'MB 테마주' 덕에 큰 이득 챙겨

비극은 2년 전 전종화씨가 씨모텍을 불법적 방법으로 인수합병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대통령 큰형인 이상은 (주)다스 회장의 딸과 결혼한 전종화씨는 2009년 7월 인수합병 전문 특수목적 기업(SPC)인 나무이쿼티를 설립한 뒤 기업사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전씨는 자기자본 5000만원으로 나무이쿼티를 설립한 뒤 첫 인수합병 대상으로 코스닥 상장업체 씨모텍을 점찍었다. 2009년 11월4일 장외거래를 통해 300억원 규모의 씨모텍 주식 80만4000여 주를 매입해 단숨에 경영권을 확보했다.

따지고 보면, 전종화씨의 이 같은 기업사냥 행각은 씨모텍이 처음은 아니었다. 전씨는 2008년 2월에도 (주)비젤을 운영하면서 ㅌ사와 바이오디젤 사업 전반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소문을 흘려, 당시 상장기업이던 ㅌ사의 주가를 끌어올린 바 있다. 당시 바이오디젤 사업은 'MB 테마주'로 불렸고, 전씨와 이명박 대통령의 관계가 부각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사업에 큰 진척이 없자 비젤은 2009년 3월 문을 닫았고, ㅌ사도 지난 2월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씨모텍 인수 과정에서 전씨는 명동 사채업자 김창민씨, 그리고 조폭 출신으로 알려진 이철수씨와 손을 잡았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소문난 기업사냥꾼으로 통하는 두 사람과 만난 전씨는 불법적인 '무자본 방식 기업사냥' 작전을 썼다. 자기 돈 없이 인수 대상 기업 자산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들여 인수한 다음, 그 빚을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되갚는 기업사냥 방식이다. 이런 무자본 기업 인수는 불법행위로 금지되어 있지만 대통령 조카사위인 전씨는 거칠 것이 없었다. 씨모텍 인수 과정에서 300억원을 사채시장에서 잠시 끌어들인 전씨는,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지난해 1월 278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그 돈으로 사채를 갚았다. 씨모텍 인수를 성사한 전씨는 'MB 가족 회사'라는 시비가 불거질 것에 대비해, 자신은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대신 김태성씨를 '바지사장'으로 앉혔다. 이때부터 코스닥 시장 주변에서는 MB 조카사위가 무모한 주가조작을 일삼으면서 M & A를 목적으로 권력형 기업사냥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첫 사냥감이 된 코스닥 업체 씨모텍(왼쪽).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 띄우기가 이루어진 지난해 7~8월 씨모텍 주식 그래프(위).

씨모텍을 인수한 전씨는 여세를 몰아 또 다른 코스닥 상장업체인 제이콤 사냥에 들어갔다. 이번에도 자금 조달 방식은 명동 사채업자와 짜고 돈을 끌어들인 뒤 유상증자와 CB를 발행하는 것이었다. 2010년 1월17일 씨모텍 이사회 의결로 278억원의 유상증자 결정이 통과됐고, 석 달 뒤인 4월28일에는 160억원대 CB를 발행했다. 신주인수권은 삼화상호저축은행(60억원)과 IBK캐피탈(50억원), 경은상호저축은행(50억원)에서 매입했다. 이렇게 매입한 신주인수권 자금은 사채업자 김창민과 이철수, 그리고 전종화씨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갔다.

한마디로 5000만원의 자기자본금을 가진 전씨가 불과 몇 달 만에 무려 560억원대에 두 회사를 인수하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 보이지 않는 힘은 주가조작 재료로 활용되었다. 씨모텍이 'MB 테마주'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번진 것이다. 전씨의 기업사냥 전문회사인 나무이쿼티는 씨모텍 주식을 더 매집해 지난해 5월14일까지 263만여 주를 확보했다. 주가조작에 앞서 충분한 물량 매집 단계를 거친 뒤 주가 띄우기와 털고 나가는 절차를 거친 것이다.

잡음 일자 김태성씨 '바지사장' 임명

씨모텍을 인수한 전씨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호재성 띄우기 작업에 착수했다. 가장 먼저 손댄 것이 제4 이동통신 사업권 확보였다. 전씨는 이를 위해 이 사업을 컨소시엄으로 추진하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지분 9.76%를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이때부터 주가는 폭등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KMI와 씨모텍은 MB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3555원이던 씨모텍 주가는 제4 이동통신 컨소시엄 참여 소식을 내놓자 급등하기 시작했다. '먹튀'를 향한 불꽃 잔치는 8월25일 절정에 달했다. 씨모텍이 이동통신기 메시지 전송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거래량이 853만 주를 돌파하고 주가는 최고점인 9700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KMI의 제4 이동통신 사업 추진은 불발됐다. 사업 불발 소식이 알려지자 씨모텍 주가는 급락했다. KMI가 'MB 테마주'로 알려지면서 폭등했던 씨모텍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수많은 개미 투자자만 피해를 본 것이다. 전씨는 이 과정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지난해 7월 말 전씨는 씨모텍 부사장직을 사임하고 나무이쿼티에서도 이름을 지웠다. 대신 이번에 의문사한 김태성 대표가 전종화-김창민-이철수로 엮여 있던 기업사냥 집단의 '바지 사장'을 맡아온 셈이다.

ⓒ뉴시스 최문순 의원(오른쪽)이 작년 10월11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MB 조카사위와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도 MB 조카사위 전종화씨의 기업사냥과 주가조작 먹튀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10월11일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주력사업인 제4 이동통신 사업에 대통령 조카사위가 투자하고, 주가가 요동치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어 청와대에서 손을 떼게 했다. 하지만 그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라는 요지로 최시중 위원장을 질타했다. 그는 더 나아가 제4 이동통신사와 관련, 지난해 7월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과 이동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폭로하면서 그 증거로 KMI 관계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다음 주 수요일 이동관·최시중 회동에서 삼영(KMI 특수 관계사) 문제 해결. 그날까지 완성 자료 요청.'

최 의원은 국감 당시 전종화씨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전씨는 국감 출석을 앞두고 출장을 이유로 해외로 나가버렸다. 기자와 만난 전씨의 한 지인은 자기 문제가 정치 쟁점이 된 데 대해 전씨가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고 전했다(기자는 전종화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사채업자 김창민과 이철수를 만나 씨모텍 인수에 뛰어들었는데,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질이 나쁜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해명하더라." 그러나 전씨는 씨모텍과 제이콤 인수 과정은 물론 주가 띄우기에 편승해 막대한 이득을 획득했다. 더욱이 이들 불법 기업사냥꾼들이 마음껏 활개치고 다닌 데 대통령 조카사위인 자신의 배경도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런 변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소액주주들 '김태성씨 자살 아니다' 의심

전씨가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김창민·이철수 씨는 씨모텍과 나무이쿼티, 제이콤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대표이사 인감도장과 통장을 소지한 채 모든 자금 흐름을 쥐락펴락했다. 이번에 의문사한 김태성 씨모텍 대표는 죽기 전날 직원 조회에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최대 주주에게 문제가 있어서이다. 나만 믿고 따라주면 회사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씨모텍 소액주주 대표단으로 김태성 대표가 사망하기 전에 그를 만났던 한 관계자는 김씨 죽음의 배후로 기업사냥꾼들을 꼽았다. 그는 또 김 대표가 전종화씨와 기업사냥꾼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돌파구를 찾으려 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죽기 전 김 대표를 만났더니 괴로워하며 변호사에게 자수하는 게 어떨지 상담했다고 했다. 일이 잘못돼 상폐로 가면 자기가 다 뒤집어쓸 것을 직감하고 사정기관에 자신의 배후에 있는 기업 사냥꾼들의 정체를 폭로하려 했다."

바로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소액주주 대표들은 김태성 대표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믿지 않는다. 현재 이들은 김 대표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면서, 나아가 MB 조카사위 전종화씨와 기업사냥꾼 사채업자 2명 그리고 관리감독을 소홀한 금감원 담당자 등을 조사해 엄벌해달라는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키로 했다.

정희상 기자 /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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