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내세워 무한경쟁 몰이..서남표식 교육의 '희생양'

2011. 4. 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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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카이스트생 '잇단 자살' 왜

학생들 1인시위·대자보 '우린 행복하지 않다'

교수들도 비판 잇따라…정재승 "참담한 심정"

서 총장 "해결책은 학생 마음·자세에 달려"

"학점 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최근 3개월 새 4명의 카이스트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는, 서남표 총장이 주도한 '무한경쟁 체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것이 학생과 교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과학 영재들이 모이는 카이스트에 '죽음의 도미노'가 시작된 것은 지난 1월이다. '로봇 영재'로 알려지며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입학한 전문계 고등학교 출신 조아무개(19)씨가 사망했을 때만 해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실업계 출신에 대해 배려하지 않는 카이스트의 학사 시스템이 문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뒤이어 과학고 출신 김아무개(19)씨를 비롯해 3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서남표식 교육'이 잇단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좀처럼 집단 행동에 나서지 않던 카이스트 학생들이 최근 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사진)를 붙이고 1인 시위에도 나섰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학점이 나쁘면 등록금을 내야 하는 '차등수업료제' 등을 비롯해,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학내 분위기에 대해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지급하는 미친 등록금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서 총장의 무한 경쟁, 신자유주의적 개혁 정책은 단순히 학원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 역시 이 세계가 견디기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자퇴도 생각해보고 휴학 상담을 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울면서 말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용기를 내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자 무한경쟁 시스템에 대한 카이스트 교수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카이스트생이 세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경쟁의 압력 속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라며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여러분을 내몰아 가슴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학교 쪽이 엉뚱한 대책을 내놔 학생들을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서 총장은 지난 4일 학교 누리집에 "이 세상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자 마음과 자세에 달려 있고,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상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 검사를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 쪽은 또 한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서야 차등수업료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학교 쪽이 마련한 스트레스클리닉의 상담까지 받았던 박아무개(19)씨가 고층 아파트 아래로 몸을 던져 이미 세상을 등진 뒤였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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