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 전단지가 뭐길래..' 12만원 날린 30대 직장인

박성환 2011. 3. 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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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보상규정 없어 시민들 '답답'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건설감리회사에 다니는 전준오(30)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차량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가 다시 올리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씨는 쌀쌀한 날씨에 어쩔수 없이 창문이 열린 상태로 10여분 정도를 달려 근처 차량 정비소를 찾았다. 정비사로부터 전씨는 황당한 말을 들어야 했다.

"명함형 전단지가 유리와 문 틈 사이에 여러장 끼어 있다 보니 창문을 열고 닫을 때 사용하는 모터에 무리가 가서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

실제 운전석 문 안쪽을 뜯어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서비스', '은밀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초대', '1+1 고객 맞춤 명품 서비스'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한 자극적인 내용의 문구가 새겨진 명함형 음란 전단지 여러장 끼어 있었다.

결국 전씨는 모터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 뒤에야 창문을 올릴 수 있었다. 수리비용은 12만원 가량이 지불됐다.

전씨는 "해당 업소를 찾아가 손해배상이라도 요구하고 싶다"며 "마땅히 보상받을 때도 없고 방법도 몰라 혼자서 분을 삭여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오후 8시. 전씨의 회사가 위치한 선릉역 인근 거리에는 이미 술집과 전화방, 키스방, 오피스텔 성매매 등을 알리는 전단지 수백여장이 나부끼고 있었다.

특히 노상주차장을 비롯해 근처 중·고등학교까지 연결된 도로에 세워진 자동차 운전석 유리창에는 상반신을 노출시킨 여성의 사진과 '여대생의 화끈한 서비스' 등 낯 뜨거운 문구가 가득한 명함형 음란 전단지가 수십장씩 꽂혀 있었다.

건물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보니 노상에 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전씨와 직장동료들은 퇴근할 때 마다 운전석 유리창에 꽂혀 있는 음란 전단지를 수거(?)하는 일이 어느덧 일과처럼 돼버렸다고 한다.

전씨의 동료 서경진(32)씨는 "거의 매일 퇴근할 때마다 운전석 창문에 꽂혀 있는 음란 전단지를 보고 길거리에 그냥 버릴 수도 없고 난감하다"며 "계속 신경을 쓰다보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 수가 없다. 지금은 거의 체념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전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걸까?

불법 광고 전단지 수거와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구는 피해보상을 해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뚜렷하게 없다보니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하루 3차례 넘게 불법 전단지를 수거하고 단속을 하고 있지만 인력도 예산도 한정돼 있어 완벽하게 뿌리를 뽑는 것은 쉽지 않다"며 "피해보상의 경우 마땅한 법적 기준이 없다보니 구 자체에서 보상을 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불법 성매매 광고물 배포자는 청소년보호법 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인쇄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 의뢰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법에는 처벌규정만 명시돼 있을 뿐 전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경우에 대한 피해보상 규정은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인과관계가 뚜렷하다면 소송을 통해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법률적 피해보상 규정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우승 변호사는 "일반적인 피해사례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피해보상 규정을 두고 보상을 해주는 것이 법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 유해전단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13일 구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1270여명의 구청 전직원을 투입해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신논현역 등 불법 유해 전단지 살포가 심한 4개 지역에서 지속적인 집중 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매주 3차례씩 총 8명 이상이 4개조로 나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현장에 잠복하며 불법 유해 전단지 배포자를 적발할 계획이다.

구는 적발된 배포자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전단지 압수, 배포경위, 배포지역과 수량 등을 파악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마사지, 유흥주점, 키스방 등 퇴폐업소 전단지 배포자는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 할 계획이다.

구는 지난해 불법 전단지 수거·단속에 총 952명을 투입해 78건을 형사고발 조치했다. 또 12곳에 1400여만원의 과태료 부과하고 30만6700여장의 불법 유해 전단지를 수거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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