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 선정?.. 인터넷 '아리랑 유언비어' 확인도 없이 교과서 실려

입력 2011. 3. 24. 18:22 수정 2011. 3. 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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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아리랑'이란 제목으로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실린 내용이 누군가 지어낸 인터넷 유언비어로 밝혀졌다.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선정대회 1위를 했다"며 2003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루머가 인터넷 공간을 돌고 돌다 '사실'로 둔갑해 교과서에까지 실린 것이다.

지난 1일 전국에 배포된 초등학교 4학년 '도덕 4-1' 114쪽에는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에 선정됐습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작곡가들이 선정단으로 참여한 세계 아름다운 곡 선정하기 대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리랑을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선정했습니다'라고 기술돼 있다.

이는 약 8년 전부터 AP통신 보도라며 인터넷에 유포된 글과 문장 구성까지 같다.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숱하게 검색되는 이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아리랑세계화추진위원회가 2008년 AP통신 본사에 공문까지 보내며 확인한 끝에 사실무근으로 결론지은 것이다. 사단법인 한민족아리랑연합회도 2006년 AP통신 유럽 지부를 통해 확인 작업을 벌였고, 역시 근거 없는 루머라는 판단에 따라 아리랑 홍보 자료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교과서 116쪽 '참고자료 목록'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아리랑'의 출처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전문 인터넷 매체 OSEN의 2009년 4월 21일 기사라고 적혀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 그가 인터뷰한 취재원, 그 취재원이 이 얘기를 들었다는 국악방송 측에 확인해봤지만 '아리랑 1위'의 근거를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국악방송 관계자는 "인터넷에 많이 나온 정보여서 2005년 음반 설명 책자에 아리랑 1위 얘기를 삽입했는데, 거짓이란 말이 있어서 그 뒤론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과서는 '2007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08년 집필됐다. 시험본을 제작해 2009년 일부 학교에서 사용한 뒤 내용 수정을 거쳐 지난해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보급됐다. 연구진 13명, 집필진 21명, 심의진 15명 등 모두 49명이 제작에 참여했다. '세계 1위 아리랑' 스토리가 수록된 제5단원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는 윤건영 청주교대 교수를 비롯해 4명이 집필했다. 이 교과서의 연구·집필 총책임자인 유병열 서울교대 교수는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취지에서 수록한 내용"이라며 "사실 확인 과정에서 우리가 실수를 한 것 같다. 최대한 빨리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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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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