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초대석>서정갑 "내가 수구 꼴통 괴물이라고? 하하.."

허민기자 minski@munhwa.com 2011. 3. 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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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

"2월 중순에 일본 도쿄(東京)에서 김정일의 악정을 비판하는 집회를 했어요. 그러고 한국에 돌아와보니 가족이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놓았어요. 벌금 500만원 내라고…. 판사가 법과 양심에 의거해 판결하겠거니 믿어왔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짧지만 강한 불만의 목소리였다. 벌금 500만원은 지난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 기습 철거'와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것을 법원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서정갑(71) 국민행동본부 본부장과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서 본부장은 머릿속에서 연상했던 강성 이미지와는 달리 마음 좋고 순해 보이기까지 한 이웃집 할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지난 16일 재향군인회로부터 장성 예편자가 아닌 인물로는 처음으로 '향군대휘장'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저를 괴물로 생각하고 있죠. 하하하. 사실 전 굉장히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좌파'가 벌이는 행태에 대해서는 폭풍 같은 분노로 맞섰다. 서 본부장은 '진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 알게 됐지만 그는 '합리적인 진보'와 '종북(從北) 좌파'를 철저히 구별하고 있었다. "잘 아시겠지만 서울 덕수궁 앞 '노무현 시민분향소'는 말이 시민분향소지 도로상의 불법 건축물입니다. '살인마 리명박 타도'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경찰이 한번 철거하려다 저항에 부딪혀 못한 겁니다. 해당 구청에서 몇번 공문 보내고 하려다 못했고요. 시민이 한번 할 필요가 있다…지나가는 강도를 경찰이 못 잡으면 시민이 잡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벌써 두번째입니다."

그랬다. 서 본부장은 검찰에 의해 두번 기소됐다. 첫번째는 지난 2004년 10월 시청광장에서 있었던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 때 예상되는 폭력행사를 방조했다는 등 혐의로 2007년에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뒤 서 본부장은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번째 기소는 지난 2009년 6월의 '시민분향소 기습 철거'와 관련해서다. 검찰은 1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최근 법원에서 벌금 500만원 형을 받았다.

―그때 이야기를 좀 더 해주시죠. 기소됐던 사건들이….

"2009년 6월24일 여명을 기해 정확하게 05시40분입니다. 국민행동본부 기동단 요원들이 4분 만에 경찰이 못한 거를, 그야말로 특공작전을 한 거죠. 보안 문제가 있어서 일반 언론에는 못알리고 참깨방송에만 알렸는데, 보도되자마자 인터넷이 몇번이나 다운됐어요. 불과 3일 만에 100만건을 돌파했다는 거 아닙니까. 누가 참깨방송이 있는지나 알았겠습니까."

서 본부장의 기억은 2004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갔다. "경찰 추산 10만명, 저희 추산으로 30만명이 모인 정말 큰 집회였습니다. 평화적으로 잘 끝났어요. 폭력은 우리가 한 게 아니고 경찰이 한 거예요. 그런데 당시엔 기소를 안하고 3년 만인 지난 2007년 7월에 대선 5개월을 앞두고 기소했어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하명사건으로 기소한 겁니다."

서 본부장은 정권에 의한 표적수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를 하기에 앞서 그해 7월 한 일간지에 광고를 실었습니다. '군은 그 어떤 위헌적 명령과 영향력도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설령 대통령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헌법 5조에 나와 있어요. 군은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책임이 있어요. 청와대와 당시 열린우리당이 난리가 났죠. 며칠 뒤에 내란선동죄로 대공분실이며 검찰과 경찰에 불려가서 조사 받은 게 20차례는 됩니다. 결국 그걸로 범죄 구성 요건이 안되니까 그해 10월에 열린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를 갖고 나중에 건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게 표적수사 아닙니까."

―수사 당국은 당시 집회를 폭력집회로 봤습니다.

"국민행동본부가 10년간 200회 가까운 집회와 기자회견을 했지만 단 한번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습니다. 좌파와 싸운다고 해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그동안 집회 건으로는 한번도 경찰에 불려간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국민대회가 3년이 지난 뒤에 표적수사가 돼서…."

서 본부장은 분함을 참지 않았다. 그의 표적수사 의혹은 그저 의혹에 그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수사로 서 본부장의 활동에 적지 않은 제약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1월에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이번에 또 벌금 500만원이 나오니까 제 가족들조차도 저의 활동에 '퀘스천(의문)'을 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목에서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갔다.

"정말…몇몇 분들한테는 자살하고 싶다고 했어요. 이런 국가에서 내가…살만큼 살았으니까 자살하고 싶다고. 다만 내가 자살하면 기소당하고 재판받으니까 누구처럼 자살했다, 죄 많이 지었으니까 자살했다 그런 누명 쓸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이런 서 본부장은 지난해 1월 연세대 총동문회에서 주는 '자랑스러운 연세인상'을 받고 최근 재향군인회의 '향군대휘장'까지 받았다. "이제 화병이 좀 풀렸습니다. 누군가가 희생을 치러야만 국민이나 위정자들이 정신을 차릴 거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자살) 생각까지 해본 것이지 단순히 괴롭다 해서 이런 마음 먹은 거 아닙니다." 서 본부장은 "또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면서 "결국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1940년 북만주, 지금의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에서 태어났다. 원적은 경남 동래군 구포읍. 지금 부산의 구포다리가 있는 곳이란다. 어머니는 함경도 태생. 연세대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서 본부장은 육군대학 행정처장과 육군본부 총무과장 등을 거쳐 지난 1992년 12월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어 1993년부터 5년간 육군 군사문제연구위원을 지낸 뒤 1995년 4월17일 육해공군, 해병대 대령 163명을 모아 '육해공군해병대(예)대령연합회'를 만들었다.

그가 처음 한 사업은 국립묘지 무명용사들의 기록을 찾아준 일이었다. "사실 무명용사가 아니죠. 나라를 위해 전사했는데 제대로 업적이 밝혀지지 않았던 분들의 기록을 찾아 1608명의 명예를 회복시켜줬어요."

서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01년 들어서다. "한 해 전인 2000년 6월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후 김정일 답방 얘기가 돌던 때였습니다. 제가 '국민의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정체성을 밝히라'는 성명서를 냈어요. 그게 2001년 1월의 일입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국민행동본부가 결성됐다. 등재 회원은 1만2000명가량. 회비와 기관·단체 등의 후원금으로만 운영하려다 보니 유급 직원을 쓸 형편이 안돼 사무실도 얻어 쓰는 처지다. 지금은 50㎡(약 15평) 남짓한 공간에 국민운동본부, 애국단체총협의회, 밝고힘찬나라운동 이렇게 3개 단체가 비좁게 들어서 있다. 다른 단체 직원의 도움을 받아 회원 명부도 정리하고 자료도 낸다.

―어떤 일을 더 하실 생각입니까.

"앞으로 전국 순회강연회를 열려고 합니다. 해외로도 나가서 국민행동본부의 활동을 알리고 교포들이 '대한민국 편'에 서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넘어올 때는 쉽게 왔지만 내년 대선에서 다시 좌파 정권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수진영이 굉장히 고전할 것으로 봅니다. 스스로 무덤을 파놨으니까요."

서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사회 일부의 좌편향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이명박 정권이 잘해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중도실용이란 건 운동권 출신이나 좌익활동 한 사람들이 그걸 퇴색시키기 위해 쓰는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 정통성이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데 어중간하게 중도실용이니 뭐니 하니까 좌파들이 들끓는 겁니다. 대통령 밑에서 중도실용 부르짖고 잘못 모시는 이런 분들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 건의나 충고 한 말씀 해주시죠.

"이 대통령이 성공적인 대통령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잘되려면 대통령이 실패하면 안되죠. 외교나 대북정책은 그런대로 괜찮다고 보지만 중요한 것은 내치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대통령이 사람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겁니다. 내치를 좀 잘하기 위해서요."

서 본부장은 이어 '청와대 권력'과 '여의도 권력'이 따로 노는 여권의 현실을 우려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대오각성할 필요가 있어요. 지난 3년 동안 많이 배웠을 테니 이제 표만 의식하지 말고 국회의원이든 장관이든 하루를 하더라도 소신을 갖고 대한민국의 편, 국민의 편에 서서 해야 할 겁니다."

인터뷰 = 허민 사회부장 minski@munhwa.com

<수요 초대석>서 본부장의 진보·보수관… 건전치 못한 사람들이 '보수' 이름 걸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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