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중계석]"웬만한건 해봐서 아는데.." 민심은 왜?

2011. 2. 17. 13: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살인적 교육비와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는 우리 모두 '호모 레지스땅스'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시민사회에서 발간한 <미친 등록금의 나라> 책과 <호모 레지스땅스> 책이 국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제가 그 말씀을 드리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은 MB였습니다. 대통령 선거대책위에 '등록금 절반 위원회'까지 직접 설치하신 분이기도 하고, 대통령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내가 그거 해봐서 아는데"라는 것인데요, "나도 애들을 키워봐서 아는데, 교육비가 너무 심각하다"라는 말씀은 왜 안 나올까 참 궁금해졌던 것이죠. 또 만날 조중동 사설과 칼럼만 볼 게 아니라 시민사회에서 추천하는 책들도 좀 보시고, "내가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읽어봐서 아는데, 반값 등록금 당장 가능하다" 한다거나 "내가 호모 레지스땅스를 읽어봤는데, 국민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저항운동의 의의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무리한 일일까요?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작년 말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논란 때에도 SSM 등 재벌대기업들의 무분별한 동네 상권 잠식으로 고통받는 수백만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나도 요즘 치킨을 시켜 먹어봐서 아는데, 너무 비싸다"는 식으로 말씀해 중소자영업자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은 "나도 그것 해봐서 아는데…"라는 '전지전능식 화법'이 주특기이신 듯합니다. 노점상도 해봐서 아시고, 비정규직도 해봐서 아신다는데, 이 정권 들어 그들의 고통은 왜 더욱 가중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지만요. 심지어는 천안함 사태 때에도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배가 운항 중에 쫙 갈라지기도 한다"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천안함 피로파괴설'로 유추될 수 있는 발언도 직접 하신 것이죠.

가장 최근에는 동대문시장을 방문해서 민생고와 내수 경기 침체를 호소하는 상인들에게 "나도 장사해봐서 아는데, 열심히 끈질기게 하면 된다"라고, 아등바등 열심히 살지만 오히려 궁핍해지는 국민들 화를 돋우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다 알고 있다) (그것 별 문제 아니다) (웬만하면 참고 견디어라)' 시리즈는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많은 당사자들과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고통을 말씀드려 보다 나은 정책을 호소드린 것인데, 나도 해봐서 아는데 참고 견디면 언젠가 좋아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남발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는 아닐 것입니다. 민생고에 시달리고 고통받는 민심을 잘 모르면서도, 잘 안다고 전제하는 것부터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올바른 정치나 좋은 정책은 민심부터 제대로 파악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 테니까요.

요즘 살림살이나 생활하시는 게 참으로 팍팍하다는 말씀들 여기저기서 많이 터져나옵니다. 저임금, 해고 위협, 조기 은퇴 압박, 몰락하는 중소자영업, 비정규직, 고물가, 전세대란, 무엇보다도 엄청난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부담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으로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귀결은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신속한 진입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슬프고 답답한 일입니다. 여기저기서 이대로는 못살겠다, 이대로는 애 못 낳는다, 애 하나도 키우기 너무 힘들다, 비정규직·저임금 너무 심하다, 이 임금으로 어떻게 사냐, 물가나 공공요금은 왜 이렇게 오르냐, 제일 힘들고 부담스러운 것은 급식비-납부금-사교육비-등록금 등 각종 교육비용이다…라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한나라당 강부자 정권은 더 나은 삶을 바라고, 복지의 확대를 바라고, 민생문제의 해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너무나도 몰라줍니다. 아마도 자기들이 해봐서 다 아는데 별 문제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사실은 민생고의 '민'자도 모르지 않을까요?).

안진걸<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성공회대 외래교수> ngo8518@pspd.org

-ⓒ 주간경향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