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 하는데..동작 75만원·서초 350만원

2011. 2. 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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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지용 기자]

2011년 1월 기준.

ⓒ 고정미

홍익대 사건을 계기로 대학교 청소노동자 처우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 오마이뉴스 > 가 서울지역 25개 구청 청소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용역과 상용직 경우 임금 격차가 최대 280만원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25개 구청 가운데 용역 위탁 형태로 청소노동자를 고용한 곳은 총 16곳이다.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인 강남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15곳은 모두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었다. 고용이 안정된 기능직공무원이나 상용직 직원을 채용한 곳은 9개 구청으로 한나라당 3곳, 민주당 6곳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 오마이뉴스 > 가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벌인 서울지역 25개 구청 청소노동자 실태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4일 < 오마이뉴스 > 가 집중취재해 보도한 서울지역 28개 대학 청소노동자 실태 조사에 이어진 작업이다.

< 오마이뉴스 > 는 각 구청 담당부서와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직접 전화 전수조사를 실시해 각 구별 청소노동자 인원, 고용형태, 임금상황, 식사지원 여부, 휴게실 유무, 노조결성 여부 등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구청 청소노동자들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대학 청소노동자들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용역에 위탁하는 일부 구청에서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거나,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 일도 발생했다.

[임금 수준] 용역 노동자는 85만원, 상용직은 250-300만원

1월 28일 현재 25개 구청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인원은 총 289명으로 집계됐다. 각 구청별로 평균 약 12명이 일하고 있었다.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성동구청(21명)이고, 가장 적은 곳은 동작구청(6명)과 중구청(6명)이었다.

전체 인원 가운데 용역 위탁으로 고용된 노동자는 188명이었고, 이들의 평균임금은 약 101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서 용역 위탁한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인 약 95만 원보다 6만 원가량이 더 많다.

용역 임금의 경우 129만 원인 구로구청이 가장 높았고, 강동구청 여성노동자들은 주 40시간 근무기준 최저임금인 월 86만 원(2010년 기준)을 받아 가장 낮았다. 동작구청의 경우 월 88만 원을 받고 있지만, 4대 보험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75만 원에 불과했다.

보통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을 일찍 시작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업무 특성상 실제 근무 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곳 모두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서울 25개 구청 청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대학청소노동자 보다는 나은 처우를 받고 있으나 일부 구청은 급여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고, 다수의 구청이 용역 위탁을 실시해 고용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 고정미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 '들쭉날쭉'

용역 인원을 제외한 101명은 기능직 공무원이거나 상용직 직원이었다. 기능직 공무원은 각 급수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았고, 상용직은 각 지역 상용직노동조합과 구청 간의 임금단체협상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2011년 기준 8급 기능직공무원 15호봉의 임금은 212만 원이고, 근속기간이 10년 이상 된 상용직은 월 250~300만 원 가량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청의 경우 월급이 350만원 정도 받은 사람도 있었다.

기능직 공무원과 용역 위탁을 동시에 시행하는 구청들의 경우 두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 격차가 컸다. 기능직공무원들은 직급에 따른 월급을 받는데, 대부분 나이가 많고 근속연수가 오래돼 2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지만, 용역 인원의 임금은 90만~120만 원이었다.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이 많게는 10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특히 6명이 청소를 하는 동작구청의 경우, 현재 청소담당 기능직공무원 4명을 다른 업무로 돌리고, 오는 3월 1일 자로 전원 용역 위탁할 방침이다. 7일 현재 동작구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용역 업체 입찰 공고에는 6명의 인원을 새로 충원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일하는 2명의 용역 인원이 입찰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입찰 공고에는 현 인원에 대한 고용 승계가 적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작구청 측은 용역 인원 2명의 고용승계 문제는 새로 선정되는 업체의 권한이라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업체 선정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약속되지 않아 몸살을 겪고 있는 홍익대학교 사태와 유사한 경우다.

[근무조건] 사립대학보다는 나은 편

전체적으로 근무시간은 각기 달랐지만 하루 8시간, 주 5일제가 대부분 지켜지고 있었다. 주말이나 특별히 대청소를 해야 하는 시기에는 초과 근무수당이 책정됐고,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무료로 먹을 수 있게 제공되거나 식대가 지급됐다. 휴게실의 경우 일부 열악한 곳이 있긴 했지만, 남녀가 구분된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 용역 위탁 계약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이뤄졌고 강남구청은 2년, 성북구청은 3년으로 다른 곳보다는 고용 안정성이 높았다. 용역 업체 가운데 노조가 꾸려진 곳은 없었고, 기능직공무원은 공무원노조에, 상용직은 지역상용직노조에 대부분 가입돼 있다. 결과적으로 각 구청은 공공기관으로서 서울의 사립대학보다는 나은 근무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계약기간 최소 1년, 최저임금제도 준수, 주당 근무시간 준수 등 공공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고용 안정성] 재정자립도 높은 구청이 높아각 구청 별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분석해 보면 재정자립도가 대체적으로 높은 구청이 고용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청(구청장 전익철)은 청소노동자 11명이 모두 상용직이었고, 임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였다. 서초구는 상용직 인원이 모두 퇴직한 후에는 청소 업무를 용역 위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송파구청(구청장 박춘희)도 12명의 기능직 공무원이 청소를 담당한다. 특이한 점은 3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있다는 점인데, 이 역시 용역 위탁이 아니라 구청에서 직접 채용하고 있었다. 일용직의 임금은 일급으로 4만1000원(월 123만 원)이었다. 중랑구청(구청장 문병권)은 기능직 공무원과 상용직을 합쳐 총14명이 일한다. 기능직은 공무원 직급에 따른 임금을 받고 있으며 상용직의 연봉은 평균 2700만 원 선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강남구청(구청장 신연희)은 청소 용역 20명의 임금은 남성 월 120만 원, 여성 월 105만 원으로 전체 구청 청소 용역 평균 임금(101만 원)보다 높았다. 광진구청(구청장 김기동), 강서구청(구청장 노현송), 양천구청(구청장 이제학), 중구청(구청장 박형상), 종로구청(구청장 김영종) 등 5개는 전원을 기능직 공무원과 상용직 직원으로 두고 있었고, 은평구청(구청장 김우영)은 은평구 도시시설관리공단에서 인원을 채용해 구청 청소업무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구청은 모두 용역 위탁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동작구청(구청장 문충실), 구로구청(구청장 이성), 용산구청(구청장 성장현), 강북구청(구청장 박겸수) 등 4곳은 기능직공무원을 작업반장 격으로 두거나, 공무원이 담당하고 일손이 부족한 만큼만 용역 위탁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밖에 금천구청(구청장 차성수), 영등포구청(구청장 조길형), 동대문구청(구청장 유덕열), 성동구청(구청장 고재득), 도봉구청(구청장 이동진), 노원구청(구청장 김성환), 성북구청(구청장 김영배), 서대문구청(구청장 문석진), 마포구청(구청장 박홍섭), 강동구청(구청장 이해식), 관악구청(구청장 유종필) 등 11곳은 청소 담당 인원을 모두 용역 위탁하고 있다. 비정규직 양산...용역 회사만 배불려

구청들이 청소 업무를 용역 위탁하는 이유도 역시 비용 문제였다. 기능직 공무원이나 상용직 등 청소노동자가 정규직일 때는 근속연수가 쌓일수록 임금 부담은 커지는 반면, 용역을 사용하면 임금도 적고 1년마다 계약을 새로 하기 때문에 근속수당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런 비용의 문제로 인해 비정규직인 용역 인원을 공공기관이 앞장서 양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구청에서 용역업체로 지급되는 금액은 대부분 청소노동자의 임금이지만, 업체에서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노동자들의 처우는 나빠지고 용역회사들만 배를 불리는 꼴이다.

해고 통보를 받은 홍익대 청소노동자가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교정에서 학생들에게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나선 구청도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구청의 비정규직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던 민주당 소속 구청장 가운데 일부가 고용형태 개선에 나선 것.

1월까지는 용역 위탁 계약이 끝난 성동구청은 지난 2월 1일 자로 새로운 용역 계약을 맺는 대신 청소노동자 21명 전원을 성동구 도시시설관리공단 소속 계약직 직원으로 직접 고용했다. 용역 인원의 고용승계에 구청이 직접 개입하고, 이전보다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성동구청은 용역 근무 시 105만 원 가량이었던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공단 직접 채용에 따라 117만 원으로 오르고 매년 재계약의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노동자 일부에게는 공단직원이 사용하는 복지카드가 지급되고 매년 업체가 바뀌면서 함께 바꿔야 했던 유니폼도 공단에서 보급된다.

은평구청도 이런 형태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화했고, 노원구청도 3월 1일자로 시설공단 직접 채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동구청 측은 비용은 다소 증가하지만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면서 애사심도 커지고 업무 성과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평구청·성동구청·노원구청 등 청소업무를 용역에서 직접채용 형태로 전환 사례들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면, 비슷한 업무에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기준을 새롭게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클릭 한 번으로 당신도 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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