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도 돼지 핏물이? 나는 두렵다

2011. 1. 21. 11: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17일 축산농가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구제역 청정지역 가운데 한 곳이던 함양군은 3만400마리분(여분포함)의 백신을 정부로부터 공급받아 수의사와 공무원, 축협 등 50여명 14개의 접종반을 편성해 백신접종에 들어갔다.

ⓒ 함양군청

'구제역이 발생한 지 51일째인 1월 18일 현재, 구제역 발생 지역은 7개 시·도, 129곳으로 늘었고, 살처분·매몰 규모도 4251농가 210만 4천448마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살처분 보상금 및 예방백신 접종 등 정부가 지출해야 할 비용이 2조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조류독감(AI)으로 인한 살처분·매몰 규모는 162농가의 357만 1천387마리로 집계됐다.' - < 연합뉴스 > 1월 18일자

'정부가 연간 20억 원 가량의 육류 수출을 위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고집하다 600배인 1조 2000억 원이 넘는 재정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대응 시 정책적인 판단만 잘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과 중앙 부처 공무원의 판단 하나가 국가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 이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데는 정부의 안일한 초기 대응 탓이 크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신고된 것은 지난해 11월 23일이었지만, 방역 당국은 이를 29일에야 확인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조사 결과 전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안동 지역에서 확인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 지역을 6일간 방치하면서 구제역 피해를 키운 것이다.' - < 서울신문 > 1월 18일자

재앙이다. 이건 대재앙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수백만의 살아있는 생명들이 생매장 당하고, 구제역 방역 작업을 하던 공무원들은 과로사하며, 살처분을 담당하던 수의사들은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며 사표를 쓰거나 정신적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가족처럼 기르던 소,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선 피눈물 속에서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이것은 '동물들의 홀로코스트'다. 50일 남짓의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앗아간 일이 5천년 역사에 또 있을까 싶다. 이쯤 되면 이건 말 그대로 '생지옥'이다.

지금보다, 다가올 봄이 나는 더 두렵다

문제는 구제역 이후다. 지금의 상황도 준전시에 비할 만한 국가재난 상황이지만, 과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행정을 담당하였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으로서, 나는 구제역 이후가 정말 두렵다. 지금보다, 다가올 봄이 나는 더 두렵다.

옛말에, 전쟁 이후엔 전염병이 돈다고 했다. 이유는 사체들에서 생기는 미생물, 세균들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쟁 때보다 더 많은 사체를(정확하게는 살아있는 생체를) 금수강산 여기저기에 수백만 마리를 묻어놨다. 봄이 오고 날이 따뜻해지면 사체들에 가스가 차서 생매장한 곳에서 가스 폭발하듯 터지는 곳들이 생겨날 것이다.

핏물들이 흘러 실개천을 이루고,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식수를 오염시킬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어쩌면 4대강에도 핏물이 흘러들지 모른다. 지금 임시방편으로 덮어버린 모든 것들이, 봄이 오고 여름이 오면 하나하나 그 결과를 스스로 말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면 다시 풀어 제대로 꿰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 바둑에서도 고수는 바둑이 끝나고 난 뒤 복기를 한다. 어디가 결정적인 패착이었고, 어디가 승부처였는지를 곰곰이 곱씹는다. 그래야 바둑이 느는 법이다. 진 바둑 남에게 보이기 싫다고 바둑판을 엎어버리는 짓은 생초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차근차근 복기해보자.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자료들과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진단, 그리고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내 경험들을 토대로 하나하나 짚어보면, 이번 구제역이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확산된 것은 초동대처의 실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화룡점정,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의 판단착오와 사후대책 실패다.

초기대처와 방제과정, 사후대책 모두 '문제'

2010년 11월 23일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왔을 때, 간이키트 검사만으로 음성으로 판정하고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수의과학검역원에서 확진 판정을 하기까지 6일이나 걸렸고, 그 사이에 안동 지역 한우와 구제역 발생지역을 거친 도축차량, 분뇨처리업체 등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구제역을 확산시켰다. 심지어는 구제역 방제작업과 살처분 작업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장비를 소각하지도 않고 그 장비 그대로 다른 축산 농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한때 공무원들의 행정을 책임지고 국가의 정무적 판단을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번 구제역 사태의 핵심원인이 초기대처, 방제과정, 사후대책 등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착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의심판정이 아니라 확정판정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구제역에 대한 조기 차단과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 이것은 구제역 확진시스템에 대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수의과학검역원에서 확진 판정을 내릴 때까지 지자체에선 확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간이키트에 의존해서 음성으로 판정한 초기 6일 사이에 구제역은 이미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확진판정 전이라도 예방적 조처로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들이 필요했다.

구제역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와 정부의 안이한 상황판단이 이번 구제역 사태를 국가적 재난 수준으로 키웠다. 대통령이 구제역과 관련한 관련 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구제역 발생 후 거의 일주일이 지난 후였고, 구제역 피해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된 뒤인 한달 반 뒤였다.

공무원들이 과로사하고 수의사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사표를 쓰는 동안, 대통령은 한가로이 뮤지컬 관람이나 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대통령에겐 태평가로 들린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2000년 구제역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즉각적인 대응조치와 비교할 때 이번 구제역 사태는 분명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무능에 의한 인재임이 분명하다.

'구제역 청정국'이란 실리 없는 명분을 좇느라 백신 사용의 시기를 한달이나 놓쳤다. 기껏해야 1년에 20억 원 남짓 하는 축산물 수출을 위해 백신 사용 시기를 미루다가 확산을 조기차단하는 시기를 놓치고 2조 원이 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피해농가 및 피해 주민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잘못된 보상책이 오히려 구제역을 확산시키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피해농가가 받아들일 수 있는 파격적인 수준의 보상책을 제시해야 자발적으로 구제역 방지에 나설 것인데, 살처분에만 피해보상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축산농가가 고기값이 떨어질 우려에 백신접종을 기피하고 일시불로 보상이 이루어지는 살처분만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피해농가 외에 구제역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입은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에 대한 보상책은 전무하다. 살처분한 기업형 농장주만 목돈을 챙기고 영세 농장이나 지역 주민에겐 실효가 없는 보상책은 문제가 있다.

구제역 발생의 원인을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이나 동남아를 방문한 축산농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책임회피 정책의 결정판이다. DNA 조사를 통해 이번 구제역이 일본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유전자적으로 동일하며,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이 밝혀졌는데도,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초기방역 실패나 방역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노동자나 축산농가에 떠넘기는 것은 참으로 뻔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해 원포인트 국회를 개원하여 통과시킨 가축법 개정안에서도 구제역 발생의 원인을 축산농가에게 과도하게 책임지우는 것은 원인이나 결과 모두에 있어서 적합하지 않은 일이다. 구제역 방제의 책임은 개별 축산농가보다는 국가적 방제시스템에 더 방점을 두는 것이 옳다.

이상으로 간단하게 이번 구제역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정무적 판단착오 및 안이한 인식, 그리고 국가적 방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그 원인이 있음을 살펴보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광우병, 구제역,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과 관련하여 이미 우리에게는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구제역 사태를 국가적 재안 수준으로 방치하였다는 것이다.

구제역 극복해낸 그 경험은 다 어디로 갔나

우리는 이미 광우병으로 인해 영국에서만 600만 마리가 넘는 소들을 전부 소각해서 살처분하는 끔찍한 재앙을 목격하였다. 과감한 초기 방제조치와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구제역이 속수무책 확산되었던 대만의 경우를 지켜보았었다. 또한 초기의 과감한 살처분 및 효과적인 통제와 백신 사용으로 구제역을 슬기롭게 극복한 일본의 사례도 이미 살펴보았다.

무엇보다도 2000년 3월, 군 병력까지 동원하여 초기 확산을 철저하게 방지하고 과감한 살처분과 피해농가에 대한 파격적인 피해보상을 통해 단 2200여 마리의 살처분만으로도 구제역을 극복해내고 국제적인 극찬을 들었던 국민의 정부의 경험이 우리에겐 있다.

그런데 그 많은 반면교사의 교훈과 우리가 직접 경험한 그 소중한 경험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때의 그 공무원들, 그 수의사, 그 매뉴얼은 다 어디로 갔는가.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대한민국은 이렇게 다른 나라가 되었는가…. 참으로 갑갑하고 답답하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또는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이런 시행착오를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 사람에게 성공은 없다. 틀린 답안지를 다시 풀어보지 않는 학생은 다음에 또 같은 문제를 틀리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국가적 재난방제시스템

대책을 마련하고 대안을 생각하기에 앞서, 전직 장관이나 한 사람의 정치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 나는 '과연 살처분이 최선인가? 확실한가?' 생각하게 된다. 현재의 축산시스템에서는 이미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내가 고민하는 것인 '예방적 살처분'이다. 구제역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멀쩡한, 살아있는 소나 돼지를 (그것도 200만 마리가 넘게!)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문명세상이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설사 살처분이 유일한 방법 또는 최선의 방법이라 하더라도, 살아있는 생명을 산 채로 생매장하는 것,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야만이다. 이건 생지옥이다. 이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좀더 전문가들과의 검토,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결론을 찾아야 할 듯싶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야 할 듯싶다. 국가적 재난 사태인 이번 구제역 사태에 대해 개인적으로 깊이 고민하고, 국정의 책임있는 자리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내가 내린 대안들은 다음과 같다. 더 나은 대안과 대책은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우선 국가적 재난 방제시스템의 매뉴얼화가 긴급하고 절실하다. 이번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대통령실 그리고 지자체와 수의과학검역원, 의학계, 관련 실무전문가, 축산농가, 시민사회 등이 함께 참여하여 구제역,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과 관련한 각종 질병으로 인한 재난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 재난 방제시스템을 매뉴얼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공무원이나 전문가, 해당 업종 종사자들이 매뉴얼에 따라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에서 국가 재난방제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 첫 단추로, 현재의 수의과학검역원을 수의과학검역청으로 승격하여 좀더 강화된 권한을 주어야 한다. 재난방재청이 각종 홍수, 지진 등 국가적 자연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듯이 구제역, 조류독감 등 축산과 관련한 질병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각 지자체와 지방 검역청에 구제역 등에 대한 조기 확진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방제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이런 재난 사태에 대처할 전문가들을 양성하여야 한다. 또한, '국가재난방제회의'(가칭) 같은 기구를 정부 기구 안에 두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여러 정부 부처들을 통합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였던 것처럼, 신종플루나 구제역 같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방역 방제 문제를 통괄할 범정부 기구를 신설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번 구제역 사태와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여야 한다.

구제역 이후, 조류독감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정말 생각만 해도 나는 구제역 이후, 조류독감 이후가 두렵다. 18일 현재 소와 돼지 200만 마리, 오리와 닭 거의 600만 마리 가까이를 생매장했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 틀림없이 생매장한 곳에서는 가스가 발생하고, 오폐수가 흘러내려서 지하수와 식수를 오염시킬 것이다. 그리고 죽은 사체들에선 세균들이 번식하여 각종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다.

지금은 구제역 등의 확산을 막는 데 전력하고 있지만, 조금 더 내다보고 구제역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식수 오염과 전염병,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예방적 조치를 하고, 구제역 이후를 대비하여야 한다. 안 그러면 올해 봄에는 말이 아닌, 실제 상황의 대재앙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육식 중심의 우리 밥상부터 변해야 한다

공장형 가축 사육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이번 구제역 사태의 근본원인 중 하나로 공장형 집단사육 시스템을 꼽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예전에 소들을 풀밭에 풀어 꼴을 뜯게 하고, 먹고 남은 음식이나 곡식으로 돼지나 닭을 기를 때는 지금처럼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이 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소, 돼지, 닭은 마치 공산품처럼 고기 생산을 위한 기계처럼 대하면서 구제역 같은 질병들이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이제는 소에게 사료대신 풀을, 항생제 대신에 발효사료나 미생물사료를 주자. 인공수정 대신에 자연수정을 시키고, 가두어 기르기보다는 풀어놓고 기르자. 가축들에게도 흙과 햇볕을 돌려주자. 가축들에게도 자연을 돌려주자. 기업형, 공장형 축산시스템을 자연친화형 시스템으로 변화시키자. '가축은 공산품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밥상부터 변해야 한다. 가축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육식 중심의 우리 밥상부터 변해야 한다. 온갖 부위별 맛난 고기들을 골라먹는 우리의 육식 문화가 기업형, 공장형 축산 시스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육식 중심의 먹을거리 문화를 채식 중심의 먹을거리 문화로 바꾸자. 채식이 힘들다면 육식을 조금만 더 줄이자.

앉고 설 공간 밖에 없는 곳에서 온갖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고 자란 고기보다, 직접 우리 손으로 심고 가꾼 채소를 먹자. 우리집 마당에, 베란다에, 옥상에, 거실에 내 손으로 가꾸는 채소를 심자. 우리가 밥상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항생제 먹고 자라는 공장형 소, 돼지, 닭은 절대로 줄어들지 않는다.

도시의 40% 이상을 농지로 바꾼 쿠바의 '블루혁명'을 배우자. 90% 이상의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이로 인해 건강과 의료시스템까지 획기적으로 나아진 쿠바에서 배우자. 도심의 옥상과 자투리땅을 이용해 '도시농업'에 성공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본받자. 우리를 위해 동물들을 위해 밥상부터 바꾸자.

피해 농가와 지역 주민들을 위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야 한다. 현재의 구제역 피해보상은 살처분한 가축들에 대한 보상과, 사료 등에 대한 보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살처분을 선호하고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피해 농가에 대한 파격적이고 현실적인 보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를 요청한다. 그래야 가축과 사료에 대한 보상을 넘어 학자금 융자 등이 용이하고, 축산 농가 외에 지역 주민들에게도 생계안전자금 지원, 구호품 지급, 지방세 감면 등의 혜택이 돌아간다. 정부로서는 재정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겠으나 기반시설을 잃은 축산농가가 재기하고, 또한 손님이 줄고 장사가 안 되어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지역주민들의 현실을 살펴서 구제역으로 인한 2차, 3차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여야는 합심하여 재난적 구제역 사태에 대처하고, 대통령은 사과하고 관련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해결하는 데는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를 비롯하여, 한나라당의 박근혜 의원 등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은 정부를 비판하거나 대권주자로서 자기 이미지 관리만 할 것이 아니라 이번 구제역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당부한다.

야권은 잠시 정부 비판을 미루고 국회로 돌아가 구제역 사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여야영수회담 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손학규 대표, 안상수 대표 등 여야의 지도자들이 모여 초당적으로 이번 구제역 사태를 해결할 방도를 모색하여야 한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구제역 사태가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번지도록 방치한 책임을 물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고, 피해 농민들과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진솔하게 대국민사과를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초기대처에도 실패하고 사후대책까지도 실패하여 국가와 국민을 재난적 상황으로 몰고 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말단 공무원이 잘못 한 것이든, 관료나 관련부처 장관이 잘못한 것이든 이번 구제역 사태가 국가적 재난 수준에 이르렀고, 머지않아 더 큰 대재앙으로 번질지도 모를 상황까지 오게 된 최종적인 책임은 누가 뭐래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 오마이 블로그]

[☞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