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구제역은 왜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나

2011. 1. 1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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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전국 50개 시ㆍ군으로 확대됐다. 살 처분 매몰 대상 가축은 3천305개 농장 128만두로 늘었고 백신 접종 대상 가축은 300만두에 육박하고 있다. 구제역이 통제 불능 상태를 넘어 재앙의 단계로 들어섰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구제역은 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구제역의 확산 속도가 엄청나다. 한 달 보름정도 지난 것 같은데 거의 전국으로 확산된 것 같다?

=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전남과 전북, 경남, 제주 등 3개 지역에 불과하다. 정부가 구제역을 공식확인한 것이 지난해 11월 29일이었으니까 40여일 만에 전국으로 확산됐고 살 처분 대상 가축이 이미 128만 마리를 넘어섰다. 청정지역이던 대관령도 뚫렸고 충북 청원과 경기도 안성에서도 추가로 구제역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 50개 시.군으로 확산된 것이다.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호남, 경남지역 보호를 위해 백신 접종지역을 전북의 정읍 김제 익산 부안 군산과 경남과 인접한 경북 경산, 청도로 확대하고 모든 소와 모돈. 종돈에 대해서 백신을 투여할 방침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은 9일 충남 논산을 방문해 "호남마저 구제역이 뚫리면 구제역과의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며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처럼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며 구제역 확산 방지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 구제역 확산속도가 엄청나서 축산업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 지금의 확산속도를 보면 솔직히 그런 우려가 든다. 매서운 한파까지 겹치면서 구제역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호남과 경남지역으로의 확산은 막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설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구 대이동에 따른 구제역의 확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서 축산농가와 지자체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소와 종돈, 모돈으로 백신접종을 확대하고 있어서 다음주가 구제역 확산이냐 진정이냐를 가를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백신접종이 100%에 육박하고 있어서 다음주쯤이면 진정기미가 보일 것이라고 경기도 축산당국은 밝히고 있다.

▶ 구제역이 이렇게 확산된 원인이 뭐냐?

=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로도 전파가 되기 때문에 그 확산속도가 무섭다. 구제역에 걸린 소 한 마리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로 천만 마리까지 감염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발생농장으로 부터 반경 3km이내의 소나 돼지를 살처분 하는 것이다. 구제역 전파는 공기 중으로 가능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축산단지에는 사료차량, 인공수정, 수의사, 분뇨수거 차량 등등 드나드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축산농가나 축산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철저한 소독이나 예방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감염이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국 곳곳에 이동제한 초소가 설치되고 소독작업을 하고 있지만 축산과 관련돼 이동하는 차량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구제역도 알게 모르게 전국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그런 실정이다.

사실 구제역을 막을 뾰족한 수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가시적인 대책은 백신 접종이겠지만 소, 돼지만 해도 총 1300만 마리 가까이 되며 여기에 사슴, 염소 등에게도 100% 접종해야 한다. 더 큰 난점은 산양이나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들이다. 이 모든 것을 다 막기에는 역부족인 점은 틀림없다.

▶구제역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정부의 대책이 소홀하고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등등의 여러 이유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뒷북행정'을 문제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강력한 대응을 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가장 늦게 결정한 것은 백신접종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백신접종을 결정했지만 실제로 구제역 의심증세가 나타난지 한 달이 다 된 시점에서야 이뤄졌다. 살처분 현장에 군 병력의 동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0년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당시에는 처음부터 군 병력이 투입돼서 이동을 통제하고 살처분 현장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그래서 2000년에는 3월 20일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4월 15일에 끝났고 살처분 대상 가축도 2,200마리에 그쳤다. 2002년에는 5월 2일 발생해서 6월 23일 잡혔다. 살처분 가축은 16만 두였다. 지자체마다 인구의 이동이 많은 지역축제를 미뤘다가 다시 지역경제를 고려해 행사를 열고 있는데 구제역 이동에는 최악의 선택이다. 강원도 평창지역에서 '송어축제'를 연기했다가 이를 재개했는데 인근 대관령 목장에서도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관령 목장은 관광목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아직 구체적인 전파경로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소극적인 대응이 구제역 확산의 주요 원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병력 투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냐?

= 그건 아니다. 군인들이 하루 4,400여명의 병력이 전국에 투입돼서 나름대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군인들의 지원은 살 처분 사후 처리 농장을 소독하거나 사료나 건초 수거 소각 그리고 이동초소에 배치되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방부장관과 당정협의를 할 때 군인들이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며 "그랬더니 국방장관은 '군대에 자식들을 보낸 부모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하다. 그래서 일손 부족문제가 잘 해결이 안 된다'고 했다"며 김 국방장관이 사실상 당의 요청을 거부했음을 전하기도 했다. 구제역은 국가재난 상태인데 군이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군대의 존재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김 국방장관의 말대로라면 전쟁이나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에도 부모들이 반대한다고 병력 동원을 하지 않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명예교수는 "방역은 제2의 국방이다. 국민이 할 수가 없고 군인이 지켜야 한다"면서 2001년 영국 전역을 휩쓸었을 때 군인들이 대거 투입됐지만 구제역 환자는 1명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축산담당 공무원도 군인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제역 방제는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국가가 군을 동원해서 이동을 통제하고 현장에서 살처분에 나서야 한다"며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런데 구제역이 발생한 시점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 그렇다. 정부가 구제역 확진 판정을 11월 29일 했지만 첫 의심신고는 11월 23일에 있었다. 그런데 검역당국이 이를 28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 Y씨는 지난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안동 구제역 최초 의심 신고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우리 집 돼지가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해 11월 23일이었고 모돈(母豚) 6마리가 사료를 먹지 않았으며 그 중 4마리의 발톱과 발등 사이의 피부에 곪은 증세가 보였다"며 "인터넷과 양돈 책자를 찾아보니 (증세가) 구제역인 것 같아 이날 아침 9시 30분쯤 안동시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Y씨는 "신고를 받은 경북가축위생시험소에서 직원 4명이 나와 증세가 심한 돼지 4마리를 대상으로 채혈하고 발톱 사진을 찍었으나, 간이 키트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며 '구제역이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말했다"며 "기왕 채취한 시료를 위(국립수의과학검역원)로 올려 보내 정밀검사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건의했는데도 직원들은 '음성이면 올려 보내지 않는다'며 방역 기본 규정도 모르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Y씨는 경북가축위생시험소 직원들이 다녀간 바로 다음 날인 24일 오전 자신이 키우던 새끼돼지 35마리가 집단 폐사하자, 수의사에게 의뢰해 질병 원인 조사에 나서는 등 자체 방역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Y씨의 주장대로라면 정부가 지난해 11월 29일 구제역 발생을 확정 발표했지만 의심 증상은 6일 전인 23일부터 나타났으며, 결국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구제역 사태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특히 검역당국이 Y씨에게 전화를 걸어 의심증세 발병과 신고시점을 28일로 해달라고 종용했다는 Y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초동 대응 실패를 무마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종용한 것이 되므로 심각한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외에도 검·방역 당국은 첫 신고 3일 뒤인 26일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한두 번째 농가를 첫 신고자로 둔갑시켜, 신고 이후 48시간 이내(28일) 초동 방역에 나서 조기 대처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 왔다.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했지만 지자체에서는 의심신고를 받고도 일주일이나 우왕좌왕 하는 사이 전파력이 매우 강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졌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분뇨수거차량이 안동에서 분뇨를 수거해 경기도 파주에서 처리를 했고그 주변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니까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려운상황이다. 검역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큰 화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축산이 소규모, 밀집 형태인 데다 도로교통이 발달해 바이러스가 쉽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이고, 특히 대규모 가축수집상들이 전국을 돌며 활동한다는 점도 매일 새로운 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백신 맞은 소도 구제역 확정판정을 받았다는데 백신접종도 대책이 될 수 없는 거냐?

= 백신 접종을 한 뒤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거나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북 청원군의 한 한우농가에서 지난 4일 구제역 예방백신을 맞은 한우 1마리가 9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정밀검사를 한 결과 확진판정이 나왔다.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과 불은면에서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예방백신을 맞은 뒤 의심 증상을 보인 한우와 젖소들이 지난 6일 양성판정을 받았다. 강원도 횡성에서는 지난 4일 구제역 예방백신을 맞은 강원 횡성의 한우농가 3곳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결국 방역당국이 '청정국' 지위 문제를 고심하다가 접종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축산 관계자는 "백신이 구제역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라며 "백신접종 이후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신은 85%의 방어력이 있는 것이지 완전히 구제역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신 접종을 했더라도 사후관리에 소홀히 할 경우 1~2마리의 증세를지나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또다시 구제역이 번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대만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고 한다. 대만은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한 뒤사후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4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을 살 처분 했고 축산업이붕괴 위기를 겪었던 것이다.

▶구제역 방역이 축산농가나 정부만의 대책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

= 그렇다. 구제역과 동시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서 사실상 국가재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축산농가 뿐 아니라 국민들도 적극적으로 방역을 돕겠다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구제역 확산이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긴 하지만 1차적인 책임은 사실 축산농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축산농가에서는 소나 돼지 등이 가축이지만 가족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젖소의 경우 우유를 생산해서 생계를 도와주므로 가족보다 더 친근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 자신의 재산이면서 가족과도 같은 가축관리를 위해 일차적으로는 농장주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야 하고 가축들에 대한 관찰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안동의 농장주도 구제역이 발생한 베트남을 다녀왔지만 관리나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소규모 농장의 경우 출입자 관리나 드나드는 사람이나 차량 물품 등에 대한 소독을 개인차원에서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조치일 수 있지만 축산농가 스스로의 대응이 소홀하다면 구제역 확산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악수로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가축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만으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수 없다. 구제역 확산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전파 원인의 90% 이상이 사람에 의한 전파이기 때문에 축산농가 뿐 아니라 국민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축산농가 주변으로의 방문이나 축산인 들과의 접촉을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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