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봐도 기막힌 2010년의 말말말과 만평들

천관율 기자· 김경수 화백 2011. 1. 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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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2월5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정직하게 살아온 서민들 염장을 질렀다. 이후 이 회장은 '정직하게' 아들 이재용씨를 후계자로 끌어올렸지만,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떤 '정직한' 말씀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들은 진실로 박근혜 안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한나라당 친이계가 이익 단체에 가깝다면, 친박계는 종교 단체 분위기가 난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첨예하던 2월23일,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에 찬성하기에 나도 찬성한다"라며 숫제 '박(朴)기도문'을 읊었다.

제131호 그는 수백억원대 개인 명의 부동산을 소유하였고, 차명으로 된 주식과 땅과 회사 그리고 자식의 위장취업, 거기에다 모든 걸 덮을 수 있는 권력까지 가졌다. 이런 그가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려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검사가 너무 무서워 죽고 싶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명숙 뇌물 수수' 재판이 한창이던 3월11일, 검찰 측 핵심 증인이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검찰 압박에 거짓 증언을 했다고 법정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한 전 총리는 이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망신을 당한 검찰이 곧바로 별건 수사에 들어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재판에서도 검찰 측 핵심 증인이 허위 진술이었음을 고백해 검찰은 똑같은 망신을 당했다.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나도 한때' 시리즈 최신판. 천안함 침몰 엿새 뒤인 4월1일 청와대 오찬에서 이 대통령이 파도만으로도 배가 두 동강이 날 수 있다며 한 말. 시리즈로 "나도 한때 노점상" "나도 학생 때 민주화운동" "내가 애 넷 낳아봐서 아는데" 따위가 있다. 천안함 사건 초기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이 대통령은 곧 북한 책임론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한다.

제138호 집권 후 참 많은 생명을 떠나보낸 정권이었다. 하루 걸러 곡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을 시작으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법정 스님에 이어 천안함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들은 뒤이어 올 재앙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네가 뭔데? PD가 왜 검사한테 전화해서 확인을 하냐고."

MBC < pd첩 > 은 4월20일 검찰의 성 접대 문화를 폭로하는 방송을 내보내 검찰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방송에서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향응을 제공받았는지'를 물어보는 최승호 PD에게 버럭 하며 한 말. 박 지검장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당신한테 경고했을 거야. 쓸데없는 게 나가면 형사·민사로 다 조치가 될 거다"라며 '협박 멘트'를 날리기도.

"우리는'천안문 사태'에 직면해 있고…."

우리 외교안보팀이 북한 문제를 푸는 능력은 몰라도, 중국 속 긁는 데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보여줬다. 5월4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천안함 사태'를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천안문 사태'라고 잘못 말해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고. 요즘 한·중 관계를 보면, 아직도 우리가 무슨 사태에 처해 있는지 잘 모르는 듯?

제140호 < 시사IN > 실제 마감시간을 눈치 채게 했던 만평. 남문희 당시 국장의 부재중 국장 대리이던 편집국 오 아무개 기자가 작가에게 천기누설(마감시간)까지 하며 수차례 다시 그려달라고 요청한 끝에 만족한다며 수고했다고 한 문제의 만평. 이후 < 시사IN > 만평의 마감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지기 시작했다.

"MB가 너만 보더라. 김윤옥 여사만 없었다면 번호 따갔을 것."

대통령까지 거침없이 농담거리로 삼은 대물 초선 의원의 등장.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7월16일 연세대 토론 동아리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청와대를 방문했던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이후 강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한 뒤 무소속 신분으로 난데없이 삼성 일가의 병역 면제 현황을 공개하는 등, 삼성 저격수로 돌아오기도.

제149호 올 한 해처럼 대한민국을 폭력 속에 푸~욱 절어버리게 한 해도 드물 거라 생각한다. 국민의 표적이 된 범인에게 손가락질해대며 이성을 잃은 한 마리 짐승으로 몰고 가는 폭력적인 세상이 너무 뻔뻔해 작심하고 그렸던 만평이다(나 스스로 2010년 시사터치 만평 한 편을 뽑으라면 이걸로 하겠다).

"북한이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살아야지."

여권의 6·2 지방선거 참패가 낳은 최대 헛소리. 7월24일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2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한 말이다. 정작 유 장관 본인은 기기묘묘한 방법을 동원해 딸을 외교부에 특채시킨 사실이 드러나 9월에 '감투'가 날아가고, 누리꾼은 "세습을 사랑하는 유 장관이야말로 김정일 밑에 가서 살아야지"라고 패러디.

제152호 이명박 대통령은 여름 휴가지에 소설가 이문열을 동행시켜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녹색성장, 4대강 살리기, 기업형 세종시…. 그동안 쓴 소설을 보여주려고 그랬나 보다. 이후 소설은 더 늘어난다. 친서민, 공정사회… 급기야 국론분열론까지.

"공정한 사회 되도록 최선 다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의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의 한 대목. 말 자체야 멀쩡하니 이 지면에 실릴 것은 없지만, 이후 반년 내내 인사며 예산이며 하나같이 실천이 반대로 갔다는 게 유머 포인트.

제167호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사찰, 폰 벨소리에 정신없었던 우리 대통령. 정작 중요한 전화는 못 받으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것은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청장이던 3월 강연에서 한 이 말이 경찰청장에 내정된 8월13일 뒤늦게 알려져. 조 청장은 10월 국회에 출석해 "11월 중으로 사과하겠다"라고, 희대의 '예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사과하겠다는 조 청장의 입은 '꿀 먹은 벙어리'.

"마음 편안하게 먹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9월22일 서울 양천구의 수해 피해 현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수재민에게 한 말. 이 대통령의 '쿨'한 조언 이후 누리꾼 사이에 "기왕 이렇게 된 거 대통령을 바꿀 수는 없나?" 등 '기왕 이렇게 된 거' 놀이가 유행하기도.

"여기서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12월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시행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논평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이거, 한나라당 정권이 그 정도로 대한민국을 부실하게 만들어놓았다는 자기 고백인 거지?

제168호 대한민국 어느 언론이 독점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심지어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마저 앞에선 재벌 흉보고 뒤에선 재벌의 그 짓을 따라 한다. 진보 시장의 '밥그릇'을 독차지하려 드는 짓 말이다. 이런 시사 만화를 떳떳이 그려낼 수 있는 < 시사IN > 이 있어 작가는 행복하다.

천관율 기자· 김경수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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