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교사 뺨 때리고 '매값'으로 수표 던져

현일훈기자 one@munhwa.com 2010. 12. 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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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교사에 "어쩔래, XX야".. 敎權 더 떨어질 곳도 없다

최근 들어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체벌 전면 금지 방침을 밝힌 지난 9월 이후 학교 현장의 교권 추락 현상이 두드러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전화상담과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교권 침해 사례를 수집한 결과, 학생이 교사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가 하면 학부모가 교사의 뺨을 때리고 '매값'으로 수표를 내미는 등 민망하고 충격적인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교총이 내놓은 사례집에 따르면 한 중학교 교사는 "(체벌이 전면 금지된 이후) 선생님한테 반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한 학생은 여자 선생님의 배를 발로 차고 도망가면서 '때리려면 때려 봐. 신고할 테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 9월 전교조 교권상담실과의 전화상담에서 "치마가 긴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다음 날 어머니가 교실로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얼굴을 때렸다"며 "학부모는 사과는커녕 '이거면 되겠느냐'며 수표를 내보였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복도에 나가 있는 학생에게 '수업 시간이니 교실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더니 '안 들어가면 어쩔건데. XX야. 그래 학생부로 가자. 5초 안으로 교감을 못 데리고 오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라며 발길질을 해 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교사는 "학부모가 가정통신문(생활규정)은 읽어 보지도 않고 아이에게 벌점을 부과한다며 학교로 찾아와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항의하기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게 '부모님께 전화한다'고 하자 '선생이 엄마에게 꼰지른다'며 책상을 뒤엎고 교실 앞으로 나와 교탁을 발로 걷어차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혀를 찼다. 또 다른 교사는 "한 남학생이 교사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수업 시간에 교실 안을 돌아다니며 괴성을 지르고 좀비 흉내를 내고 있다"면서 "하지만 해당 학생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지난 한 달 사이 지역별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5~6차례 이상 여교사만 맞은 전례는 없다"며 "아이들 입장에서는 심리적 해방감을, 교사 입장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12년 전 체벌을 금지한 영국의 웨일스 지방에서 지난 5년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가 4000건에 달한다"며 "체벌을 계속 금지하면 우리도 영국의 교실 붕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일훈기자 o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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