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관실, 사회각계 무차별 사찰

2010. 11. 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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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충연 '사찰수첩' 내용 보니

반정부세력 감시 통해 '정권보위'

여 의원도 정부비판땐 '명단'에

청와대·국정원 등에 정보 전달

'영포라인' 공무원 초기멤버로

민간인을 사찰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공성진·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와이티엔>(YTN)과 한국노총 등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동향을 폭넓게 파악했던 흔적이 드러났다.

22일 공개된 지원관실 원충연 전 조사관의 수첩을 보면, 지원관실은 공무원들의 윤리 감찰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국정원·국세청·경찰 등 주요 사찰기관의 업무를 넘나들며 일종의 '정권 친위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첩에는 정치인과 공무원은 물론 언론·공기업·시민단체·노동계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회 각계 인사 및 기관의 동향이 담겨 있다.

수첩에 적힌 동향 보고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에 '반기'를 들었느냐 여부였다. 민간 기업이자 언론사인 <와이티엔> 노조의 동향을 파악한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당시 와이티엔노조는 '엠비(MB) 캠프'에서 방송 본부장을 맡은 구본홍 신임 사장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었고, 이 움직임은 촛불집회와 맞물려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수첩에는 '노조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 인사, 업무지시, 작업 배치'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다.

원 전 조사관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인 이시우씨의 이름을 적고 그 옆에 '불법 폭력집회의 배후자금 지원화 첩보'라고 적어뒀다. 지원관실이 '촛불집회'에 대해 전방위 사찰에 나섰다는 방증이다.

수첩에는 또 지원관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들의 동태를 파악하려 한 정황도 담겨 있다. 원 전 조사관은 전 정부의 핵심인 친노그룹뿐만 아니라, '친박계'에 속하는 이혜훈·유승민 의원의 동향을 파악했다. 또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오세훈 서울시장, 충남 홀대론을 들고 나온 이완구 전 충남지사까지도 감시 대상이었다. 이미 검찰 수사로 사찰 사실이 확인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 출범 초기 이른바 '영포 라인'의 국정 농단을 비판하고, 그 배후로 지목되던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던 인물이었다.

이 수첩은 이런 정보가 청와대·경찰청·국정원 등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보여준다. 수첩에는 2008년 7월30일 공공기관인 적십자 총재 임명을 반대하는 노조 성명서를 사회수석실 최○○, 인사수석실 장○○, 국정원 가○○ 등에게 보냈다고 적혀 있었다. 지원관실의 동향 파악 활동이 청와대나 정보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관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수석실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 인사수석실은 인사비서관실을 각각 잘못 적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정책수석실은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소속됐던 곳이다.

수첩에서 드러난 이런 활동 탓에 지원관실이 '정권 보위를 위해 만들어진 불법 정보기구였다'는 추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원관실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 민심 이반에 직면한 '촛불' 사태 직후인 2008년 7월에 신설됐으며, 영덕·포항 출신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지원관실의 초기 사찰은 촛불집회의 자금과 배후세력의 파악이 핵심이었다. 이는 촛불집회 당시 국정원·검찰 등 공안기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권력핵심부가 믿을 만한 '집단'에 일을 맡기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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