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디가우저'가 했다

김연국 기자 ykkim@imbc.com 2010. 11. 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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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ANC▶

네, 지금부터 보실 이야기는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김연국 기자가 뉴스센터로 '디가우저' 라는 장비를 갖고 나왔는데요.

김 기자, 저도 IT취재 좀 해봤지만 '디가우저'라는 장비, 아주 생소한데 도대체 뭐하는 물건입니까?

◀ 김연국 기자 ▶

컴퓨터에 저장돼있는 모든 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깨끗이 지워버리는 장치입니다.

이 생소한 장비의 기능, 그리고 왜 불법사찰 사건에서 등장하게 됐는지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VCR▶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확산되던 7월 9일.

검찰은 사상 처음으로

총리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러나 압수한 컴퓨터에서

사찰의 증거를 찾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압수수색 이틀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디가우저'를 이용해,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자료들을

모두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서 단순히

파일만 삭제하거나

하드디스크를 포맷할 경우

전문 복원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거의 100% 복구됩니다.

변양균-신정아 씨 사건 때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도

컴퓨터에서 모두 삭제됐지만,

검찰은 다 복원해 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찌그러뜨려도

복구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SYN▶ 김형태

"플래터 판 안에 디스크

자력선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복구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부서져도

복구가 가능하다고요?)"

"예. 맞습니다."

그러나 총리실 직원들이 이용한

디가우저를 쓴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아주 강력한 자석으로

하드디스크를 완벽히 파괴해

저장 내용을 지워버리기 때문에

복구는 불가능해집니다.

◀INT▶ 김형태/이네트렉스 대표이사

"디가우저는 물리적으로

자력 성질 자체를

디스크에서 제거하는 것이라

전혀 복구할 수가 없습니다."

작동시켜 봤습니다.

하드디스크 내용을

완전히 파괴하는 데

불과 40초 걸렸습니다.

특수 현미경으로

하드디스크 표면을 촬영해

봤더니, 정보를 기록하는

자기장 굴곡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ANC▶

그러니까 종이 문서를 폐기하는 문서파쇄기처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괴한다는 거군요?

여기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김연국 기자 ▶

이쪽 작은 디가우저는 하드디스크 1개를 파기할 수 있는 거고요, 이쪽 큰 디가우저는 하드디스크 6개를 한꺼번에, 또는 노트북을 통째로 파기할 수 있습니다.

◀ANC▶

한 번 작동시켜 보시죠.

◀ 김연국 기자 ▶

노트북을 넣어 보겠습니다.

동작버튼을 누르면 작동을 하는데요.

충전까지 40초 정도 걸리니까 기다려보시죠.

◀ANC▶

그런데 이 디가우저는 어떤 사람들이 씁니까?

◀ 김연국 기자 ▶

정부기관과 대기업들이 주로 쓰고 있습니다.

지금 뒤에 보시는 문서는 국가정보원이 지난 2006년에 각 정부기관들에게 보낸 보안지침 공문인데요, 하드디스크를 전용소자장치, 즉 디가우저로 폐기하라고 돼있습니다.

이 지침에 따라 정부기관들이 줄줄이 구입했고요,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들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ANC▶

그만큼 민감한 자료가 많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값은 얼마나 해요?

◀ 김연국 기자 ▶

싼 게 1천만 원대고 비싼 건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까, 개인들이 사서 쓰기에는 상당히 비싸죠.

깜짝 놀라셨죠?

◀ANC▶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 김연국 기자 ▶

순간적으로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면서 나는 충격음입니다.

이제 이 노트북 전원을 켜도 하드디스크가 완전히 파괴됐기 때문에 아예 부팅이 되지 않을 겁니다.

◀ANC▶

네. 총리실 공직자들이 이런 방법으로 불법사찰과 그 증거를 인멸했다, 이렇게 얘기가 되겠군요?

지금 정치권은 재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데, 검찰 입장, 어떤 것입니까?

◀ 김연국 기자 ▶

할 건 다 했고 재수사해도 나올 게 없다는 게 검찰 입장입니다.

◀VCR▶

검찰 수사의 핵심은

불법사찰의 배후가 누구냐,

과연 청와대가 개입했냐는 겁니다.

검찰은 그러나 '디가우저' 때문에

못 밝혀냈다고 했습니다.

◀SYN▶ 이귀남/법무부 장관

"당사자들이 묵비를 하거나

또는 증거인멸을 위해서

다 훼손하는 바람에..."

하지만 그 이후에도 '디가우저'가 미처

없애지 못한 여러 정황들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증거인멸 과정에서 쓴 대포폰은

청와대 직원이 만들어줬고,

사찰팀 수첩에서는

청와대 지시사항이라는

메모가 발견됐고,

사찰팀 컴퓨터에

청와대 민정수석 보고용이라는

폴더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배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아니라며

재수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ANC▶

검사들이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 통과한 머리 좋은 분들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디가우저가 굉장한 장비라 해도 무엇이 진실인지, 끝까지 밝혀낼 능력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김연국 기자 ykkim@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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