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첫날 일부 '문제학생' 통제불능(종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서울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된 첫날인 1일 일부 교육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이어졌다.
교사들이 수업 분위기를 방해하는 학생을 지도하려 했지만, 학생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반항까지 하면서 통제 불능의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체벌을 대신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지적이다.
장충고 생활지도부장 조익환씨는 "지난달 체벌 금지 규정을 제정한 이래 지시 불이행 등 문제로 교무실을 찾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 선생이 체벌을 못한다는 사실만 강조돼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퇴학은 학생한테 부담이 너무 크고 대체벌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학생이 반항하면 사실상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주장했다.
성북구 고명중 박승관 교감 역시 "여선생이나 부드러운 성격의 선생이 맡은 시간에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잠을 자 수업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 야단을 치려고 불러도 웃으며 도망치는 것이 다반사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 교감은 "일부 학생은 팔뚝만 잡아도 체벌이라고 대드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그나마 상벌점제가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상적인 수업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강남 대청중 교사인 이해광씨는 "오늘부터 체벌이 전면 금지됐다고 해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아이들이 한 대 맞는 것보다 오히려 내신 성적이 나빠지는 것을 겁내니까 그런 모양이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당장 별다른 변화를 느낄 수 없다면서도 체벌 금지에 따른 혼란은 우려했다.
양천구 목일중에 다니는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체벌금지가 오늘부터 시행돼 당장 뭔가 달라진 점을 느끼지 못하겠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느 학교에서든지 역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체벌금지를 대체로 반겼다.
양천구 월촌중의 한 학부모는 "체벌금지를 위한 공청회에서 반대의견도 나왔지만, 우리 아이는 '지금 안 고치면 10년 뒤에도 체벌이 안 없어질 것'이라고 하더라. 나도 체벌이 아닌 다른 길을 찾는 게 어른 몫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의 혼란에도 이 제도의 연착륙을 낙관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혼란을 겪는 학교는 일부일 뿐 나머지 학교에서는 체벌 전면 금지 조치가 대체로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체벌 전면 금지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교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비교육적 체벌과 폭행은 없어져야 하지만 교육적 벌마저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곽노현 교육감은 학교 현실을 외면하고 실효적 대체벌도 마련하지 않은 채 체벌을 금지해 교실 붕괴와 학교질서 훼손을 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체벌 전면금지에 따른 학교질서 훼손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적 체벌을 한 교원을 징계하면 소송을 지원하고 법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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