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대안학교 찾은 외국 선생님들 "눈물 날 뻔"

2010. 10. 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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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시아·아프리카 등 22개국서 와

"한국 대안학교 좋은 본보기"

"두번째로 두만강을 넘을 때는 면도칼을 옷소매에 숨겼어요. 또다시 잡히면 목숨을 끊어버리자…." 탈북 청소년들의 경험담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흘러나오자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22개국에서 온 교육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새까만 얼굴의 세네갈 교사, 차도르를 둘러쓴 몰디브 공무원 등 29명의 교육자들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셋넷학교'(탈북청소년 대안학교)를 방문(사진)해 진지한 표정으로 이 학교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들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아태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 교원역량강화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교육자들로, 지난달 15일부터 두 달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여러 교육기관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농업기술 대안학교인 '풀무학교'를, 20일에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셋넷학교'를 방문했으며 다음주에는 지역공동체 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찾을 예정이다.

'남한과 북한은 왜 분단됐나'는 질문부터 '대안학교로서 자체적인 교육방식을 소개해달라'는 부탁까지, 셋넷학교를 찾은 이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부탄에서 영어교사를 하다 현재 교육부에서 일하고 있다는 돌지(32)는 "자식이 있는 아버지로서 탈북 청소년들이 겪은 사연을 듣고 눈물이 날 뻔했다"며 "그런 특별한 친구들을 보호하고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있다는 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탄자니아에서 온 벨링턴(35)은 "남과 북을 모두 경험한 학생들이야말로 균형잡힌 시각으로 통일된 미래의 한국을 이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분쟁이 있는 당사자들이 서로를 보듬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종류의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세네갈에서 20년 동안 영어를 가르쳐온 카 압둘(46)은 "대안학교는 공공교육을 받을 수 없는 소외된 학생들을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시스템"이라며 "공교육에서 소외된 세네갈의 농업·산간 지역 등에 성미산학교 등 한국의 공동체 학교의 모습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 자살률이 높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카 압둘은 "과열 경쟁으로 학생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이 입시가 아닌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돌지도 "부탄도 입시 위주의 교육이 심한 편이지만 한국과 달리 경쟁에서 도태된 학생들을 위한 정부 지원이 많다"며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도 행복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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