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도 가끔 된장찌개..한국사회 따뜻해졌으면"

2010. 10. 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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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그 뒤…1년] 강제출국 당한 이주노동자 '미누'

1년 전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던 사건의 주인공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공인들이 언론과 세상에 쏟아냈던 약속은 1년 뒤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까. '그 뒤 1년'을 통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주인공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봤다. 첫번째로, 국내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운동을 주도하다 지난해 10월23일 네팔로 추방됐던 '미누'(38·본명 미노드 목탄, <한겨레> 2009년 10월24일치 10면)를 찾아봤다.

한국서 17년 '또다른 고향' …준비없이 쫓겨나 아쉬움네팔 이주노동자 위해 누리집·영화제 등 만들 것

"1년 만이네요. 어떻게 지내세요?"

전화선을 타고 질문과 답이 오갈 때마다 긴 침묵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되돌아간 네팔은 침묵의 길이만큼이나 멀었다. 한때 스스로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이자,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인권운동가로 나섰던 미누(38·본명 미노드 목탄)는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10월23일 한국에서 강제출국당했다. 지난 21일 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스무살 때 한국에 들어가 17년을 살았다"며 "또다른 고향인 한국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쫓겨나 아직도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했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군요…." 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1992년 관광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봉제공장, 식당 등을 거친 그는 2000년대 들어 외국인노동자 다큐멘터리 제작과 다국적 밴드 '스톱 크랙다운'(단속을 멈춰라) 활동으로 이주노동자 인권 운동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 때 단속반에 붙잡혔고, 법무부는 "불법체류자가 촛불집회 등 정치 활동에 가담했다"며 그를 강제출국시켰다.

한국에 쏟았던 애정만큼 그의 섭섭함은 커 보였다. "요즘엔 '한국이 어차피 나 같은 사람들은 살 수 없는 나라였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이 기여한 부분을 애써 숨기려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누리집이나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Moktan Minod) 등을 통해 지금도 한국 친구들과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제가 묵은 김치랑 마늘장아찌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한국 친구들이 오거나,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네팔 친구랑 같이 먹기도 하죠. 가끔 먹는 된장찌개는 보약처럼 든든해요."

미누는 현재 네팔과 한국을 오가는 여행자·노동자들을 위해 내년 봄께를 목표로 누리집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방송(MWTV) 공동대표와 미디어 활동가를 했던 경험을 살려, 네팔 현지에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해보려는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또 "네팔에는 이주노동을 했거나, 앞으로 하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며 "네팔 정부가 '관련 영화제를 하겠다면 도와줄 수 있는지'를 비공식적으로 물어왔는데, 이런 데에서 역할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미누는 2008년 제3회 이주노동자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그는 자신처럼 아픈 마음을 안고 돌아온 이주노동자들이 서로 기대서 이야기할 수 있는 쉼터도 만들 생각이다. "한국 정부가 예전에 우리들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 더 인도적인 대책을 내놓을 거라는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어요."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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