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천천히".. 속터지는 정부 대책
[한겨레] 극심한 날씨 변덕 등으로 빚어진 배추·무 등 채소값 폭등 사태에 정부가 수입 관세를 없애고 월동 배추·무를 앞당겨 출하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일 발표한 '김장철 채소류 공급 대책'에서, 수입 배추·무에 연말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달 중 농수산물유통공사를 통해 중국산 배추와 무를 각각 100t, 50t씩 직접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달 하순 이후 나올 가을 김장 배추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국고로 영양제를 보급해 5만~10만t을 증산하고, 내년 1월 이후 출하될 월동 배추 가운데 5만~6만t을 한달 앞당겨 12월 중에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10만~16만t의 공급 증대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 이후의 월동 배추 공급량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장 담그는 시기를 되도록 늦추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이런 대책을 근거로 올 11월 배추 값이 포기당 2천원, 무 값은 1개당 15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김장철까지도 배추 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입 확대로는 당장 배추·무의 공급 부족을 줄이기에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된다. 배추만 해도 정부가 100t을 들여오고 민간 업체들이 뛰어든다 해도 이달 말까지 수천t을 수입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배추 집산지인 중국 산둥성으로 몰려가고 있지만, 100~200t씩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고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산지의 공급량 늘리기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영양제 보급, 월동 배추 조기 출하로 최대 16만t의 물량을 늘려도, 전체 공급 부족 물량 30만t에는 훨씬 못 미친다. 그나마 이런 정부의 예측은 날씨 등의 모든 조건이 가장 좋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전제한 것이다.
가을배추가 출하되는 10월 하순 이전을 대비한 알맹이 있는 공급 확대 방안을 이날 정부 대책에서 찾기는 어렵다. 농식품부는 준고랭지 배추 물량의 조기 출하를 독려하겠다고 하지만, 최근의 가격 폭등 와중에 이미 대부분의 물량이 앞당겨 출하된 상태다. 김영돈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선군농민회장은 "비싼 값에 팔려고 서둘러 수확하는 바람에 준고랭지 밭에도 남아 있는 배추·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배추와 무뿐 아니라 다른 채소류와 곡물 농사도 날씨 변덕 등에 맥을 못추고 있어, 이참에 농산물 공급의 급작스런 변동에 대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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