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방대책' 예산 줄이고 '전시성 사업'엔 '펑펑'

2010. 9.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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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펌프장 증설 2007년 발표땐 "4645억 투입"

23일 발표엔 "3596억"…시 "자료 잘못된것"

그나마 늑장 공사…41곳 계획중 9곳 완료

한강르네상스

한가위 물난리를 겪은 서울시가 3년 전 발표한 빗물펌프장 증설공사 등 수방대책을 그동안 늑장 착공하거나 예산을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이 기간 동안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디자인서울에는 2007~2010년 각각 4160억원과 3000억원이 투입돼 대비된다. 민생현안 사업 관련 예산이 현직 시장의 이른바 '전시성 토목공사'에 밀려 엉뚱한 데 쓰였다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24일 <한겨레>가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시가 네 차례 발표한 수방대책과, 한가위 물난리를 겪은 뒤 23일 발표한 '중장기 수방대책'을 비교한 결과, 일부 사업 예산이 축소되고 사업 완료 시기도 연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서울시가 발표한 '수방시설능력향상 4개년 계획'을 보면, 2010년까지 4645억원을 들여 빗물펌프장 52곳의 배수처리 능력을 시간당 75㎜(10년 빈도: 10년에 한번 발생하는 최대 강우량)에서 95㎜(30년 빈도)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물관리국이 밝힌 빗물펌프장 증설 계획은 41곳에 예산 3596억원으로, 애초보다 11곳, 예산 1049억원이 줄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송경섭 물관리국장은 "2007년 계획에서도 빗물펌프장 52개 중 이미 증설된 곳 6곳과 우선순위에서 밀린 5곳을 제외한 41개만 늘리기로 한 것"이라며 "당시 자료를 부정확하게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

41개 빗물펌프장 역시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모두 증설돼야 하지만, 24일 현재 증설이 완료된 것은 고작 9개이며, 그나마 진행중인 곳도 19개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서울시는 2009년 3월 낸 자료에서 "2010년까지 빗물펌프장 41개소를 30년 빈도로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물관리국은 "나머지 13개를 조속히 발주·착공해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예산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빗물펌프장 증설 비용을 일반회계 예산이 아닌 재난관리기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올해까지 기금 2696억원을 썼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재정투융자기금 760억원을 추가로 빌리기로 요청한 상태다.

강감창 서울시의원(한나라당·송파4)은 지난 15일 낸 자료에서 "일반회계에서 쓰이던 빗물펌프장 증설 공사비용을 재난관리기금으로 충당하는 바람에, 올해 8월 말 기준 재난관리기금이 2246억원으로 줄어 법정예치금인 2261억원보다 15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물관리국은 연말에 재난관리기금이 들어오면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 "서울시가 지금까지 총 네차례에 걸쳐 발표한 수해대책과 이번 대책을 비교하면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가 이번 한가위 물난리 원인을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103년 만에 일어난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하루 최대 강수량은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 때 강릉에서 기록된 870.5㎜/일이며,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998년 7월31일 순천에서 기록된 145㎜"라며 "수도 서울이 259.5㎜/일, 98.5㎜/hr에 침수되고 마비된 사건에 대해 원인을 자연재해로 돌리는 것은 졸렬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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