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건희 비자금' 끝까지 면죄부

2010. 9. 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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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특검전 삼성증권 '차명계좌 증거인멸 의혹' 무혐의 처분

계좌신청서 조직적 폐기금감원서 이미 징계 불구"증거 불충분" 불기소 결정경제개혁연대, 고검에 항고

삼성 비자금 수사 직전 삼성증권이 차명 의심 계좌의 개설신청서를 무단 폐기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최근 '무혐의' 처분했다. 삼성이 비자금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산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데,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차경환)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 결정을 하고 말았다.

지난 2007년 11월14일, 삼성증권 총무파트 간부 이아무개씨는 전 지점에 "긴급·엄명"이라며 이메일을 보냈다. 계좌가 개설된 지 10년이 지난 신청서를 모조리 폐기하라는 내용이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이어 비자금 수사를 위한 검찰의 특별감찰수사본부(특본)가 구성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이 삼성증권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터라, 신청인의 자필 서명이 남아 있는 계좌개설신청서는 중요한 수사 단서가 될 수 있었다. 당시의 자료 폐기는 '증권업감독규정'에 있는 '계좌 폐쇄일로부터 3년'이라는 보존 연한을 어긴 것이어서, 이미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에 '기관경고' △배호원 삼성증권 당시 사장에게 '문책경고' △간부 이아무개씨에게 '감봉 3월'의 징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삼성증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증권 쪽은 "법령에서 보관기간을 달리 정한 경우에는 보존연한이 다를 수 있다"는 증권업감독규정을 동원했다. 그 뒤 계좌개설신청서를 상법이 정한 '영업에 관한 중요서류'로 보고 보존연한을 10년으로 한 상법 제33조에 따라 폐기했다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증권업감독규정은 제쳐두고, 몇 단계 떨어져 있는 상법 규정을 따랐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쪽은 검찰 수사에서 "우리 회사에서도 10년이 지나면 개설신청서를 폐기한다"는 다른 증권사 감사들의 사실확인서를 내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또 같은 내용의 자체 규정을 2006년 1월에 마련했는데, 이를 숙지하지 못한 지점이 많아 2007년 11월14일에 "긴급·엄명"이라는 이메일을 띄워 신청서 폐기를 독려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서 "연말이 지나기 전 폐기를 독려했을 뿐, 특검수사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더 보수적으로(엄정하게) 수사했다"며 "무혐의 결정에 전혀 거리낄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고발인인 경제개혁연대는 검찰 처분에 불복해 9일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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