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힙통령과 락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2010. 8. 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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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통령'이 탄생했다. 이번에는 '힙통령'. 힙합의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케이블TV 엠넷이 진행하는 인기프로 '슈퍼스타K'에 출연한 중학생 장모군(16)이 얻은 별칭이다.

장군이 힙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건 그가 힙합을 잘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오디션에 앞서 그가 밝힌 포부 덕분이다. 캡처 동영상에 따르면 장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 힙합은 제가 볼 때는 길을 못찾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적으로나 음악성으로나…. 제가 '슈퍼스타K'에 나온 이유는 제 끼를 한번 발산해서 한국에서 힙합도 한번 발전할 수 있게, 네,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장군의 '힙합음악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꿈은 채 펼쳐보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그의 힙합음악을 알아듣지도 못한 것 같다. 심지어 "어느 나라 말이냐, 방언 같다", "가사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는 평까지 내놨다. 당연히 불합격.

누리꾼이 힙통령이라는 별명을 단 이유는 이전에 '락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고등학생 고모군(18)의 사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고씨가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출전하면서 밝힌 포부도 장군과 비슷하게 '한국음악계의 변화'를 거론한다.

누리꾼의 일각에서는 "힙통령께서 선택한 랩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게 아니었냐"는 진지한 반응도 나온다. 힙통령이 선택한 노래는 가수 아웃사이더의 '스피드레이서'의 랩 부분이다. 소위 '속사포 랩'으로 알려진 아웃사이더의 노래는 따라 부르기 힘든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금 우려도 된다. 힙통령의 캡처 동영상이 확산되자 장군은 한 힙합 관련 사이트에 글을 올려 "네, 제가 정말 랩 부족한 거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주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하지만 쓰나미는 이제 막 시작이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락통령과 힙통령의 리믹스 비디오'라는 것까지 제작되어 퍼지고 있는 중이다. 프로그램에 대해 진지한 비판도 나왔다. "작정하고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편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먼저 원래 노래의 주인인 아웃사이더 측의 반응. 소속사 스나이퍼 사운드의 김재유 실장에게 물었다. 그래도 '홍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 친구가 랩을 잘했으면… 도움은 되었을텐데…." 슈퍼스타K를 만든 엠넷 관계자는 "모든 출연자는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동기를 사전에 인터뷰한다"며 "장군의 경우 비록 중학생이지만 나름대로의 각오와 신념이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심사위원들이 항상 밝히는 원칙이 장르를 불문하고 기존 가수를 따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둘째로 강조하는 것이 가사 전달력"이라며 "장군이 그런 측면에서 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힙통령'이나 '락통령', 그리고 과거 이 코너에서 언급한 '잉통령'( ☞ <위클리경향> 850호 관련기사 )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정서 같은 게 있다. 그건 어떤 분야건 간에 인터넷에서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붙는 데는 다소 조롱과 냉소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 너 짱 먹어!' 정도의 의미인 듯싶은데, 특히 2008년 이후 오프라인의 대통령 이미지가 온라인에 끼친 영향이 아닐까 싶다. 뭐 아니면 말고.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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