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까지 스펙 볼건가" 공시생·학원가 반발

2010. 8. 12.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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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行試 대수술…5급 절반 전문가 특채◆

정부가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 방식을 큰 폭으로 바꿔 2015년에는 5급 공무원으로 민간 전문가를 최대 50% 특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5급 행정고시를 비롯한 공무원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생과 학원가는 크게 동요했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모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정책이 발표된 오후 2시 직후부터 수십 건의 글이 올라오고 수백 개 댓글이 달리면서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카페 댓글을 통해 "이런 제도 하나에 목숨 걸고 덤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 모씨(33)는 "석박사나 외국 회사 경험자한테나 유리한 것 아니냐"며 "기존 고시는 돈 있다고 될 수 있는 시험이 아니었는데 개방형 임용을 늘리면 돈 있는 사람의 자녀만 유리해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취지 자체에 동의하면서도 방법을 문제 삼는 고시생도 있었다. 행정고시를 3년째 준비하고 있는 박 모씨(31)는 "한국처럼 인사와 임용제도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나라에서 공개경쟁 임용제도를 다른 대안 없이 줄인다는 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원 관계자들도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신림동 H법학원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 문의한 결과 당장 내년에 행시 정원이 감소하는 폭은 얼마 안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자리를 잡지 못한 로스쿨 출신이나 수입이 적은 회계사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행시 폐지를 추진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수험생의 불만이 크다"고 학원가 분위기를 전했다.

신림동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강제명 씨(42)는 "개방형 임용을 늘리면 기업의 이윤 추구에 익숙한 사람들이 채용될 가능성이 큰데,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사명의식이 떨어져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H법학원에서 행정법을 강의하는 김정일 변호사는 "일단 당장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감소가 예상된다"며 "특채 선발은 곧 '스펙'을 보겠다는 의미인데 5급 공무원에 준하는 스펙이라면 외국 법학과 졸업자나 로스쿨 출신 학생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특채로 5급 공무원을 선발하면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승연 기자 / 용환진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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