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발언'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2010. 8. 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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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체류외국인 120만 시대에 아직도 "양놈의 ○○" "혼혈아 △△"

'혐오죄' 처벌 필요성 제기…유럽·미국 등은 이미 도입

광주에 사는 김아무개(32)씨는 지난 어린이날 속상하는 일을 당했다.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김씨가 캐나다인 남편, 당시 5개월 된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상대방이 "양놈의 ○○" "니 ×은 양놈하고 사니까 좋으냐" "저 혼혈아 △△. 양놈 옆에 저 ×도 확 죽여버려야 한다"는 등의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은 것이다.

남편도 이미 한국 영주권을 신청했고, 아이에게도 한국 이름을 지어 계속 한국에서 살려고 했던 김씨는 법적 대응을 하고 싶었지만 "인종차별 발언을 처벌할 법이 없다"는 말에 모욕죄 등으로 상대를 고소했다. 김씨는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들이 살면서 인종차별 발언에 위축되지 않도록 법이라는 사회적 방어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답답해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0년 6월30일을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중인 외국인은 120만8544명으로 사상 처음 120만명을 넘었고, 지난해까지 귀화한 외국인은 8만832명이나 된다. 그럼에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인식의 전환과 법·제도 정비는 더딘 편이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등에 따른 고용차별 등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인종차별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이 없어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만 고소가 가능한 상태다.

그나마 인종차별 발언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례는,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지난해 인도인인 보노짓 후세인 성공회대 연구교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박아무개(32)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한 것이 처음이다.

이에 인종·민족·장애 등을 문제 삼는 차별적 언어의 사용을 금지한 별도의 법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욕죄 등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차별당하는 약자를 보호하는 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동원되는 언어사용을 규제할 '혐오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연 변호사(공익변호사 그룹)도 "인종 차별 발언 등을 '차별금지법'의 괴롭힘 조항 중 하나에 포함시켜 소수자 차별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미 인종,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를 처벌하는 혐오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인종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고, 법무부는 인종 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중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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