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차] 최저생계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 비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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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8만7000원짜리 반지하에 사는 1인 가구 체험단 안성호씨의 몸에서 곰팡이 냄새가 났다. 비가 계속 내린 채로 조금만 더 있었으면 몸에서 버섯이라도 키울 기세였다. 성호씨는 "벽에 곰팡이가 수묵화도 그리고, 난도 치고, 아주 김홍도 선생 납셨다"라고 농을 쳤지만, 실은 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오늘 성호씨가 낮잠을 굳이 우리 집에 와서 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을 대안개발팀은 고작 한 달 나는 체험단들의 '아우성'에 싼 가격으로 제습제 만드는 법을 강의하기에 나섰다. 염화칼슘을 공수해 와 빈 페트병에 채워 넣고 한지로 입구를 막는 아주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제습제가 완성 됐다. 주민들은 곰팡이가 제멋대로 난리를 부리는 것이 일상인지라 포기하고 짐짓 눈 감아 넘기기 일쑤이다. 염화칼슘과 빈 페트병을 더 구해 주말에 어르신들께 나눠 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체험단 다섯 가구 중 2인 가구인 우리 집은 '궁전'이라 불린다. 오전에 릴레이 체험을 하러 마을에 들렀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그래도 우리 집 사정이 제일 낫다는 말에 "이런 집을 '궁전'이라고 부르는 걸 뭐라고 해야 할지…"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시사IN 장일호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 체험단들이 장수마을 어르신들에게 반찬 배달을 하고 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도 20분은 땀으로 샤워를 하며 꼬박 걸어와야 장수마을(삼선동1가)을 만난다. 마을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이곳을 우리는 '빈곤의 섬'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국민소득이 얼마가 됐든, 이 '섬마을'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다. 아무리 빈곤이 어디에나,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지만, 적어도 국가수준과는 비례해야 하는 건 아니냐고 항변해봐야 들어줄 사람 없는 고독한 곳이 이곳이다.

도시락을 배달하며 만난 기초생활수급자 양아무개 할머니는 "오늘 초복이라서 닭 한 마리 사다 고아 먹고 싶어도, 다리가 아파서 내려갈 수 있어야지…"라며 성치 못한 다리를 끌고 나와 도시락을 받아 가셨다. 이곳에서만 유독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이다. 세상은 정신없이 계속 변하는데, 가난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인 것 같다.

이는 오늘 몇몇 가구의 가구실태조사에서도 증명됐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미리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을 했다. 이들은 10년 전과 오늘이 다르지 않으며, 10년 후 미래도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냥 아프지 않다 죽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 살아도 '버티기' 힘들 정도인데, 수급자 대개가 독거노인이라고 한다면, 더 말해 뭐하랴 싶다. 현재 집에 있는 멀쩡한 살림살이라고는 선풍기 한 대와 내가 들고 들어온 노트북뿐이다. 여섯 가구가 공통으로 쓰는 세탁기는 더위를 먹었는지 탈수 기능을 잊었다. 체험 시작 전 한때나마 "그래도 허리띠 졸라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던 우리의 생각이 무참하게 깨지는 데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룸메이트 소영씨와 나는 오늘 저녁에도 장보러 나가 최대한 싼 걸 찾아 발품 팔다가 지쳤다. 호박 3개에 1000원 주고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에라 모르겠다, 큰마음 먹고 '외식'을 감행했다. 7000원짜리 피자 한 판이었다. 게 눈 감추듯 한 판을 둘이서 뚝딱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내일 아침 반찬 고민을 시작했다.

성호씨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인간적으로 죽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 그런다고 솔직히 말할 것이지. 뭘 그리 고상하게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이라고 생색을 내어 놨을까"라고. 정말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분명히 최저생계비를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나는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뻥치시네"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파 1,700원 / 양파 2,200원 / 라면 3,400원 / 유부초밥 3,800원 / 호박 1,000원 / 요구르트 1,500원 / 물 1,480원 / 봉투 30원 / 과도 2,170원 / 도마 4,000원 / 사탕 2,500원 / 피자(외식) 7,000원
금일 지출 30,780원
누적 지출 546,420원
잔액 312,330원


장일호 /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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